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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만약 고교야구~'의 피터 드러커 경영철학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만약 고교야구~'의 피터 드러커 경영철학

경영의 구루로 평가받는 피터 드러커.
오랜 부진에 빠져있거나, 높은 성과를 바라는 팀들은 최고의 감독을 찾는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축구팀은 히딩크 감독을 영입했고, 지난해 프로야구 한화이글스는 김성근 감독에게 구애를 보냈다. 스포츠뿐 아니다. 위기에 빠진 기업은 최고의 전문경영인(CEO)을 찾는다. 최고의 경영기법을 활용해 조직을 구해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만약 만년 꼴찌 야구팀을 경영학의 대가에게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 그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면 꼴찌팀도 우승할 수 있을까. 이와사키 나쓰미의 소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은 야구팀 혁신을 피터 드러커에게 맡겼다.

 [매니지먼트]의 경영지침 야구단 적용
호도고 야구팀의 여자 매니저인 미나미는 투병 중인 친구 유키를 대신해 야구부의 매니저를 맡는다. 호도고 야구팀은 고시엔 대회 본선에 나가본 적이 없는 만년 하위팀이다. 미나미는 호도고를 고시엔 대회에 진출시키겠다는 당찬 목표를 세운다. 미나미가 어려울 때마다 펼쳐드는 책은 피터 드러커의 저서 [매니지먼트(조직경영)]다. 이 책에 따르면 매니저에게 중요한 덕목은 재능이 아니라 ‘진지함’이다. 조직(기업)은 먼저 ‘무슨 사업을 할 것이냐’를 정의해야 한다. 사업을 규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야구단의 고객은 학교와 학부모, 고교 야구팬들 그리고 선수 자신이다.

이들이 야구단에 원하는 것은 ‘감동’이었다. 기업은 마케팅과 이노베이션을 통해 고객을 창조한다. 마케팅이란 ‘고객에게 무엇을 팔고 싶은 것일까’가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사고 싶어하는 것일까’를 묻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의 현실·욕구·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니지먼트는 이런 과정을 거쳐 일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미나미는 [매니지먼트]의 경영지침을 하나씩 야구단에 적용한다. 먼저 야구단원들을 심층면접한다. 왜 야구를 하려고 하는지, 야구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를 묻는다. 이를 통해 가치 감독과 에이스 게이치로 간에 묵힌 감정을 풀어내고, 야구단을 짓누르던 불협화음을 정리한다. 이어 선수 개개인에 맞는 맞춤식 연습 일정을 만들어 ‘자기목표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야구단은 나날이 달라진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 단계는 ‘이노베이션’이다. 이노베이션이란 지금까지의 상식을 버리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다. 가치는 제품이 아니라 시장에 맞춰야 한다. 호도고 야구팀의 이노베이션은 ‘노번트 노볼’ 작전이었다. 타자가 보내기 번트를 많이 대거나, 투수가 유인구를 많이 던지면 경기는 지루해진다. 누가 이런 게임을 볼까. 그래서는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고객들이 바라는 경기도 아니다. 호도고 야구팀은 ‘고교 야구는 수비 야구’라는 상식을 깨기로 했다. 야구팀은 사회에 대한 공헌도 시작한다. 육상부, 유도부 심지어 요리 동아리와도 협력한다. 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오히려 이들을 통해 야구단은 더 빨라지고, 더 튼튼해진다. 호도고는 ‘노번트, 노볼’ 작전을 앞세워 고시엔 대회에 진출하고 그 결과,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드디어 고시엔 대회 예선전이 시작된다. 피터 드러커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경영(Management)이라는 분야를 학문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눈에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고객’이라고 봤다. 기업의 목적은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주장을 ‘뉴 포디즘(New-Fordism)’이라고 한다. 포드가 만든 ‘포디즘’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포디즘은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하고 대량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디즘에서는 인간도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스템의 하나에 불과하다.

 기업 경영의 중심은 사람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로 무장한 호도고 야구팀은 고시엔 예선 대회 첫 게임을 콜드게임으로 통과한다. 두 번째 세 번째 게임도 콜드게임이다. 경험이 없는 야구팀으로서 최대한 점수를 빼내자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4회전에서 사립 명문고까지 격파한 호도고는 5회전을 콜드게임으로 통과한 후 8강에 다다른다. 8강을 난타전 끝에 승리하고 드디어 4강이다. 1대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맞이한 9회말 수비. 유격수 유노스케의 잇단 실수로 위기를 맞지만 좌익수의 호수비로 경기를 마무리한다. 호도고 야구팀은 고민에 빠진다.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을 거듭하는 유노스케를 뺄 것인가 말 것인가. ‘고시엔 진출’이라는 성과를 위해서는 불안한 유격수인 유노스케를 결승전에서는 제외해야 하는 것이 맞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매니지먼트는 실패다. 그때 미나미가 불쑥 끼어든다. “설령 지더라도 유노스케의 성장을 믿고 계속 기용하는 것이 매니지먼트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기업 최대의 자산은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의 장점을 극대화해 성과를 이루는 조직이 기업이라고. 호도고 야구팀은 결승전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일군다. 승리의 주역은 유노스케였다. 9회 말 3-4으로 뒤지는 상황. 투 아웃 주자 1, 2루에서 유노스케가 친 타구는 2루수 머리 위를 꿰뚫는다. 우중간을 가른 볼은 펜스까지 구른다. 두 주자는 홈인. 게임은 끝났다. 경기를 5-4로 뒤집는 끝내기 안타였다.

피터 드러커의 가장 큰 업적은 기업 경영의 중심에 ‘사람’을 두었다는 점이다. 기업은 고객에 의해 존재하고, 직원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경영이란 인간에 관한 것이다. 경영의 과제는 사람들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방해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력도 뛰어났다. 지식사회, 지식산업이라는 화두를 끄집어 낸 것도 피터 드러커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은 줄여 ‘모시도라’라고 한다. 2010년 발간된 ‘모시도라’는 250만부가 팔려나가며 밀리언셀러가 됐다. 이후 만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지는 등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모시도라’는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기업의 성과를 드높이기 위해 리더는 뭘 해야 할까. 해운·조선산업을 시작으로 기업 구조조정 얘기가 많이 흘러나온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앞두고 노사가 대립한다. 계속된 불황으로 많은 기업이 벼랑 끝에 몰려있다. 이런 때 기업은,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피터 드러커에게 묻는다면 그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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