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운전할 때도 AI(인공지능)랑 대화를 해요. 옆 좌석에 친구가 있는 것 같아 심심하지 않아요.” 대기업에 다니는 한 임원은 올 한 해 AI와 상당히 친해졌다고 합니다. 업무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AI와 날씨는 물론이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를 주고받는다며 “대화 친구가 생긴 것 같아 좋다”고 했습니다. 

올해는 AI가 사람과 한층 가까워진 한 해였습니다. 이는 검색어 순위에서도 드러났는데요, 구글이 최근 발표한 ‘2025 트렌드 검색어’ 1위는 그동안 단골이었던 대형 스포츠 이벤트나 정치 이슈가 아닌 AI 챗봇 ‘제미나이’였습니다. 국내에서도 구글코리아가 발표한 ‘올해의 검색어’ 1위가 챗GPT였고, 제미나이·제타·퍼플렉시티 등의 AI 서비스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AI가 기업에서도 자리를 확실히 잡고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표하는 2025년 AI 인덱스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 세계 기업의 78%가 AI를 도입·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며 지켜봤던 AI가 이제 기업과 개인에게 필수 도구가 되면서 AI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가볍게 볼 수 없게 됐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딥페이크 범죄입니다. AI로 얼굴과 음성을 합성해 만든 성착취물,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합성해 불법 온라인 도박 등 범죄로 유도하는 가짜 영상은 명백한 디지털 범죄입니다. 

해킹 범죄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문 지식이 필요했던 공격 코드 작성도 이제는 AI를 활용하면 손쉽게 가능해졌습니다. 누구나 ‘준전문가급’ 해킹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된 셈입니다. 이처럼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AI 연루 범죄가 빠르게 등장하고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각국은 AI 규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내년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시행합니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마련된 AI 규제법이며 실제 시행되는 것은 글로벌 최초입니다. 이 법의 골자는 AI 안전성·신뢰성 검·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의료·투자·자율주행 등에 적용되는 AI는 ‘고영향’으로 지정해 안전성 확보 보고서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딥페이크 범죄와 관련해서는 AI에 의한 생성물임을 표시하는 ‘워터마크’ 규제가 담겨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이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에서 규제를, 그것도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규제 내용이 아직 명확하지 않고 시행령도 완전히 마련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한 법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AI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규제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고쳐 나가는 것입니다. 법과 제도 정비와 함께 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AI 윤리와 규범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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