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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 부동산 광풍 데자뷔

[양재찬 칼럼] 부동산 광풍 데자뷔

역사는 묘하게 오버랩된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동지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과열 현상이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한 달 새 1억원 넘게 뛴 곳도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말부터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 양도소득세 중과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냈다. ‘강남 부동산 불패(不敗)’가 아닌 ‘필패(必敗)’를 보여주겠다며 규제 대못을 박았지만 아파트값은 되레 더 뛰었다.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하며 노무현 정부를 괴롭혔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이를 지켜본 문재인 현 대통령으로선 지금 아마도 데자뷔를 느끼리라. 주택시장 동향을 직접 보고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집값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치솟는 집값뿐만 아니라 1400조원을 향해 달려가는 가계부채도 걱정이다.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가동하지 못한 채 정부가 출범했다. 내각 진용도 아직 짜이지 않았다. 7월 말이 시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연장할지 여부 등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결정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게다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인다.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LTV와 DTI 규제를 푼 것이 가계부채 문제를 낳았다”며 규제 강화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반면 부총리 후보자는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만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은 아니라며 LTV·DTI 기준 환원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LTV·DTI 규제는 금융감독원이 결정하는 행정지도이지만 상징성이 크다. 현행 기준을 유지하면 시장은 새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도시재생사업과도 연관 지을 수도 있다.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계속 몰리면 심사를 강화해도 가계대출이 늘어 가계부채도 증가할 것이다.

현재 LTV 70%, DTI 60%인 규제를 각각 60%, 50%로 환원하면 시장에 경고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미분양이 쌓이는 양극화 상황에서 일률적인 LTV·DTI 환원은 돈줄 죄기로 인식돼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부동산 광풍 지역을 정밀 타격하는 맞춤형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보다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지적 부동산 과열은 억제하면서도 전반적 경기 회복세는 유지시켜야 한다. 시장 참가자들이 오판하지 않도록 대출 규제부터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단계별 정책을 면밀히 짜 실행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인기다. 영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는다. 노 전 대통령은 동반자였던 문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을 게다. “친구여, 아파트값은 반드시 안정시켜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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