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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일본 백화점] 거리에서 사라질 날 곧 닥친다

[위기의 일본 백화점] 거리에서 사라질 날 곧 닥친다

대형마트에 밀리고 아웃렛에 치이고... 도심 집중 탓에 교외형 매장 대거 폐점
▎2017년 봄 폐점이 결정된 일본 미쓰코시 지바점. 장기 불황에 고객이 줄고, 아웃렛의 성장 등으로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일본 백화점 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 사진:동양경제

▎2017년 봄 폐점이 결정된 일본 미쓰코시 지바점. 장기 불황에 고객이 줄고, 아웃렛의 성장 등으로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일본 백화점 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 사진:동양경제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의 ‘싹쓸이 쇼핑’이 잠잠해진 것이 신호탄이었다. 교외형 점포(도심형과 외곽 지역 중 차량 통행량이 많은 도로를 따라 들어선 점포) 백화점이 잇달아 폐점을 발표했다. 거리에서 백화점이 사라지는 ‘폐점 도미노’ 현상이다. 도쿄 동쪽에 위치한 지바시 미쓰코시 백화점 지바점을 찾아갔다. 반년 후 문을 닫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온 9월 초, 매장 점원은 초조한 표정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언론에서 폐점 보도가 있던 당일에야 회사로부터 설명을 들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었다. 손님들도 몇 년 전부터 ‘(이렇게 손님이 없어서야) 위험한 거 아니냐’는 말을 하곤 했다.” 미쓰코시 백화점은 인구 240만 명에 달하는 지바시, 그리고 전철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입지는 나쁘지 않지만 주말에 가봐도 매장은 한산하다. 의류 매장은 여기저기 빈 곳도 눈에 띈다. 식품점은 직원을 불러야 안쪽 주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뭐랄까, 백화점 내에 축 처진 분위기가 감돈다.
 장기 불황에 지갑 닫은 국민들 아웃렛으로

지바점의 매출은 최근 몇 년 간 쭉 전년 대비 마이너스다. 1991년 최고조일 때에는 507억엔(약 5500억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익도 미쓰코시이세탄 홀딩스가 운영하는 백화점 중 가장 적다. 지금까지는 철저하게 저가 운영을 통해 어떻게든 영업을 유지시켜왔다. 설비투자도 최대한 제한했다. 영업 시간은 타 지점보다 1시간 이른 저녁 7시까지로 하고, 인건비도 삭감했다. 그럼에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쓰코시이세탄은 마침내 ‘추가 투자를 해도 장래 수익 개선 가능성이 없다(오니시 히로시 사장)’고 판단해 빌딩 임대계약 기간 만료를 1년 앞당겨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경쟁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지바현의 마쿠하리 지구에는 대형 쇼핑몰과 아웃렛이 들어서 있다. 과거 미쓰코시 옆에 있던 소고 백화점이 1993년 전철역과 바로 연결되는 위치로 이전하면서 백화점 고객이 줄기 시작했다. 루이비통이나 티파니 같은 해외 브랜드도 잇따라 미쓰코시에서 소고로 이동했다. 2018년에는 전철역과 연결된 빌딩이 재건축을 마치고 문을 연다. 역 주변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쓰코시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지바 파르코 백화점도 올 11월 철수가 예정돼 있다.

지역 주민들은 폐점에 대해 애석해하기도 하지만 냉정한 목소리도 적지 않다. 70대 여성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폐점은 당연하다. 같은 미쓰코시라도 니혼바시점과 지바점의 취급 브랜드는 전혀 다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물건값이 싸지도 않아 백화점에 가도 설렘이 없다.” 이 여성은 수년 전부터 근처에 있는 지바가 아닌 도쿄 백화점을 이용한다고 한다. 미쓰코시의 광고 문구는 이렇다. ‘멋 내는 날도 멋 내지 않는 날도 미쓰코시와 함께’. 이렇게 언제나 이용하는 백화점을 내세우지만 ‘백화점답지 않다’는 평을 받으며 지역 주민의 외면을 받았다.

울상을 짓고 있는 건 지바점만이 아니다. 올 2월에는 세븐앤 아이홀딩스의 세이부 가스카베점(사이타마현)이 폐점했다. 이사카 류이치 사장이 이끄는 세븐앤아이홀딩스도 지난 8월 초 계열사인 소고 백화점 2곳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이부 쓰쿠바점(이바라키현 쓰쿠바시)과 세이부 야오점(오사카 야오시) 두 곳으로 2017년 2월 말 폐점한다. 두 곳에서 45세 이상 정규직 사원을 대상으로 350명의 희망퇴직자를 모집 중이다. 폐점이 발표된 세이부 쓰쿠바점은 국제과학기술박람회가 개최된 1985년에 개업했다. 가족 동반이나 고령층이 고객의 대부분인데 1991년에는 매출이 최고 수준인 248억엔(약 2700억엔)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실적은 계속 나빠졌다. 지난해 매출은 128억엔으로 절정기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세이부 쓰쿠바점이 있는 쓰쿠바시 인구는 2016년 3월 기준으로 22만4000명이다. 10년 전보다 3만2000명 증가했다. 그럼에도 백화점은 문을 닫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쓰쿠바 익스프레스(TX)’다. TX는 이바라키현 쓰쿠바역과 도쿄 아키하바라역 간 직통 노선으로 2005년 개통했다. 편리한 교통 덕에 쓰쿠바는 도심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베드타운으로 자리 잡았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TX 개통 전후로 상업시설이 잇따라 들어섰다. 세이부 쓰쿠바점 주변에는 이온몰(일본 최대 종합 쇼핑센터)이 문을 열었다. 교통편이 좋아지면서 도심으로 쇼핑을 가는 사람도 증가했다. 이런 흐름에 대응하지 못해 폐점에 이른 것이다.
 유니클로 등 캐주얼 의류 급성장에 타격

현재 소고 백화점의 실적은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300만엔(약 1억4000만원)으로 가까스로 흑자를 유지했다. 전년 동기엔 5억3000만엔이었다. 수요 감소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번에 결정된 2곳의 폐점으로 소고 백화점은 이제 19개만 남게 됐다. 소고 측은 ‘남은 점포 중 현재 적자를 기록한 곳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븐앤아이 다른 관계자는 “지방 백화점도 300억엔 정도의 매출이 아니면 장기적으로 존속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다마센터 미쓰코시(도쿄도 다마시), 이온몰의 핵심 매장이던 사카이 기타하나타 한큐(오사카 야오시)도 곧 문을 닫는다. 가시와나 지바 등은 경합하는 지역이라 다른 백화점이 남아있지만, 사이타마현의 가스카베나 이바라키현의 쓰쿠바 등은 이번 폐점으로 완전히 ‘백화점이 없는 도시’가 된다. 이들 점포의 공통점은 도심 교외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일본 중산층이 도쿄 서쪽이나 가나가와·지바·사이타마현 등 교외로 이동하는 ‘도넛 현상’이 일어났던 1980년대 중반 이후, 백화점은 도심 터미널에서 교외로 이동을 시작했다.

당시엔 버블경제의 순풍을 타고 백화점 업계가 황금기를 맞이했던 시기다. 1991년에는 시장 규모가 9조7000억엔(약 104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백화점에 가서 명품 패션 아이템을 구입하는 일에 도취된 시기였다. 특히 여성 의류매장은 엄청난 인기몰이로 7~8층 규모의 백화점 내 3개층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팽창했다. 도심의 대성공으로 백화점들은 교외에 거주하는 중산층을 노렸다. ‘근처에 매장이 있으면 거기에서 쇼핑을 할 것’이라는 발상이었다. 이에 약 3만㎡ 이하 규모의 중형점이 대거 등장했다. 폐점이 결정된 미쓰코시 지바점은 1984년, 세이부 쓰쿠바점은 1985년에 개업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전략은 단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후 교외에는 라라포트나 이온몰 등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복합 쇼핑센터가 잇따라 들어섰다. 가족 동반 고객은 쇼핑뿐만 아니라 자녀를 데리고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본다. 오랜 시간 머물면서 무료 주차 필요하니 쇼핑센터를 더 선호한다. 한창 의류에 많은 돈을 쏟았던 소비자들이 버블 붕괴와 함께 지갑을 닫기 시작한 것도 향을 미쳤다. 유니클로나 시마무라 등 가격이 저렴한 캐주얼 의류점이 급성장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달리 백화점의 자랑거리였던 고급 의류 소비는 줄었다. 이 때문에 버블 붕괴 이후 백화점 업계는 수시로 채산이 맞지 않는 지점 폐쇄를 추진해왔다. 1990년대 후반에는 자본력이 떨어지는 지방 백화점이 줄지어 파산했다.
 임대료로 겨우 연명하는 지방 백화점들
이런 움직임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 것은 최근 2년 동안 부유층과 방일 관광객의 왕성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고급 시계를 싹쓸이한 2015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간은 백화점 총 매출이 전년을 웃도는 현상이 계속됐다. 교외점의 부진도 도심의 호황으로 메울 수 있었다. 하지만 단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이후 방일 관광객 소비가 정체되기 시작했고, 긴자나 신주쿠, 신사이바시 등 도심을 기반으로 하는 백화점은 큰 타격을 입었다. 2015년 많은 방일 관광객이 찾아왔던 미쓰코시 긴자 점의 올 1~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떨어졌다. 기업 전체 실적도 마찬가지다. 마루이 마쓰자카야 백화점을 운영하는 J프론트리테일링은 최근 3~6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2% 감소했다.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도 47% 줄었다.

백화점 각 사의 향후 과제는 주요 수입원인 핵심 매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지금까지 유지해온 교외 지원 정책을 계속할 여유가 없어졌다. ‘폐점 도미노’는 한층 확산될 조짐이다. 미쓰코시이세탄은 지바점이나 다마센터점 외에 이세탄 후추점, 사가미하라점, 마쓰도점 등 적자 점포를 안고 있다. 특히 후추점의 매출는 1~8월까지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지바점 이상으로 실적 악화가 뚜렷해 ‘(폐점 검토 대상)에 올라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고전하는 교외형 백화점을 살릴 방법은 있을까? 현재 대부분의 백화점에서 관측되는 경향은 스스로 매장을 축소하고, 손님들이 몰릴 말한 대형 업체를 새로 유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이부 야오점(오사카 야오시)은 4층에 있던 아동복 매장에 유니클로와 ABC마트(신발), 라이트온(의류)을 입점시켰다. 5층 신사복 매장에는 같은 세븐앤아이 그룹 산하의 로프트와 이색 서점 빌리지 뱅가드 등이 들어왔다. 그리고 6층 가구 매장에는 무인양품(생활용품을 주로 취급)이 입점했다. 다른 기업을 입주시키면 매출은 상대적으로 줄지만 일정 임대료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경영에 도움이 된다. 물론 백화점은 이들 유력 업체의 커다란 집객력에도 기대를 건다.

하지만 입주 업체와 본체인 백화점의 상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당연하다. 예를 들어 애초에 유니클로 방문을 목적으로 백화점을 찾은 고객은 백화점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 세븐앤아이 그룹 세븐 그룹 출신으로 업계에 정통한 미우라 아쓰시는 이런 상황에 빠진 교외형 백화점을 ‘잡거 빌딩’이라고 표현한다. 오니시 미쓰코시이세탄 사장은 “점포 면적의 70%는 개별 브랜드 매장이나 편집숍으로 두고, 나머지 30%에서 임대료 수입을 거두는 복합시설 모델로 갈 것”이라며 “다만 이런 구상이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화점 폐점은 상점가 등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9월 초 JR가와사키역 동쪽 출구 앞 일대를 방문했다. 백화점 ‘사이카야’가 있던 자리는 회색 천막으로 뒤덮여 건물 해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난 2015년 5월 실적 악화로 폐점을 발표했을 때에는 그 해 여름부터 해체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재개발을 원하는 가와사키시와 토지 소유권자인 투자조합 사이의 의견 충돌이 있었다. 그래서 최근까지 이 건물은 거의 폐허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방치돼 있었다. 가와사키시는 2015년에 사이카야 부지에 도박장이나 유흥업소 개업을 못하도록 하는 지구 계획을 만들었다. 내년 봄이면 해체 공사도 끝날 예정이지만 아직 재개발 계획은 세워진 것이 없다. 시의 재개발 담당자는 “부지 이용에 대해 조합과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며 “도대체 (그 자리에) 무엇을 하면 성공할지 누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골치 아픈 듯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역 반대쪽인 서쪽 출구에는 쇼핑센터 부문에서 일본 최대 매출을 자랑하는 라조나 가와사키 플라자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상업시설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문 닫은 백화점 자리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

300㎡가 넘는 거대한 백화점을 기존 시설 그대로 활용하는 가전 매장도 있다. 폐점한 미쓰코시 요코하마점은 요도바시카메라에, 미쓰코시 이케부쿠로점은 야마다전기가 됐다. 9월에 폐점한 소고 가시와점 별관에는 2005년부터 비쿠카메라가 입점해 있다. “불황으로 백화점 폐점이 이어진 2001년쯤 건물 한 채를 통째로 빌려 장사를 시작했다. 사업이 잘 되자 그 후로 기회가 생기면 우선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비쿠카메라 관계자). 임대를 하는 백화점 입장에선 개별 업체에게 따로따로 빌려주는 것보다 통째로 빌려주는 편이 이득이다. 다만 이 경우 임대료는 낮아진다.

니토리 홀딩스의 점포개발 책임자인 스도 후미히로 전무는 “2~3년 전부터 백화점 폐점이나 입주 업체를 모집한다는 정보가 흘러 들어온다”고 이야기한다. 교외형 매장으로 성장해 온 니토리(일본의 이케아라 불리는 가구 전문점)지만 최근에는 역 근처에 적극적으로 문을 열고 있다. 9월 9일에는 요코하마 교외의 코난다이 타카시마야 4~5층에 입점한다. 백화점 내 입점은 두 번째로 올해 12월에는 신주쿠점 옆에 있는 임대빌딩 ‘타카시마야 타임즈스퀘어’ 개점을 앞두고 있다. 내년 3월에는 쁘랭땅 긴자 자리에 입점하는 등 도심 백화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잇다. 하지만 니토리가 백화점을 탐내는 건 백화점이라는 업종이 아니라 역 앞 ‘노른자땅’이라는 입지 때문이다. 대적할 상대가 없는 종합 할인매장 돈키호테도 추가 출점 장소 중 하나로 백화점을 검토 중이다. 바로 소고 가시와점이다. 기존 시설 그대로 이용할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만일 백화점 입점이 실현된다면 거리의 변화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사건이 될 것이다.

이미 백화점의 교외형 점포는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은 상권인구 50만 명 당 1곳이 적절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 이론도 믿기 힘들다. 일본의 백화점 매출은 도쿄·나고야·오사카가 전국의 50% 가까이를 차지한다. 교외형 백화점 폐점으로 도심 점포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다카시마야는 150억엔(약 1600억원)을 투자해 니혼바시점을 개장했다. 미쓰코시이세탄도 200억엔을 들여 니혼바시점 개장을 단행한다. 이렇게 도심 집중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과거 큰 거리의 상징이었던 백화점이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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