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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세상’ 우리가 만든다

‘노인을 위한 세상’ 우리가 만든다

베이비붐 세대와 노인층 사이에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이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높아졌다.
캐롤 트레이시(65)와 더그 메인(63)은 요즘 커플들이 흔히 그렇듯 편리한 신종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났다. 하지만 그들은 틴더나 오케이큐피드가 아니라 ‘노인을 위한 틴더’로 불리는 ‘스티치(Stitch)’를 통해 알게 됐다.

“스티치는 신청자와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을 추천해준다”고 트레이시가 말했다. “신청자는 그 사람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싶은지 아닌지를 선택한 다음 그와 대화할 수 있다. 메인과 나도 그렇게 시작했다. 우리는 수개월 동안 펜팔로 사귀었다.”

50세가 넘은 사람들의 친구 찾기를 돕는 스티치는 베이비붐 세대(1945~1964년에 태어난 사람들)와 노년층에 초점을 맞춘 신생기업으로 요즘 이런 업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실리콘밸리의 테크놀로지 업체들은 보통 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을 애용하는 젊은 층을 겨냥한다.

하지만 최근엔 여러 요인으로 업계의 관심이 나이 든 테크놀로지 이용자 쪽으로 쏠리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노인 인구의 급속한 팽창이 가장 큰 요인이다. 소비력과 여가가 있는 이들 사이에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킹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첨단기술 업계에는 오랫동안 그들이 채워줄 빈 공간이 있었다. 사람들이 마침내 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스티치의 공동창업자 마시 로고(30)가 말했다. “난 베이비붐 세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저 사람들을 도울 방법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도 그 일을 안 하니 내가 해야겠다.’”

일례로 베이비붐 세대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신생기업 윌링(Willing)은 생애말기와 관련된 법률 시장을 공략한다. 이 회사는 이용자들이 변호사나 공증인 없이 몇 분 만에 자신의 스마트폰과 PC에 법적으로 유효한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케어링크스(Carelinx)도 50세 이상에 초점을 맞춘 신생기업 중 하나로 나이 든 친척을 돌볼 간병인을 구하는 가족들이 적합한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테크부머스(Techboomers)는 베이비붐 세대와 노인에게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등 인기 인터넷 서비스 이용법을 무료로 가르쳐준다.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휴대전화와 문자 메시지, 각종 앱 등 첨단기술을 이용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메인은 말했다. “집안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늙어가기보다는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3조2000억 달러의 소비력
베이비붐 세대와 노인 시장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관심에 한층 더 불을 붙인 요인은 이 인구층의 테크놀로지 수용률 증가다.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 중 온라인 접속자 비율은 2000년 14%에서 2013년 59%로 껑충 뛰었다. 노인들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사용률(27%)과 소셜네트워크 이용률(노인층 온라인 접속자의 46%)이 느리긴 하지만 확실히 증가하는 추세다.

베이비붐 세대와 노년층의 테크놀로지 이용 증가는 업계로 하여금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이 시장에 접근하도록 만들었다. 또 무료나 광고 지원 서비스를 선호하는 젊은 테크놀로지 이용자들과 달리 노년층은 서비스를 이용할 때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익숙하다. 전미 퇴직자협회(AARP)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와 노년층의 소비력은 연간 3조2000억 달러에 이른다.

“그동안 테크놀로지 업계는 이 시장을 포기했었다”고 기카투(Geekatoo) CEO 케빈 데이비스가 말했다. “저항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기카투는 노인들과 테코놀로지 이용법을 가르칠 수 있는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신생기업이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베이비붐 세대의 노령화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7600만 명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다. 현재 이들의 나이는 최소 51세이며 테크놀로지에 충분히 노출된 환경에서 성장해 그 가치를 잘 안다.

“미국과 세계는 전례 없는 속도로 노령화하고 있다”고 에이징2.0(Aging2.0, 베이비붐 세대에 초점을 맞춘 신생기업과 노인 시장을 연결해주는 업체)의 공동창업자 케이티 파이크가 말했다. “업계에선 늘 18~49세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현재 50세 이상 인구는 구매력이 높은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테크놀로지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업 기회와는 별도로 베이비붐 세대와 노인들에게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이 테크놀로지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세계에서 소외되지 않고 삶의 질을 높이는 신기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할 방법을 모색할 혁신가와 기업가가 필요하다. 사용자의 독립성과 자존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의료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는 신생기업들에 투자하는 캠비아 헬스 솔루션스의 전략투자 전문가 매트 칼스의 말이다.
 실버 데이팅 앱부터 생애말기 서비스까지
윌링의 CEO 엘리엄 메디나(34)는 지난해 친척 아주머니가 불치병으로 진단 받았을 때 생애말기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디나 CEO와 그의 가족은 그 아주머니가 인생을 마감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다.

“나는 나 자신과 1억3500만 명의 미국 성인을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메디나 CEO는 말했다. “대다수 성인이 사망선택 유언(living will, 본인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가 됐을 때 존엄사를 원한다는 뜻을 밝힌 유언)이나 죽음에 대비한 다른 어떤 준비도 돼 있지 않다.” 윌링은 지금까지 1만 여건의 유언장 작성을 도왔다.

50세 이상 인구에 초점을 맞춘 신생기업과 관련된 대다수 기업인이 메디나 CEO와 마찬가지로 특화된 테크놀로지를 이용했다면 결과가 훨씬 더 좋았을 법한 경험을 한 뒤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례로 케어링크스의 창업자 셔윈 셰이크(37)는 간병인이 필요한 친척 2명에게 적합한 사람을 찾아주느라 애먹은 뒤 회사 설립을 결심했다. 당시 경험으로 그는 간병인 소개소를 이용하면 얼마나 비용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인지 알게 됐다. 환자들이 간병 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소개받는 경우가 꽤 있었다. 게다가 간병인은 매우 힘든 일을 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밖에 받지 못했다.

이런 비효율성에 착안한 셰이크는 회사를 창업해 85억 달러 규모의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족이 친척에게 적합한 간병인을 찾고, 간병인은 소개소가 아니라 가족과 직접 풀타임 고용인으로 계약을 맺도록 돕는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간접비가 절약돼 간병인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우리는 환자에게 적합한 간병인을 연결해주는 이 일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또한 간병 관리에 필요한 모든 테크놀로지를 제공한다”고 셰이크는 말했다. “노부모가 멀리 살거나 풀타임 직장을 그만둘 수 없어서 간병인을 고용한 사람들은 우리 웹이나 모바일 솔루션을 이용하면 간병인이 몇 시에 도착해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 매일 확인할 수 있다.”
 노인들을 위한 웹사이트는 단순하게
캐롤 트레이시와 더그 메인은 실버 데이팅 앱 ‘스티치’를 통해 만났다(위). 기카투의 한 직원이 고객의 집에 스마트록을 설치해준 뒤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와 노인들을 위한 테크놀로지는 밀레니엄 세대를 위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스냅챗 같은 회사들은 사용자들이 별 설명 없이도 자사 서비스의 특성을 이해하리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노년층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생기업들은 사용자를 교육해야 한다.

테크부머스의 CEO 스티브 블랙(32)은 자사의 웹사이트를 디자인할 때 단순성과 명확성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의 보편적인 추세다. 보통 큰 활자체를 이용하고 디자인에서 드롭다운 메뉴 같은 요소를 배제한다.

“우리 디자이너들은 웹사이트를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고 주의를 분산시킬 만한 요소를 배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블랙 CEO는 말했다. “우리가 테크놀로지 이용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웹사이트를 될 수 있는 대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주변에서 듣는다.”

이 시장의 신생기업들은 고객과의 관계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보청기를 판매하는 신생기업 오디커스(Audicus)는 대규모 전화응답 팀을 꾸렸다. 고객의 질문이나 불만을 대체로 디지털 채널을 통해서만 처리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오디커스의 마케팅 책임자 수잔 마이클버스트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와 노인들은 질문이 있을 때 컴퓨터 스크린에 나오는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 실시간으로 대답해주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전화응답 팀이 꼭 필요하다.

“이 인구층은 젊은 세대처럼 인터넷이 생활화되지 않아 인터넷에서 접하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쌓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마이클버스트는 말했다. “우리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 SALVADOR RODRIGUEZ IBTIMES 기자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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