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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외국인이 키운 증시 바통은 기관투자자로

[증시 맥짚기] 외국인이 키운 증시 바통은 기관투자자로

국내외 정치 이벤트는 증시에 영향 제한적...당분간 긍정적 시각으로 시장 바라봐야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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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발생할 걸로 예상됐던 큰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그동안 나왔거나 이미 가닥이 잡힌 정책을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해외 경제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트럼프노믹스다. 의료 보험 관련 정책이 어렵게 의회를 통과했지만, 생각지도 않던 정치적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노믹스 역시 마찬가지인데, 2018년 예산안이 통과되는 9월까지 실현 가능성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계속될 걸로 전망된다. 다행히 트럼프노믹스의 윤곽이 거의 드러나 지난해 4분기같이 막연한 불안감이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은 줄었다. 시행 시기가 조금 늦어질 뿐 정책 자체가 변할 가능성은 없어 정책이 주가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 정책 중에서는 소득중심의 성장이 눈에 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등장하던 성장 정책이 이번에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소득증대를 통해 소비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렇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낙수 효과로 대표되는 성장 정책의 핵심 논리가 지난 몇 년 사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두 가지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우선 새 정부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은 8조원의 세계잉여금과 세수 여유분이 있어 재정 정책을 펼 수 있는 재원이 확보돼 있다. 추경을 시행되더라도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물량이 많지 않아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국내 소득증대가 목적인 만큼 주식시장에서는 내수주가 관심을 모을 것이다. 문제는 정도인데, 내수주가 오른다 해도 그 대상이 많지 않고 상승 기간도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너무 넓어 주가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집중력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추가 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는 변수
미국 금리 인상은 여전히 관심거리다. 투자자들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걸로 생각하고 있다. 이 경우 5월 말부터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본격화될 텐데, 조정 요인이 별로 없는 상태여서 이 부분이 유일하게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라는 이벤트보다 FOMC 이후 미국 경제에 대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평가가 더 중요한데, 이를 통해 향후 금리를 얼마까지, 어떤 속도로 움직일지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이상으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연준의 재투자 정책이다. 그동안 연준은 은행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정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그렇게 늘어난 부분이 고스란히 연준의 자산 계정으로 잡혔는데, 경기가 좋아지자 중앙은행의 자산 축소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3월 FOMC에서 보유채권 재투자 정책 변경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됐고, 이후 여러 연은 총재들도 이 부분을 언급했다. 연내 재투자 정책의 변경 가능성이 커졌는데, 6월 FOMC에서 보다 진전된 언급이 있을 걸로 전망된다.

애초 주식시장에서는 12월쯤 자산 축소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미국의 정책 스케줄을 볼 때 예산안 처리와 관련한 시간이 필요하고 금융규제 법안 등도 통과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좀 더 빨라질지 여부가 6월에 결정될 텐데, 본격적인 유동성 회수가 결정될 경우 시장이 요동을 칠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건 주식시장에 악재다. 시장이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는 만큼 주가를 끌어내리는데 한계가 있겠지만, 금리 인상 횟수가 쌓이면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슈로 국내외 주식시장이 주춤했지만 이 부분이 시장을 꺾지는 못한다. 정치적 이벤트의 영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긍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이벤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작다. 둘째, 이런 정치적 요인보다 국내외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개선 등 펀더멘탈 개선이 더 강하다. 현재 개선 정도를 감안하면 정치적 불안 등 비 경제적인 요인이 상황을 훼손하는데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실적 회복이란 동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가 상승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망 긍정적인 세 가지 이유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 개선만큼 주가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 게 수급이다. 특히 외국인의 역할이 큰데,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선 지난해 12월 이후 8조1000억원, 주가가 박스권을 뚫은 올해 4월 20일 이후에도 2조8000억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의 역할이 크긴 했지만, 매수 규모만 보면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반년이 지나는 동안 누적 순매수액이 시가총액의 1%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3~05년 사이에 외국인은 석 달 만에 시가총액의 3%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를 지금 수치로 환산하면 매일 55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석 달 내내 순매수 한 게 된다. 당시 주가는 그렇게 많은 순매수에도 20% 정도 오른 데 그쳤다. 그걸 생각하면 이번 외국인 매수는 규모에 비해 영향력이 굉장히 센 것 같다. 무엇보다 시장의 거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인데, 주가가 오르지 않았을 때에는 박스권을 뚫지 못 할거란 전망이, 박스권을 뚫은 후에는 시장이 정말 바뀌었는지에 대한 의심 때문에 거래가 늘지 않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 몇 달간 주가 상승은 외국인이 매수 자금을 특정 종목에 쏟아 부은 결과라고 얘기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는 각각 4조9000억과 5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주식을 내다 판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6년 동안 박스권 상단에서 주식을 내다 판 사람이 항상 승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 경험으로 주가가 박스권 상단에 도달하자 매도를 시작했는데, 그 영향이 기관에까지 미친 것이다.

주가가 박스권을 뚫음에 따라 앞으로 매매 패턴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기관투자자의 변화가 예상되는데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전환이 기대된다. 지난 한 달간 기관들은 주가가 상승해도 주식을 사지 않았다. 주가가 단기에 급등해 매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인데, 주가가 조정에 들어갈 경우 기관이 적극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기관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과 반대로 외국인의 영향력은 작아질 것 같다. 주가가 계속 상승하든, 중간에 조정을 겪든 관계없이 거래가 늘어날 텐데, 주가가 오를수록 동일한 액수로 움직일 수 있는 지수 폭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와 직결되는 선진국 시장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금리 인상과 자금 회수 등 국제 유동성이 축소될 가능성이 큰 점도 외국인 매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거 어느 때에도 기관이 앞장서 시장을 바꾼 적은 없다. 처음 변화는 외국인이 만들고 기관은 뒤쫓아갔는데, 자금의 성격상 당연한 형태다. 펀드로 자금 유입은 항상 주가가 오른 뒤 시작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조만간 주식형 펀드 환매가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가 기관 매수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될 텐데 새로운 상승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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