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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수익성 높이려면] 수수료·투자 수입 늘려 ‘성장 절벽’ 넘어라

[보험사 수익성 높이려면] 수수료·투자 수입 늘려 ‘성장 절벽’ 넘어라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직격탄... 저가형 상품과 신성장동력 개발 필수
“저금리 기조와 글로벌 경기 침체, 고령화, 저성장 등 대외 악조건에 직면해 있다.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당분간 어렵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보험사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리면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자본 확충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데, 마땅한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최근 보험료를 올리고는 있지만 금융당국의 감시와 소비자의 반발 등으로 한없이 보험료를 인상하기도 어렵다.

한국 보험산업은 ‘성장 절벽’에 직면해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전년 대비 23.6%였던 보험업 성장률은 2013년 -3.4%로 주저앉았다. 2014년 4.4%, 지난해 5.5%로 반등했지만 올해는 3.2% 성장에 머물 걸로 전망된다. 이런 성장률이 내년에는 2%대로 떨어질 걸로 추산된다. 보험연구원은 내년 보험산업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저축성·연금보험 판매 어려워 성장 정체
보험 업계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장 이유는 고착화된 저금리에 있다. 특히 생명보험 업계의 타격이 크다. 생명보험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7%다. 지난해 6% 성장했지만 올해는 2.7%에 그칠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는 성장세가 더 떨어진다는 얘기다. 생명보험 회사들은 금리에 민감한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을 많이 판다. 그런데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런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어려워졌다.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을 제시하고 일정 수준의 금리를 내줘야 하는데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을 올리기 힘들어진 탓이다.

이미 생명보험 회사들은 과거에 팔았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생보사의 전체 보험료 적립금 중 연 5% 이상의 확정금리를 약속하고 받은 보험료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1.9%에 달한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25%에 머물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런 ‘역마진’ 위험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조7070억원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생보 업계의 올해 저축성 보험료는 2% 감소하고 내년에도 1.2% 줄어들 전망이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저축성보험은 방카쉬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팔 수 있는데 보장성 상품은 팔기가 어렵다”며 “하지만 앞으로 생보사들은 금리 영향을 적게 받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명보험사들은 오는 2020년 도입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한 대형 생명보험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연금과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아 수입보험료가 늘었는데 회계기준 변경에 대비해 자본을 쌓으려면 금리 역마진 리스크가 큰 연금과 저축성보험 등을 무턱대고 판매할 순 없다”며 “매출을 늘리기 위한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다소 낫긴 하지만 손해보험 업계도 녹록하지 않은 경영 환경에 놓여있긴 마찬가지다. 보험연구원은 내년 손해보험의 성장률을 2.9%로 내다봤다. 지난해(4.8%)와 올해(3.8% 추정)보다 낮은 수치다. 역시 저금리가 가장 큰 문제다. 연금보험과 보험 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손해보험 중 저축성보험의 보험료가 올해 각각 -1%, -19.9% 역성장하고 내년에는 각각 -1.1%, -22.5%로 더 위축될 것으로 보험연구원은 추산했다. 그나마 보장성보험과 일반손해보험이 올해 각각 11.8%, 3% 늘고 내년에도 각각 10%, 4.2%의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보험업이 처한 어려운 환경은 사실 국내 보험사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보험 업계 역시 저금리에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일본 등은 기준금리가 ‘제로(0)’이거나 아예 ‘마이너스’인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최근 “마이너스 금리로 보험 업계는 투자 수익 감소 및 현금흐름 불균형,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 증가, 소비자 행태 변화의 불확실성 등 세 가지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는 앞서 판매한 장기 보장상품의 보장이율이 현재 금리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 보험사들이 처한 어려움과 성격이 같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의 총자산순 이익률(ROA)은 0.69%로 2014년보다 0.01%포인트 올랐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6.99%로 2014년과 같은 수치에 머물렀다.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이 수치는 글로벌 보험사들도 한국의 보험회사보다 크게 높지 않다. 브랜드가치 평가 기관 인터브랜드가 올해까지 8년째 세계 1위 글로벌 보험 브랜드로 선정한 악사(AXA)의 ROA는 0.6%로 한국의 보험사들보다 오히려 못하다. ROE도 8.2%로 국내 보험사보다 수익성이 크게 높지 않다. ING(ROA 0.5%, ROE 10.1%), 푸르덴셜(ROA 0.7%, ROE 13.4%)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의 보험사들도 마찬가지여서 글로벌 위기 이전에 15%를 넘나들던 ROE가 지난해에는 4% 안팎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보험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생존 위기에 놓은 보험사들은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보험연구원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과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보험사들이 먼저 단기 실적 중심의 경영자 성과평가 체계를 장기적 보유계약 가치와 연동한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IFRS4 2단계 도입에 따라 재무건전성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에 맞는 자산운용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험사가 현재 무료로 제공하는 투자자문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할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계약자와 보험사가 위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업비 후취형 변액보험의 판매를 확대해 수수료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요국 보험사들의 대응도 비슷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대형 보험사들은 수익성 보전을 위해 보험료 인상 및 보장 범위 축소, 위험자산 투자 확대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응에도 한국뿐만 아니라 주요국의 보험사들이 성장 정체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보험 전문가인 토머스 로젠데일 에널리스트는 “저금리 환경에서 보험사들이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수단을 동원했지만 추가적인 수단이 거의 없다”며“향후 또 다른 충격 발생 시 중대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리스크 강화 및 비용 절감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구매여력이 약화된 만큼 각종 사업 비용 및 특약을 줄인 저가형 보험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기후변화 및 자연재해 등과 관련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및 수익원 창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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