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브렉시트’ 시동 걸었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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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브렉시트’ 시동 걸었다

메이 총리 ‘브렉시트’ 시동 걸었다

앞으로 2년 내 탈퇴조건 협상 매듭지어야…EU·영국 관계 어떻게 달라질까
▎유럽의 앞날은 영국과 나머지 EU 국가 간 브렉시트(EU 탈퇴) 이후의 관계 그리고 뒤에 남는 27개국 정책의 영향을 받게 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유럽의 앞날은 영국과 나머지 EU 국가 간 브렉시트(EU 탈퇴) 이후의 관계 그리고 뒤에 남는 27개국 정책의 영향을 받게 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공식화했다. 주요 선진국이 전략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정치·경제 공동체 탈퇴를 스스로 결정한 적은 역사상 없었다. 전쟁에서 패하거나 정치 혁명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동맹과 무역연합에 새로 회원을 끌어들인 사례는 많았지만 평화로운 결별 소식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의 EU 탈퇴는 장벽을 허물기보다 쌓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어둠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유럽의 앞날,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는 영국과 나머지 EU 국가 간 브렉시트(EU 탈퇴) 이후의 관계 그리고 뒤에 남는 27개국 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는 내셔널리즘이 유럽의 주류 테마로 자리 잡게 될까? 중동 극단주의와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또는 G20(주요 20개국)을 이끌고 글로벌 경제시스템을 지탱하는 데 미국의 든든한 파트너였던 유럽이 떨어져나갈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또는 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공격을 막아주겠다는 미국의 공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영국 유권자들은 지난해 6월의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이행하고 그 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협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부분적인 프레임워크는 존재한다. 영국은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통보문을 EU에 제출하면서 브렉시트에 시동을 걸었다. 그에 따라 탈퇴 조건(주로 재정적인)에 관한 협상이 시작된다. 협상은 EU 27개국이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 한 2년 내 결말을 내야 한다.

EU 회원국 전원의 동의로 협상과정이 연장되지 않는 한 합의가 되든 안 되든 영국은 EU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 뒤의 관계에 관해 어떻게 합의할지는 조약에 명시돼 있지 않다.

EU 27개국과 영국의 목표는 상충된다. EU 27개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영국과 EU의 미래 관계가 회원국일 때보다 훨씬 더 나빠 다른 회원국이 탈퇴할 생각을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영국 입장에선 이민 문제에 대한 통제권을 모두 되찾고 유럽재판소의 사법권과 EU 집행위원회의 규칙제정에서 벗어나는 것이 일차적 관심사다(지금은 EU 27개국 국민이 영국에 마음대로 드나들며 일할 수 있게 놔둬야 한다).

정치일정도 서로 맞지 않는다. EU 회원국들은 브렉시트의 ‘전염효과’로 인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우려해 영국에 강경노선을 취한다. 올해 있을 네덜란드 (지난 3월 15일), 프랑스(5~6월), 독일(9월) 총선에서 유럽회의론적인 유권자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따라서 EU 측은 아무리 빨라도 올 연말까지는 미래 관계에 관한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2020년의 차기 총선 전에 협상을 매듭지으려 열을 올린다. 영국 정부가 지금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때까지 협상 시간이 많지 않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월 17일의 주요 연설에서 주권 회복 이외에 영국 정부의 목표들을 열거했다. 그녀는 영국이 “양다리 걸치기를 원치 않는다”며 “영국과 EU 회원국들 간에 가장 자유로운 재화와 서비스 무역을 제공하는 포괄적이고 대담하고 야심적인 무역협정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EU 국가·기관 지도자들은 영국이 아주 쉽게 탈퇴하거나 더 좋아졌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목표를 염두에 둔 듯 강경 발언 일변도다. EU 수석 협상대표는 새로운 경제·정치 관계를 논하기에 앞서 탈퇴 협상에서 질서정연한 결별(최대 600억 달러의 탈퇴비가 언급됐다)에 관해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EU 파트너들은 또한 포괄적인 무역협정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거론하며 마무리 짓는 데 여러 해가 걸린다고 내다본다.

영국과 EU 간에 서로 다투지 않고 경제적 후유증이 없는 결별은 불가능할까? 새로운 무역·경제관계에 관한 협상이 반드시 복잡하고 오래 걸려야 할까? 만일 그렇다면 영국 경제는 EU에서 떨어져 나오는 날 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모른다. 재화·서비스 내부시장 거래의 모든 혜택, 그리고 EU와 다른 나라들 간 기존 자유무역 조건의 혜택을 잃기 때문이다.

타이밍 문제 그리고 EU의 정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협상을 다른 각도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선 이런 협상이 이제껏 전개됐던 모든 무역협상과는 다르다. 전후 세계의 모든 무역협상은 여태껏 쌍방간에 무역과 투자 장벽을 낮추거나 종종 분쟁해결 메커니즘에 따르는 무역규칙을 제정해 신뢰성을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EU-영국 협상은 이미 존재하는 장벽 없는 시장인 EU 재화·서비스 ‘단일 시장’의 토대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단일 시장이 불완전하더라도(특히 서비스 부문에서) 다른 어떤 유사한 경제관계보다 포괄적이며 영국과 EU 기업들이 국경검문, 쿼타 또는 관세 없이 상대 시장에서 상거래·투자를 할 수 있다. 제품안전과 표준에 단일 규제가 적용된다. 여태껏 실현된 적은 없지만 원칙적으로 장벽을 허물기보다는 장벽 없는 시장에 선택적으로 장벽을 추가하는 자유무역 협정을 수립하기가 정치적·기술적으로 더 쉬울 수 있다.

일차적으로 관세와 쿼타 장벽의 제거는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에 직면함으로써 경제적 기득권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벽 구축은 분명 수입품에 의존하는 일부 기업에 분명 피해를 주지만 외국 경쟁기업들에 불리한 환경에서 반사이익을 보는 측의 지지도 곧바로 늘어난다.

관세장벽과 서로 다른 규제 시스템을 가진 파트너들간 자유무역 협정의 협상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정 부분 농민과 제조업체들이 앞으로 닥칠 새로운 경쟁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미국·EU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대표들이 몇몇 어려움에 직면한 주된 이유다. TTIP에는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식품안전·자동차, 그리고 변형 농산품(특히 유전자재조합식품)과 농약에 관한 차이 등의 규제장벽이 포함됐다.

반면 새로운 EU·영국 협정은 오늘날의 자유무역 실행을 위한 새로운 토대 마련과 기존 규제 프레임워크의 유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이는 훨씬 더 쉬울 듯하다. 분명 EU는 영국이 EU의 제품·환경 기준을 적용하기 원할 것이다.

기득권층은 대체로 새로운 장벽에 반대할 듯하다. 기존의 통합된 가치사슬을 무너뜨리거나 양측에 정착된 소매유통 네트워크에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EU와 영국은 이 같은 시스템의 기본적 요소들을 확인하고 지금처럼 양측의 사업이 원활히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EU와 영국이 풀어야 할 숙제는 주로 정치적인 것이다. 양측 모두 경제관계가 전과 달라 보이기를 원한다. 영국은 자국이 EU 정부의 품에서 벗어났음을 자국민에게, EU는 영국이 더 나빠졌음을 회원국에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나 미국·멕시코와 달리 영국·EU 간 새로운 주요 무역 장벽(관세나 기타)의 신설을 실제로 지지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상 자동차·의약품·항공기 등 영국과 EU 제조업 중 상당 부분은 양측 국경을 초월한 가치사슬에 의존한다.

따라서 EU와 영국 협상대표들은 경제관계의 정치적 토대를 완전히 바꾸고, 영국이 탈퇴한 뒤 새로 접근하는데 따른 대가를 지불했음을 보여주되, 관계의 경제적 측면이 최대한 손상되지 않게 해야 한다. 여기에는 마술과 같은 트릭과 협상 드라마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어려운 과업은 아니다. 최소한 다른 지역 지역에서 자유화에 따르는 보호무역주의 역풍을 맞지는 않는다.

영국과 유럽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면 미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무역협정 비판론과 연관된 내셔널리즘을 누그러뜨리고 강하고 유능한 유럽과 글로벌 리더십을 분담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미국인에게 줄 수 있다.

- 찰스 라이스



[ 필자는 그리스 주재 미국 대사와 미 국무부 유럽담당 부차관보를 지냈으며 비영리·초당파 기구 랜드연구소의 부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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