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전기가 바꾸는 도시의 운명 [김현아의 시티라이프]
- [지방선거와 도시]③
지원금보다 중요한 전력 인프라
인구 유입을 만드는 조건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서울의 부동산 민심이 6월의 심판대를 향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면, 이제 시선을 수도권 바깥으로 돌려보자. 지방선거는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집값이 아닌 다른 무게로 6월을 기다리는 도시들이 있다. 비수도권의 지자체들은 저마다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을 공약 1순위로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그 경쟁의 무기로 꺼내드는 것들을 들여다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전입 지원금 ▲청년 정착금 ▲민생지원금. 형태는 달라도 결국 ‘현금’이다. 돈으로 사람을 부르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 돈은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진짜 주목해야 할 공약은 무엇일까. 때마침 그 답을 가늠케 하는 법 하나가 6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 이름만 들으면 전력 전문가들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법이 지방선거와 맞물려 작동하기 시작하면 도시 간 경쟁의 판도를 근본부터 바꿀지도 모른다.
티부의 발로 하는 투표, 기업은 전기를 따라간다
1956년 미국 경제학자 찰스 티부는 평범한 이사 결정 속에 거대한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봤다. 사람들은 투표소에서 도장만 찍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조건을 갖춘 동네로 ‘이사’를 가는 방식으로도 선택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를 흔히 ‘발로 하는 투표’(Voting with feet)라고 부른다. 생각해보면 익숙한 장면이다. 아이 학교 때문에 학군 좋은 동네로 이사하고, 은퇴 후엔 공기 좋고 의료시설 있는 소도시로 내려간다. 그 이사 결정 하나하나가 사실은 지방정부에 보내는 강력한 신호다. “당신네 도시는 내 선택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까?” 티부는 시민이 늘 이 질문을 발로 던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오늘날 이 이론은 기업 입지 경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클라우드 서버 시설 같은 첨단 인프라는 엄청난 전력을 소모한다. 이들이 공장 부지를 고를 때 따지는 첫 번째 조건 중 하나가 전기료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우리 지역은 전기료가 경쟁력 있다”며 손짓하는 것은 바로 이 발로 하는 투표를 기업에게 유도하는 전략이다.
6월의 법이 바꾸는 도시 경쟁의 문법
분산에너지법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내 동네에서 만든 전기는 내 동네에서 먼저 쓴다.’ 지금까지는 정반대였다. 지방 앞바다와 들판에서 만든 전기가 수백 킬로미터 송전탑을 타고 수도권 데이터센터까지 달려갔다. 전기를 만든 지역 주민들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부담은 고스란히 떠안으면서도, 전기료 혜택은 누리지 못했다. 이 법은 그 구조를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지역 안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구조를 만들고 그 지역엔 전기료 혜택도 준다.
▲울산 ▲제주 ▲부산 ▲전남 ▲경북 등 7개 지자체가 이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 됐다. 2025년 11월 ▲전남 ▲제주 ▲부산(강서) ▲경기(의왕)가 1차로 지정된 데 이어 같은해 12월에는 ▲경북(포항) ▲울산 ▲충남(서산)이 추가로 확정되며 첫 라운드 경쟁이 마무리 됐다. 특구로 지정된 지역은 전력 직거래가 가능해지고 기업 유치 경쟁력이 생긴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인증을 필요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지역은 단순히 ‘전기가 싼 곳’이 아니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곳’이 된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이 취임 직후 맞닥뜨릴 가장 현실적인 과제가 바로 이 경쟁이다. 다만 이 과정을 단순히 ‘비수도권의 기회’로만 볼 일은 아니다. 수도권도 이 변화 앞에서 근본적인 고민을 피할 수 없다. 수도권의 전력 수요는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고, 소각장과 데이터센터 입지 문제는 서울과 인접 지역 사이의 갈등을 점점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생산이든 폐기물 처리든, 수도권 역시 더 이상 외부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자각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시작될 필요가 있다.
현금이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돈이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까. 현금성 지원 경쟁은 이미 전국으로 번졌다. 1인당 10만~30만원의 민생지원금, 전입 대학생 지원금, 출산장려금. 재정자립도가 30% 아래인 기초지자체가 전국의 80%를 넘는 상황에서도 이 경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방 현실이 절박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당장 사람이 떠나는 마당에 현금 지원은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볼 대목이 있다. 돈을 줄 때만 잠시 머무는 인구는 ‘손님’이지 ‘주인’이 되기 어렵다. 옆 동네에서 10만 원을 더 주겠다 하면 언제든 다시 '발'을 움직여 떠날 준비가 된 이들에게 쏟아붓는 예산은, 도시의 기초 체력을 키우기보다 재정을 고갈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티부 이론으로 돌아가보면, 사람은 단순히 이사 비용이 싸서 이동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구조적 이유가 있을 때 비로소 이동하고 정착한다.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돼 기업이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면 인구가 따라온다. 에너지 수익의 일부를 지역 주민에게 환원하는 모델은 현금 지원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착 유인 효과를 만든다. 이것이 현금 살포와 다른 점은, 세금을 쓰는 게 아니라 지역이 만들어낸 가치를 지역민에게 되돌린다는 데 있다.
2026년 3월 발표된 조사(기후정치바람, 2026 지방선거, 유권자의 선택: 기후가 표심을 흔든다)에 의하면 유권자의 53.5%는 “기후·에너지 공약이 좋으면 정치 성향이 달라도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에너지는 이미 환경단체만의 언어가 아니다. 전기료 걱정을 하는 시민, 공장 부지를 찾는 기업인,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는 청년이 모두 같은 질문을 향해 있다. 6월의 투표장에서 후보들에게 물어보자. “우리 도시가 전기를 어디서,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 알고 있습니까.” 그 답이 도시의 다음 10년을 가를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빠, 나 이러려고 만나?”... 한 번쯤은 공감했을 ‘그냥 필름’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3/03/isp20260303000042.400.0.jpg)
![“이 집에서 개가 제일 얌전”… 유튜브 ‘옥지네’가 보여주는 다정한 소란 [김지혜의 ★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2/22/isp20260222000072.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트럼프 “이란 다음은 쿠바” 무력행사 가능성 시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지인들과 연락 끊고 자취 감춰”…‘연예계 은퇴’ 조진웅, 근황 전해졌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李대통령 "다주택자 승진배제, 사실 아냐"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 ‘원화코인’ 앞세운 은행권…STO 결제 인프라 넘보나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김경남 웨이센 대표 “올해 해외 공략 본격화”…AI내시경 글로벌 표준 노린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