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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끄는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권] 거래 뒷받침되며 호가 강세

[인기 끄는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권] 거래 뒷받침되며 호가 강세

서울 양재동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 방향으로 30분쯤 달리면 기흥·동탄나들목이 나온다. 나들목을 나서면 왼편으로 대규모 아파트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미 완공된 단지도 보이고, 이제 막 골조가 올라가기 시작한 단지도 있다. 경기도 화성시 석우·반송동 일대에 자리 잡은 동탄2신도시다. 2401만㎡의 국내 최대 신도시인 이곳은 2008년 7월 개발에 들어간 지 6년여 만인 올해 초 입주를 시작했다. 때문에 아직 신도시의 모습이 온전히 갖춰지진 않았다. 신도시 곳곳에선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볼 수 있고, 속살을 드러낸 건물을 쉽사리 볼 수 있다. 맑은 날엔 도로에 쌓인 먼지가 풀풀 날린다.
 공공택지마다 분양권 가격 초강세
아직은 덜 영글었지만, 동탄2신도시는 사실 입주 전부터 서울·수도권 주택 수요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분양권에 웃돈이 적게는 2000만~3000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어 거래됐기 때문이다. 요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대출 규제,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분양권 값은 강세다. 9월 15일 입주를 시작한 동탄역 앞 더샵센트럴시티 아파트 84㎡형(이하 전용면적)의 호가는 4억8000만원에 이른다. 올 초까지만도 3억9000만~4억2000만원 정도에 팔렸던 매물이다. 반년 새 6000만원 정도가 뛴 것이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3억6000만원대. 분양가에 1억2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시범단지 내 K공인 관계자는 “실수요의 유입이 많다 보니 입주가 다가오면서 분양권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범단지 내 상황은 다 비슷하다. 입주했든 분양권 상태든 시범단지 내에서 84㎡형은 4억7000만~4억8000만원은 줘야 살 수 있다. 동탄역과 거리가 있는 단지들은 3억원 중반대에도 매물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 단지 역시 분양권에 붙은 웃돈은 5000만~6000만원에 이른다. 그만큼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내년 4월 입주 예정인 A-13블럭의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2차 84㎡형은 3억5000만~3억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억원 정도였다.

동탄2신도시뿐 아니다. 근래 수도권 청약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었던 서울 위례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8월 5일 전매제한이 풀린 위례 신안 인스빌아스트로 99·101㎡의 경우 분양가보다 9000만~1억원가량의 웃돈이 붙었다. 99㎡형은 7억1000만~7억5000만원, 101㎡형은 7억3000만~7억9000만에 거래되고 있다. 위례신도시 S공인 관계자는 “정부에서 발표한 대출 규제 정책으로 인해 당초 기대만큼 거래가 활발하진 않다”며 “매도·매수자 모두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26일 전매가 해제된 위례 호반베르디움은 분양가보다 5000만~6000만원을 더 줘야 한다. 5억8000만~6억5400만원에 분양된 전용 98㎡형이 6억4000만~7억원 대에 매물이 나온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역세권지구나,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등도 마찬가지다. 분양권엔 3000만~1억원에 이르는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민간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권 전매 제한이 하나 둘 해제된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도 초강세다. KTX 수서역 인근인 세곡2지구 강남 더샵 포레스트는 7월 말 전매제한이 해제된 이후 거래가 크고 늘었다. 124㎡형은 현재 시세가 9억2000만~10억3000만원으로 분양가에 최대 1억8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었다. 수서동 강남공인 관계자는 “대모산이 단지 바로 뒤에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노후를 보내려는 수요자가 많다”며 “내년에 KTX수서역이 개통되면 분양권(아파트) 값이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단지 호가만 강세인 게 아니라 거래가 뒷받침되고 있다”며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가 분양권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양권 거래는 실수요자에게 꽤 매력적이다. 인기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수십대 1의 치열한 청약 경쟁을 뚫어야 한다. 하지만 분양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굳이 청약할 필요 없이 인기 지역 분양권 매물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시장에 나온 매물만 있으면 원하는 층·향·동을 골라 살 수 있다.

정부가 대규모 신도시·택지지구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분양권 거래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올 3월 서울·수도권 1순위 주택청약 자격이 통장 가입 후 2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면서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져 분양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예컨대 위례신도시만 해도 청약 낙첨자가 많은데, 이들 상당수가 분양권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분양권 값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동탄2신도시·위례신도시·미사강변도시 등지는 이제 막 입주를 시작했거나 시작하려고 하는 초기 단계로 개발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동탄2신도시만 해도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곳으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내년엔 KTX 수서~동탄~평택선이 개통한다. 이 노선이 개통하면 동탄역에서 서울 강남권까지 20분대면 갈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관련 업체 직원 7만명이 상주하고 있어 배후수요도 넉넉하다. 위례신도시도 지금은 먼지 투성이지만 어느 정도 신도시의 모습이 갖춰지면 본격적인 인구 유입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위례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판교신도시가 3.3㎡당 2500만원 이상하는데 위례신도시는 아직 그 밑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입지여건이나 규모 등을 놓고 보면 위례신도시가 더 나은 만큼 판교신도시 정도까지는 가격이 뛸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강변도시도 입주가 본격화하고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이 개통하면 몸값이 더 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분양권을 거래할 때는 무엇보다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중개업소 여러 곳에 문의해 확인해야 한다. 웃돈이 지나치게 높다면 거품일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앞으로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이 남은 곳에선 웃돈이 내릴 수 있다.
 다운 거래 피하고 계약자 본인과 거래해야
정확한 전매해제 시기도 확인해야 한다. 전매가 풀리지 않은 물량은 거래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금을 아끼기 위한 ‘다운 거래’도 피해야 한다. 적발되면 벌금 등 처벌 받는다. 분양권은 등기가 없는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반드시 건설 업체를 통해 분양 계약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계약자 본인과 거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전매제한에서 풀린 분양권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웃돈이 붙은 단지라도 일시적으로 웃돈이 하락할 수 있다”며 “실수요자라면 조금이라도 낮은 웃돈을 주고 원하는 물량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리한 투자는 어떤 경우든 삼가야 한다. 분양권 시장도 마찬가지다. 발전 가능성이 크더라도 중국발 경제 불안과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분양권 시장도 약세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공공택지 주변 지역으로 공급 물량도 적지 않다. 분양마케팅회사인 앰게이츠 장원석 대표는 “신도시 내 입지와 단지별 선호도 격차도 고려해야 한다”며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외곽을 노리는 건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황정일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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