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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비트코인

갈림길에 선 비트코인

비트코인 XT가 기존의 비트코인을 골동품으로 만들어 신생 비트코인 업체에 어려움을 안겨줄 수도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ATM기.
지난 8월 중순 발생한 지각변동의 충격으로 암호통화 비트코인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새로 발표된 업그레이드 버전이 주도권을 빼앗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이 같은 충돌을 비트코인의 굴곡진 여정에서 하나의 ‘분기점(hard fork,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의 의미도 있음)’으로 규정한다. 글로벌 금융업계에서 비트코인 추종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이는 그 프로젝트에 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는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로 알려진 원조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등장한 비트코인 XT가 왕권 도전을 선언했다. 신 버전은 비트코인의 생존에 중요한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업그레이드 버전의 성격을 두고 논란이 많다. 비트코인 추종자들은 공식적인 통제체제를 완강히 거부한다. 이번 논란은 그런 도구를 통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뚜렷이 부각시킨다.

왕권 도전의 배후는 두 개발자 마이크 헌과 개빈 앤드리슨이다. 내년 1월 중순까지 새 버전으로 비트코인 시장의 75%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그 디지털 통화의 열성팬들 사이에 메우기 힘든 깊은 골을 남길 수 있다.

올해 디지털 통화 투자가 절정을 이루는 시점에서 일어난 상황이다. 업계 조사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관련 업체에 대한 벤처자본 투자가 올해에만 4억 달러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의 주축 업체들이 그 기술 시장에 뛰어들었다. 골드만 삭스는 올해 자금이체 앱 ‘서클’의 5000만 달러 펀딩 행사에 참여했다. 한편 나스닥은 대형 거래소 최초로 증권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토대를 이루는 강력한 기술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XT가 이들 중 일부 신생 벤처에 어려움을 안겨줄 수 있다. 이들 벤처기업 인프라의 주축을 이루는 비트코인을 고물로 만들 가능성이 있어서다. 어느 정도까지는 비트코인을 인증하고 전송하는 데 필요한 블록의 크기와 처리용량에 따라 수익성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XT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하리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전환점을 이루게 된다고 웨드부시 증권의 디지털 통화 업계 담당자인 그가 말했다. “그 생태계에 무엇이 유익한지를 두고 큰 논쟁이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루리아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그것은 현재와 같은 통제 체제의 부재에 의문을 던진다.”

이번 논란은 비트코인 초창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지털 거래의 묶음을 어떻게 기록할지 개발자들이 결정하는 단계였다. 모든 비트코인 거래는 다른 거래와 함께 패키지로 묶어 블록이라는 단위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블록은 우편배달부의 행낭에 비유할 수 있다.

채굴자로 불리는 독립적인 사업자들이 블록을 수집하고 검증해 비트코인과 교환하는 수고를 떠맡는다. 블록 당 25 비트코인이다. 그 작업이 끝나면 블록체인에 블록이 추가된다. 블록체인은 현재까지 이뤄진 모든 거래를 기록한 공개 종합 거래장부다. 비트코인의 척추 역할을 한다.

초기에는 개별적인 블록의 크기가 1MB로 제한됐다. 일반 MP3 파일 크기의 절반도 안 됐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와 같은 제약으로 인해 거래 흐름에 부하가 걸렸다. 통상적인 송금도 몇 시간씩 정체됐다. 결제 승인을 기다리는 사이 거래가 줄고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커진다.

비트코인이 계속 성장하면 단단한 장벽에 맞닥뜨리게 된다고 일부는 우려한다. “비트코인이 붕괴할 것”이라고 개발자 마이크 헌은 우려한다. 우편배달부 행낭의 이음매가 터져 배달이 한없이 지연되면서 금융사기를 부르게 된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이용자 계층 중 많은 사람이 이 같은 사이즈의 한도를 늘리거나 아니면 우회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어떤 방향으로 변화를 줘야 할지에는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모든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엘리 두라도가 말했다. 디지털 통화를 연구하는 자유시장주의 성향의 머카투스 센터 연구원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집중화된 권력의 부재는 기존 시스템에 정면 도전하는 시스템이 새로 등장해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라고 두라도 연구원이 말했다. “비트코인의 프로그래밍 업그레이드 능력은 그 가상통화의 또 다른 측면일 뿐이다.”

두 개발자 헌과 앤드리슨이 지난 6월 개정판을 발표했다. 이들이 선보인 업그레이드 버전인 비트코인 XT는 블록 사이즈를 8MB로 키우고 기타 몇몇 수정을 추가한다. 비트코인 분야의 실력자인 헌과 앤드리슨은 자신들의 제안에 커뮤니티가 동의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희망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비트코인의 분산된 구조를 감안할 때 어떤 한 사람이 전체 구조의 변경을 지시할 수 없다. 비트코인 신버전이 자리 잡으려면 많은 사람이 채택해야 한다. 따라서 앤드리슨과 헌 개발자는 이용자에게 XT의 이점을 설득하기 위한 한 달 간의 캠페인에 착수했다.

그 싸움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았다. 비트코인의 열성적인 커뮤니티가 그 구상의 기술적인 세부사항과 실행의 정치적 역학을 두고 공방전을 벌였다. 때로는 충돌이 격화됐다. 8월 중순 소셜뉴스 사이트 레딧의 비트코인 포럼에선 XT 관련 토론이 금지된 듯하다.

“이들은 경험 많은 외교관이 아니다”고 두라도 연구원이 말했다. “그들이 정책을 실시하지만 외교정책 입안자 수준의 외교술은 발휘하지 못한다.” IB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개발자 헌도 맞장구쳤다. “기본적으로 기술상의 이견으로 위장한 정치행위다.”

앤드리슨을 포함한 비트코인 핵심 개발자들 사이에선 이 문제를 두고 극명하게 의견이 엇갈린다. 어느 정도 자원봉사자 특별 위원회 성격으로 비트코인을 운영해 나가는 5인 그룹이다. 반드시 발전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없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이용자와 채굴자들에게 내놓는 데 우려를 표명하는 이들도 있다. “가장 좋은 조건에서도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는 실행하기 힘들다(모든 사람이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거의 모든 IT 커뮤니티가 반대할 경우엔 아예 불가능하다”고 또 다른 핵심 개발자인 블라디미르 반 데르 라안이 지난 6월 논평했다.

비트코인의 비공식 온라인 대외 창구인 Bitcoin.org는 단호한 어조로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잘 될 경우에도 그 논란 많은 업그레이드 버전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최악의 경우엔 비트코인이 완전히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블록 사이즈를 8MB로 확대하면 비트코인이 더 중앙집중화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권위와는 상극인 비트코인 이용자에게는 무자비한 독재나 다름없는 변화다. 블록은 이른바 전체 접속점(full nodes)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전 세계의 컴퓨터 약 6300대로 이뤄진 이들 연결망은 같은 코인이 2번 사용되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접속점 수가 감소했다. 그리고 블록 사이즈를 8배로 확대하면 자원봉사자들이 자신들의 귀한 프로세싱 용량을 더는 비트코인 처리작업에 기부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접속점이 더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된다.

피터 토드는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의 골수 반대파다. 그는 접속점의 중앙집중화 가능성은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을 파멸로 몰아넣을 큰 위험성을 지닌다”고 비트코인 뉴스 매체 코인텔레그라프에 말했다. 개발자 헌은 똑같은 주장으로 반론을 펼친다. “프로그램 업그레이드의 부재야말로 장차 비트코인의 자생력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그가 말했다.

신 버전이 75%의 시장점유율 목표를 달성해 비(非)XT 비트코인이 가치를 상실하든지 아니면 XT 프로젝트가 폐기되든지 약 5개월 뒤에는 결판 난다. 이용자가 갈아탈 시간이 그만큼 남았다는 뜻이다. “프로그램 업그레이드가 충분히 지지를 받지 못해 ‘실패’할 경우 비트코인에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고 개발자 헌이 설명했다.

지금껏 XT를 채택한 비트코인 접속점은 10% 남짓이다. 신 버전이 공식 발표된 지난 8월 중순의 약 1.5%에서 8.5% 포인트 늘었다.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의 잠재적인 진로를 두 갈래로 본다. “하나는 이용자들이 합의에 도달해 네트워크 전반에 광범위하게 변화가 적용되는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 “또 다른 옵션은 아무도 합의에 도달할 수 없고 앞으로도 영영 그러지 못하게 되는 결과다.”

- OWEN DAVIS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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