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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위험자산·안전자산 제자리 찾아갈 듯

[증시 맥짚기] 위험자산·안전자산 제자리 찾아갈 듯



summary | 선진국 국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엔·달러 환율은 100엔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오는 등 가격 부담이 생겼다. 이 상태에서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려면 경제 상황이 호전돼야 하는데 아직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험자산도 비슷하다. 작년에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위험자산의 가격이 크게 하락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상 가능성이 작아져 하락의 상당 부분이 메워졌다. 가격이 많이 올라 새로운 상승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쉽지 않다.

브렉시트의 진원지 영국에서 상반된 두 개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파운드화 가치다. 좀처럼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브렉시트 당일 8% 떨어진 걸 비롯해 지난 한 달 사이에 10% 넘게 가치가 하락했다. 선진국 통화로는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전망도 좋지 않다. 조만간 31년 전 금융위기 당시 저점이었던 파운드당 1.1달러 밑으로 내려갈 거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하나는 주가다. 영국 주가는 파운드와 달리 크게 상승했다. FTSE100지수가 브렉시트 당일 5800으로 떨어졌다가 최근에 6600으로 올라왔다. 2주 사이에 10% 넘게 상승한 건데 영국 주가가 얼마나 강했는지는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독일 주가는 여전히 브렉시트 직후 기록했던 저점 부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 급락으로 영국 증시 상승

영국 주가 상승이 파운드화 가치 급락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주가가 브렉시트 이전과 동일하더라도 파운드화가 약세였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가격이 15% 가까이 하락한 셈이 된다. 저가 매수가 유입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분석이 맞다면 파운드화는 다시 강해지든지 아니면 영국 주가가 떨어지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파운드화 약세에 힘입어 자금이 들어왔지만, 그 자금 때문에 파운드화가 다시 강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화와 함께 영국의 은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만간 부실이 가시화되면서 큰 충격이 올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주가 하락과 브렉시트가 이런 우려를 확산시킨 직접적 계기였다. 영국의 은행주 주가는 금융위기 직전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리 하락으로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축소된데다 브렉시트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부실 자산이 양산될 거란 우려가 더해진 결과였다.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듯 최근 영국 부동산과 연계된 투자신탁 상품이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유로의 다른 지역으로 소재지를 옮기는 회사가 늘어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 때문이었다.

브렉시트에 관계없이 파운드화는 약세 국면을 지속하는 게 맞다. 영국의 경상수지가 15년 내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도 비슷하다. 영국 주택가격은 금융위기 직후 일시 조정을 거친 후 2010년부터 재상승해 현재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가격이 높아 언제든지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브렉시트가 그 계기가 됐을 뿐이다.

상황이 안 좋지만 앞으로 더 악화될 것 같지도 않다. 이번 사건의 영향이 자산운용사에 국한해 나타나고 있을 뿐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환매가 자산운용사에서 계열 금융회사로 확대됐을 것이다.

과거에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2007년 8월 서브프라임 사태로 BNP파리바의 3개 펀드에 대한 가치평가와 환매가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운용사 외에 BNP파리바가 발행한 대부분의 펀드에서 대규모 환매가 일어났는데, 유럽은행(ECB)이 자금을 공급하기로 결정해 겨우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지금은 부동산 관련 펀드 쪽의 환매 중단에도 다른 펀드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범위가 한정된 만큼 문제가 심각하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다.

영국 대형 은행들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점도 상황 악화를 막는 힘이 되고 있다. 영국 주요 은행이 시행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LTV 비율이 70%를 넘는 건 15%에 지나지 않는다. 부동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자금이 투입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규모 부실로 번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대형 주요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회사 때문일 텐데 소형 은행과 파이낸스 서비스회사의 경우 LTV가 70%를 넘는 곳이 30%에 달한다.

낮은 예대율도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영국 은행들의 예대율이 30년 내 최저치까지 내려왔는데, 대출이 과다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부실이 될 부분이 많지 않다. 2015년 말 기준 주요 영국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은 14% 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2011년 10% 대에서 4%포인트나 높아진 건데, 올해 3월 현재 우리나라 일반은행의 자본비율이 12%대 초반인 것과 비교된다. 이 역시 금융권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충분히 방어를 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2014년에 영란은행(The Bank of England)이 영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적이 있다. 특정 사유로 인해 영국 환율이 30% 하락할 경우를 가정했는데, 대규모 자본 유출로 영국의 주거용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각각 35%와 30%의 하락하더라도 영국의 금융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현재 상황이 2014년 스트레스 테스트 때와 같지 않지만 주요 은행들이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고, 예대율과 담보대출 상품들이 건전하다는 걸 감안할 때 브렉시트 이후 우려하고 있는 부분들이 영국에서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브렉시트에도 주식시장이 나쁘지 않았다. 1차 고비는 넘은 셈인데, 완전한 상황 종료는 영국 파운드화와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후에 가능하지 싶다.

브렉시트 이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올라가고 있다. 안전자산으로는 선진국 국채와 엔화가 대표적인데, 특히 엔화 가치는 연초 이후 15.5% 상승했다. 상반기 상승으로 아베노믹스에 의해 3년 동안 하락했던 부분의 절반이 사라질 정도였다. 방어적인 투자가 안전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력이었다. 신흥국 국채와 주식은 위험자산에 해당하는데, 투기적 수요가 역할을 했다. 이렇게 둘은 상승 요인이 반대지만 유동성을 끌어들이는 동기에서는 차이가 없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불안해 하면서도 그 속에서 수익을 얻으려는 욕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 상황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동시 상승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가 개선되는 것도, 그렇다고 나빠지는 것도 아닌 상태인데, 이 때문에 평범한 투자보다 모험적인 투자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패턴은 점차 약해질 것이다. 선진국 국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엔·달러 환율은 100엔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오는 등 가격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려면 경제 상황이 호전돼야 하는데 아직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험자산도 비슷하다. 이들의 가격이 올랐던 밑바탕에는 미국 금리가 자리잡고 있다. 작년에 금리 인상 우려로 위험자산의 가격이 크게 하락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상 가능성이 작아져 하락의 상당 부분이 메워지고 있는 것이다. 가격이 많이 올라 새로운 상승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쉽지 않다.
 건설·철강·바이오주 가격 부담
오래 전부터 주식시장도 양 극단에 있는 종목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대표적인 게 건설·철강 주식인데 2월부터 두 달 간 상승했고, 낮은 가격이란 안전판이 주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바이오 주식은 반대로 성장성을 위해 고주가라는 위험을 감수한 선택이었다. 둘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이제 건설·철강주는 저가 매력의 상실 때문에, 바이오는 성장성만으로 주가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높아진 때문에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은 상태가 됐다. 브렉시트 이후 불안정한 상황이 정리되면서 중간에 있는 자산의 가격이 올라야 한다. 그래야 오랜 시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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