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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선거가 아니라 선발”

“이건 선거가 아니라 선발”

홍콩의 새 행정장관 간접선거에서 친중국파 캐리 람 선출되자 민주 진영의 반발 거세
▎캐리 람(가운데)이 경쟁 후보들과 함께 선거 승리를 선언하자 시위자들이 ‘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는 플래카드와 우산을 들고 항의했다.

▎캐리 람(가운데)이 경쟁 후보들과 함께 선거 승리를 선언하자 시위자들이 ‘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는 플래카드와 우산을 들고 항의했다.

캐리 람(59) 전 홍콩 정무사장(총리격)이 지난 3월 26일 실시된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승리했다. 홍콩의 새 지도자가 약 1200명의 선거위원회에 의해 간접선거로 선출된 것이다. 선거위원 대다수는 친중국파다. 그로써 이 지역의 민주화 시위가 다시 불붙었다.

홍콩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공식적으로 반환됐지만 ‘일국양제’(한 나라 안의 두 체제)의 원칙 아래 홍콩이 통치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홍콩의 자유와 삶의 방식을 보존하기 위해 준자치구 지위를 부여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근년 들어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들은 중국 정부가 합의된 원칙을 무시하고 홍콩을 완전히 지배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제5대 홍콩 행정장관으로 선출된 람도 친중국파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게다가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홍콩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위원회 투표에서 람 전 사장이 선거위원 1194명의 과반인 601표를 웃도는 777표를 얻어 차기 행정장관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경쟁자였던 온건 친중파 존 창 전 재정사 사장(재정장관 격,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다)은 람 당선인의 절반에 못 미치는 365표, 제3 후보였던 우쿽힝(70) 전 고등법원 판사는 21표를 얻는데 그쳤다.

그렇다면 홍콩의 첫 여성 행정장관으로 선출된 캐리 람은 어떤 인물일까? 홍콩 권력 순위에서 행정장관 다음 순위의 총리 격인 정무사장을 역임했으며 중국 지도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는다. 그녀는 렁춘잉 현 행정장관이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뒤에야 출마를 발표했다.

람은 올해 초 정무사장에서 물러난 뒤 은퇴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홍콩의 영자신문 스탠다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람은 이렇게 말했다. “맨 먼저 해외에 있는 두 아들을 찾아가고 싶다. 아이들이 괜찮다면 한달 정도 함께 지내고 싶다. 음식도 해주고 돌봐주고 싶다.”

1980년 홍콩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공무원이 된 람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인 2000년 사회복지부 국장이 되면서 복지 축소를 밀어부쳤다. 2007년 개발부 장관 재임 시절엔 항구지역 재개발 사업을 맞아 주민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낙후한 건물 철거를 밀어부쳐 ‘거친 전사’란 별명을 얻었다. 2012년 렁춘잉 현 행정장관에 의해 2인자인 정무사장에 취임한 람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정치개혁 실무 책임자로 일했고, 2014년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우산혁명’ 때는 학생 시위 지도부에 강경하게 맞서 중국 지도부의 결정적인 신임을 얻었다. 반면 반중, 친민주화 세력으로부터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람은 퇴임하는 렁춘잉 현 행정장관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친중국 성향이 강한 람의 행정장관 당선이 홍콩의 민주주의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우산혁명’의 주역이던 전 학생 지도자 조슈아 웡은 “이건 선거가 아니라 선발”이라며 “캐리 람은 우리에게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얄궂게도 홍콩 정부는 차기 행정장관 선거 다음 날인 3월 27일 저녁 ‘우산혁명’ 지도부를 공공장소 소란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 시라트 차바 아이비타임즈 기자

그런 조치와 함께 홍콩 행정장관 선거 과정의 대표성 결여는 이 지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 운동가들은 “홍콩의 지도자가 홍콩 주민이 아니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의해 선택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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