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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의 빈곤’ 우리는 밀레니엄 세대다

‘풍요 속의 빈곤’ 우리는 밀레니엄 세대다

밀레니엄 세대는 우울하다. 그리고 불안하다. 직장만 얻으면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21세기 산업혁명은 평생직장의 개념을 무너뜨리고 일자리를 가시방석으로 만들었다. 그들의 경쟁자는 이제 사람이 아닌 로봇일 수도 있다. 격변의 시대를 맞이한 밀레니엄 세대는 ‘돈’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미국과 한국 청년의 재테크 특성, 그들을 위한 알뜰살뜰 저축법 등을 소개한다.
 “우리 세대의 삶은 그냥 훨씬 힘들다” | 밀레니엄 세대는 현대 들어서 앞선 두 세대보다 학자금 대출과 빈곤, 실업률은 높아지고 부와 개인 소득이 줄어든 첫 세대
스테판 캄파논(25)은 자신의 미래가 기다리는 회의실로 향했다. 지난 1년간 그는 고향 로드아일랜드의 은행에서 일했다. 그전에는 호텔 객실관리부, 웨이터 등 저임금의 잡일을 전전했다. 3년 전 불경기가 한창일 때 졸업한 그에게는 학자금 대출 6만 달러가 남아 있다. 그런데 은행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급여 인상의 기회가 왔다.

회의실에 들어간 캄파논은 경영진 앞에 앉았다. “‘뛰어난 업무 처리’를 보여줬기 때문에 급여 인상 자격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인상분은? 1년간 333달러였다. 캄파논은 재빨리 머리 속으로 계산했다. 일주일에 6달러 정도였다. 허탈해진 그는 천천히 자리로 돌아왔다. “컴퓨터 스크린을 멍하니 쳐다봤다. 벽에서 컴퓨터를 확 뜯어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학자금 대출 외에도 월세와 각종 공과금으로 벅찼던 상황이라 더 이상 빚을 지지 않으려면 월급 인상이 절실했다. 1년을 더 버티고 결국 회사를 관둔 그는 부모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금은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버티는 중이다.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추진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감만 느껴졌다”고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한 캄파논은 말했다.

소득과 저축 부분에서 그에게 공감하는 밀레니엄 세대는 많을 것이다. 7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성인이 된 밀레니엄 세대는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어 손쉽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과 돈의 관계를 분석해 보면 경제위기로 특징되는 이들 세대를 조금이나마 분석할 수 있다. 신용카드 대출을 받아 학자금을 내고, 청춘의 방탕함 대신 놀라울 정도로 보수적인 저축관을 가진 이 세대는 경기침체 속에서 자신들만의 길을 걸어왔다.

“우리 세대의 삶은 그냥 훨씬 힘들다”고 캄파논은 말했다. 그는 최근에 금융설계사 연수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다. 금융상품 수수료를 받는 일이라 아직 월급은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다시 한번, 기도가 필요하다.”

어느 시대나 ‘요즘 젊은 것들’은 불만이 많다고 비난한다. 밀레니엄 세대의 또 다른 이름인 Y세대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수를 따라잡은 Y세대 7500만 명은 ‘속았다’는 기분을 느낄 만한 이유가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2014년 보고서를 보면, 밀레니엄 세대는 “현대 들어서 앞선 두 세대보다 학자금 대출과 빈곤, 실업률은 높아지고 부와 개인 소득이 줄어든 첫 세대다.”경제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대졸자의 실질 급여는 2000년 이후 2.5% 하락했다. 이전 세대의 경우 26세가 되면 중간소득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밀레니엄 세대는 평균 30세에 가서야 중간소득에 도달했다. “밀레니엄은 달라진 현실을 마주한 첫 세대”라고 조지타운대학 교육 및 노동력 센터 창업이사 안소니 카니베일은 말했다.

금융계를 불신하는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는 안전한 저축을 선호한다. 사진은 2011년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시위 ‘월가를 점령하라’.
밀레니엄 세대의 어려움 중 대부분은 금융위기로 시작됐다. 위기 이후 일자리 1100만 개가 사라졌고, 실업률은 10% 이상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도시토지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 10명 중 1명은 집이 압류되는 걸 지켜본 경험이 있다. 라틴계와 아프리카계 이민자 가정으로 가면 이 비율은 16~17%로 더 높아진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향도 있다. 일례로 중간소득은 수십 년 간 제자리를 맴돌았고, 대학 등록금은 35년간 4배로 치솟았다. “밀레니엄 세대는 지금도 진행 중인 미국 경제의 구조적 흐름에 갇혀 있다”고 카니베일 이사는 말했다. 고졸자를 주로 흡수했던 저임금 일자리 수백만 개는 해외로 아웃소싱되거나 혁신을 통해 사라졌다. 불경기로 사라진 일자리의 2/3를 차지했던 중간 수준의 일자리 또한 경기 회복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학자금 대출 부담이 커졌다. 새로운 미국 재단(New America Foundation)에 따르면, 2013년 대졸자 중 학자금 대출자는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2004년에는 이 수치가 53%였다. 같은 기간 대학생의 평균 상환 부담금은 33% 증가했다. 높은 대출금 부담은 밀레니엄 세대의 결혼부터 주택 구입, 저축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학자금 대출에 짓눌린 밀레니엄 대학생 중 다수는 대학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도 많이 한다. “대출금 상환은 너무 힘들다”고 오하이오 주 톨레도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겸 고객관리자로 일하는 제이콥 쉽카(28세)는 말했다. 학자금 7만 달러를 대출받은 그는 매달 원리금 상환으로 800달러를 낸다. “열여덟 살 때 내린 결정의 대가로 쓴 약을 삼켜야만 한다.”

대학에 실망한 밀레니엄 세대는 많다. 저스틴 우튼(30)은 고향 뉴올리언스가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홍수에 잠기기 3개월 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진학이 확정됐던 그가 대학에 다니기까지 2년이 걸렸다. 방송언론을 전공한 그는 배턴루지에 있는 서던대학을 2012년에 졸업했다.그러나 스포츠 방송 쪽에서 일자리 얻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모교는 명문대가 아니었다. 백인이 장악한 방송 분야에서 흑인인 자신의 피부색이 장애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방송국 밖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 또한 좀처럼 쉽지 않았다. 엔터프라이즈 렌터카 면접을 본 우튼은 안내 데스크에서 필요한 ‘기술’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었다. 지금 우튼은 파트타임으로 풋볼 보조 코치, 라디오 방송국 홍보 관리자로 일한다. 둘 다 시간당 급여가 9달러다. 불완전 고용 상태에 놓인 건 우튼 만이 아니다. 연방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 대졸자 절반이 4년제 대학 교육이 필요 없는 일자리에서 일한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36%(40년 만에 최고치)의 밀레니엄 세대와 마찬가지로, 우튼 또한 아버지 집에 얹혀 산다. 학자금 2만 달러도 갚아야 한다. “졸업하면 바로 취직할 거라 생각했다”고 우튼은 말했다. “이제 트럭이라도 몰아야겠다. 졸업 후 3년이 지나니까 제대로 된 곳에 취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튼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밀레니엄 세대와 돈의 관계를 규정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밀레니엄 세대는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증권가와 금융상품에 깊은 불신을 갖게 됐다. 주식에 투자하는 밀레니엄 세대는 전체의 1/4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주식에 투자한다 해도 투자 방식은 매우 보수적이다.

밀레니엄 세대와 금융 서비스의 거리를 보여주는 통계는 또 있다. 30세 미만 미국인 중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은 37%밖에 되지 않는다고 뱅크레이트닷컴은 발표했다. 반면,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성인의 신용카드 보유율은 65%다.웨스트버지니아에서 대학 조정팀 코치로 일하는 아만다 메릿(27)은 성인이 된 후 신용카드에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시류에 뒤떨어진 걸 따라잡으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메릿은 말했다. 그녀는 코치로서 인정받고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식료품점에서도 일한다. 고모할머니집 지하실에서 사는 것도 벌써 수 년이 넘었다. 월급은 적은데 학자금 상환 부담이 크다 보니 신용카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음식값과 주유비를 내기 위해 신용카드를 처음으로 발급받았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지만, 밀레니엄 세대는 저축을 잘한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월 소득의 5% 이상을 저축한다고 답한 Y세대는 절반이 넘었다. 이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들 중 60%가 저축액을 ‘꽤, 혹은 크게 늘릴 만큼’ 소득이 충분치 않다고 답했고, 73%는 학자금 상환 때문에 비상금 저축을 뒤로 미루고 있다고 했다.

우튼의 상황 또한 이들과 다르지 않다. “수년간 저축하지 못했다. 버는 돈은 식료품과 공과금으로 다 나간다”고 그는 말했다. “이러다 평생 일만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걱정될 때도 있다.”

경제적으로는 운이 나쁘지만, Y세대는 낙관주의로 가득 차 있다. 냉소적이고 일을 싫어하는 걸로 알려진 바로 전의 X세대와 대조되는 특징이다.

35세 미만의 자가주택 보유율이 2004년 최고치에서 9%나 떨어졌지만, 도시토지연구소 설문조사에서 밀레니엄 세대의 70%는 2020년까지 자신의 집을 살 계획이라고 답했다. 부모님보다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답한 밀레니엄 세대는 10명 중 9명에 달했다.

벌써 그만큼 많은 돈을 버는 청년도 있다. 정보화 시대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된 덕분이다.

애니 마-위버(28)는 구글 영업운영팀 관리자로 일한다. 중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4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아버지는 뉴저지 주에서 작은 규모의 선박업을 했다. 어렸을 때는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먹고 살기 위해 버둥대던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초라한 행색 때문에 또래로부터 놀림당한 적이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 사업이 잘 풀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마-위버는 학자금 대출 없이 부모님 지원으로 컬럼비아대학을 무사히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2학년 이후부터 등록금을 제외한 모든 생활비는 혼자 힘으로 벌어야 했던 것이다. 마-위버는 이중 전공을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친구들이 학교 구내식당에서 몰래 가져다 준 음식을 먹었다. “이런 경험은 실제 큰 도움이 됐다”고 마-위버는 말했다. “덕분에 온실 속 화초가 되지 않았다.”컬럼비아대학에서 마-위버는 컨설팅과 투자금융, 학술 연구 등의 분야에서 임시직을 맡으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뭐가 잘 맞는지 알기 위해 가능한 건 다 해본다”는 원칙이었다. 그리고 법학 대학원 합격 통지서를 받았을 때 구글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6년이 지난 지금, 마-위버는 컬럼비아대학에서 만난 남편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침실 1개짜리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 남편이 가족과 친구 등 고객 약 20명의 투자금을 받아 주식형 헤지펀드를 운용하지만, 부부는 “검소하게” 살고 있다고 마-위버가 말했다. 자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절반은 운, 절반은 의지 덕분이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행운이 던져준 기회를 잘 잡았다.”

그러나 마-위버만큼 운명을 잘 헤쳐나간 밀레니엄 세대는 많지 않다. 부티크 컨설팅업체 브릿지웍스의 세대 연구 전문가 리사 월든은 대중매체에 자주 나오는 성공한 20~30대 모습을 일반화하는 걸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이나 도심 근처에서 살지 못하는 87%의 “감춰진 밀레니엄 세대”도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매체에 나오는 “멋지게 문신을 하고 인디언페일 에일 맥주를 마시며 정원을 거니는 멋쟁이” 이미지에 이들의 진짜 모습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월든은 장난스레 말했다.

“그건 밀레니엄 세대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시카고의 세련된 동네에 살면서 야망에 넘치는 젊은이의 모습은 뉴스 기사에 내보내기 좋지만, 언론 보도는 그보다 훨씬 폭넓고 다양한 밀레니엄 세대의 모습을 담지 못한다. 밀레니엄 세대 중 40% 이상은 백인이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에서 소수민족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래도 밀레니엄 세대가 공유하는 역사는 사회적 계급이나 사는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한 세대의 모습이 그 속에 담겨 있다.

캔자스시 메트로폴리탄 커뮤니티 칼리지에 재학 중인 케이티 워커(22)는 공익 변호사가 되려 한다. 악명 높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들어가려면 학자금 상환 부담이 얼마나 커지는지 잘 안다. 그러나 워커는 직업을 선택할 때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윤리적 의미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는 얼굴을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워커는 말했다. 그러나 포기하고 패배를 선언할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 “그것 말곤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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