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중소기업특화증권사 제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묘수될까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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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중소기업특화증권사 제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묘수될까

[닻 올린 중소기업특화증권사 제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묘수될까

최근 회사채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조선 3사와 한진해운·현대상선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퇴출되거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기업이 늘어날 거란 우려가 시장을 덮고 있다. 정연홍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저금리 상황에 투자 수요는 많지만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며 “투자자금은 회사 규모가 크거나 우량 등급 위주로 몰리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불리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채 시장이 양극화하면 벤처·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4월부터 중소기업의 자금 압박에 일부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제도가 등장했다. 금융위원회는 4월 15일 벤처·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업무를 중점적으로 할 중소형 증권사 6곳을 ‘중소기업특화증권사’로 선정했다. IBK투자증권·유안타증권·유진투자증권·KB투자증권·코리아에셋 투자증권·키움증권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술력 있는 벤처·중소기업을 선별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투자은행(IB)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KB투자증권은 지주회사인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함에 따라 향후 1년 안에 현대증권과 합병하면 중기특화증권사에서 제외된다. 이러면 다음 순위인 KTB투자증권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구조조정 여파로 회사채 시장 불안
중기특화증권사는 정책금융기관 등으로부터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게 된다. 우선 2년 동안 중소기업 관련 회사채 발행이나 M&A 전용 펀드 주관사 선정에서 우대를 받는다.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이 보증한 중소기업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시장안정 유동화증권(P-CBO)’을 발행하는 주관사를 선정할 때도 총자산 1조원 이상, 자기자본 3000억원 이상이란 조건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한국성장금융이나 산업은행이 출자하는 중소기업 전용 M&A펀드 운용사 선정에서도 중기특화증권사는 평가 기준 완화 등의 혜택을 얻게 된다. 또 금융위원회가 올해 안에 개설하려고 준비 중인 사모투자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의 투자지분 거래시장이 개설되면 중기특화증권사가 전담 중개기관으로 중책을 맡게 될 전망이다. 다만 지정 1년 후 중간 점검을 거쳐 활동 실적이 미흡한 증권사는 중간에 제외될 수 있다. 중기특화증권사는 벤처·중소기업과 중소형 증권사, 금융당국 간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나온 제도다. 국내 자본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벤처·중소기업은 여전히 소외돼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금융투자회사에 기업 대출 업무 등을 허용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재까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자금조달 방안으로 중기특화증권사 제도를 도입했다.

중소 증권사 역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이 제도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금융투자 업계는 자산이나 자본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50개 증권사 수익의 60% 이상이 주식을 사고팔아 받는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규모나 자본력에 큰 차이가 있는 중소형 증권사까지 이 분야에 의존하면서 증권사 간 제살 깎기 경쟁도 일어난다. 중소 증권사들로선 중기특화증권사가 새로운 생존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중기특화증권사로 선정된 6개 회사는 조직 개편에 나서며 중기특화증권사 업무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IBK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KB투자증권 등은 중소기업 IB 전담 조직을 최근 신설했다. IBK투자증권은 중소기업 금융팀을 만들고 M&A와 사모투자(PE, Private Equity) 업무에 특화된 독립본부도 세웠다. 배상현 IBK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IBK기업은행 자회사로서 비재무적 컨설팅 등 그룹 역량을 활용한 특화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창업부터 주식시장 상장, 그리고 이후까지 성장 단계별로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IB 사업부문 산하에 중소벤처기업금융특화 위원회를 상설화했다. 또 기존 PE팀을 중기특화전문팀(CF, Creative Financing)으로 바꿨다. 한종윤 유안타증권 CF 팀장은 “모회사인 유안타 그룹의 범중화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화권 자본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며 “국내 유망 스타트업 기업이 중국 현지 창업지원센터의 지원을 받는 방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증권·자산운용·선물·PE부문의 협업을 통해 기업에게 성장 단계별로 금융 지원을 할 계획이다. KB투자증권도 기업금융본부 주식발행시장(ECM) 본부 내 해외ECM팀을 신성장비즈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증권(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통해 투자자금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IBK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이미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유진·KB·키움도 중개업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창민 키움증권 IB운용본부장은 “온라인 시장점유율에선 대형 증권사에 뒤지지 않는다”며 “온라인 사업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계열사인 키움 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해 성장 단계의 기업들을 통합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자체 활동 대신 협약을 맺은 크라우드펀딩 중개기업 와디즈·인크에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아직은 중기특화증권사 제도가 금융투자 업계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앞서 코넥스의 지정자문인 증권사 선정 등에서도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했지만 막상 사업 시작 후 시장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았다”며 “중기특화 IB 사업이 사업의 외연을 확장할 수는 있어도 당장 큰 수익이 발생할 걸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만일 6개 증권사가 크라우드펀딩이나 벤처·스타트업의 상장주관사 선정 경쟁을 벌일 경우 수수료 인하에 앞다퉈 나서 수익성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증권사들이 중기특화증권사에 제공되는 대출 금리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 데만 집중하고 IB 자금조달 업무에 소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에선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증권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우대 효과를 통해 이들 회사들은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기특화증권사가 전문 인력을 확충하지 않고 기존 중기 업무를 관장하던 조직의 이름을 바꾸고 기존 인력을 그대로 쓴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 발굴부터 투자, 회수 등 스타트업·벤처의 전 단계를 지원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써냈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기존 인력에 간판만 바꿨다’ 지적도
중기특화증권사가 적극적으로 IB 사업을 펼치려면 자본비율 규제 완화 등 당국이 보다 나은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중기특화증권사가 자발적으로 IB 업무를 강화하도록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투자할 경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완화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의 라이선스 기간 동안 1년마다 중간평가를 통해 라이선스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대해서는 금융투자 업계에선 공감과 함께 우려도 나타냈다. 코넥스 상장 주관이나 크라우드펀딩 중개 건수, 사채발행 규모 등 단기적이고 정량적인 실적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다. 한 중기특화 증권사 관계자는 “1년 안에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며 “기업 성장과 투자금 회수 등 근본적인 부분에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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