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이상향 ‘가상화폐’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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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이상향 ‘가상화폐’

디지털의 이상향 ‘가상화폐’

이더리움 공동개발자 조 루빈 “인터넷을 더 탄력적이고 공정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어”
▎사진 : GETTY IMAGES BANK

▎사진 : GETTY IMAGES BANK

이더리움 공동개발자 조 루빈은 IT 업계 거물과 연관된 고정관념을 대부분 허문다. 영양음료 소일렌트와 고급 수제 커피를 연료 삼아 돌아가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루빈의 책상 위에는 초콜렛 시럽 한 병이 놓여 있다. 그는 수시로 자신의 커피 컵에 시럽을 추가한다.

부하 직원과 함께 쓰는 책상 위에는 서류가 어지럽게 널려 있고 컴퓨터 몇 대와 초콜릿 자국이 있는 빈 머그잔이 놓여 있다. 루빈은 그 앞 회전의자에 앉아 가상화폐 업계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에 새로운 네트워크 인프라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블록체인에는 해킹이나 위조가 거의 불가능한 거래원장뿐 아니라 당사자끼리 직접 거래하는 P2P(개인간) 채널이 있다. 에어비앤비(숙박공유 서비스)나 페이팔(온라인 결제 서비스)처럼 수수료를 걷어가는 문지기는 배제된다. 그는 가상화폐의 미래가 비트코인 같은 통화거래에 그치지 않는다고 내다본다. 이더리움이 인터넷 혁신의 촉매제가 돼 더 탄력적이고 공정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하나의 강력한 개체가 시스템이나 그 관문을 통제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루빈은 블록체인을 이용해 기술을 통한 권력의 민주화를 추구한다.

▎조 루빈 창업자 책상에 놓여 있는 이더리움 로고. 그는 이더리움이 글로벌화된 네트워크를 이용해 곧 경제를 재편하리라 확신한다. / 사진 : VINCENT BALESTRIERE-IBT

▎조 루빈 창업자 책상에 놓여 있는 이더리움 로고. 그는 이더리움이 글로벌화된 네트워크를 이용해 곧 경제를 재편하리라 확신한다. / 사진 : VINCENT BALESTRIERE-IBT

구글과 페이스북이 지배하지 않는 인터넷의 미래를 상상해 보라. 또는 적어도 이용자 데이터에 대한 그런 막강한 기업들의 통제력이 약화된 미래를 상상해 보라. 거래 책임이 모두에게 투명하게 드러나는 한편 가상 ID 통제권은 개인에게 남는다. 이 같은 블록체인의 미래에는 이용자가 생성한 콘텐트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본인이 직접 챙김에 따라 IT 업계는 착취적인 사업 모델을 밑바닥부터 새로 수립해야 한다.

이더리움 전도사들은 이 같은 디지털 이상향의 건설에 매진한다. 루빈은 그런 꿈을 향한 구체적인 단계를 진척 시키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동료 미하이 앨리지 이더리움 공동개발자는 “우리는 대부분 ‘쿨한’ 일을 하려던 젊은 ‘해커’였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루빈은 ‘다른 편에서’ 일할 때 얻은 경험으로 ‘좋은 일’을 하려는 ‘은퇴한 은행가’에 더 가까웠다. 그는 초창기 핵심 멤버들에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이더리움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사용량과 인기도 면에서 비트코인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이더 토큰(가상화폐)은 가격 면에서 비트코인 다음으로 ‘비트코인 캐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더리움은 비탈리크 부테린이라는 신동이 작성한 논문을 토대로 2015년 세상에 나왔다. 루빈은 비트코인에서 영감을 얻은 부테린의 아이디어를 코딩으로 구현한 개발 팀의 일원이었다. 당시 캐나다 토론토의 52세 컴퓨터 과학자였던 그는 스타트업 콘센서스 시스템(콘센시스)을 창업했다. 아랍에미리트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파트너들이 현실세계의 블록체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도왔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음악 배급 플랫폼을 뮤지션과 팬들이 지배하도록 만들 수 있다. / 사진 : GETTY IMAGES BANK

▎블록체인을 이용해 음악 배급 플랫폼을 뮤지션과 팬들이 지배하도록 만들 수 있다. / 사진 : GETTY IMAGES BANK

앨리지 공동개발자는 루빈을 가리켜 가상화폐를 주류로 이끄는 핵심 인플루언서(트렌드 선도자) 중 한 명으로 묘사했다. 루빈은 블록체인 공간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부드럽게 유도하는 양치기 역할을 했다.

콘센시스는 수십 개국에 200여 명의 직원을 둔 세계의 선도적인 블록체인 컨설팅 업체로 널리 평가 받는다. 루빈은 “작지만 급성장하는 생태계에서 우리는 자석처럼 인력을 빨아들인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한 주에 여러 명씩 늘어난다. 앞으로 5명, 10명, 30명씩 불어날 것이다.”

뉴욕 본사는 브루클린 부시위크 지역의 창고에 자리 잡고 있다. 창고 외벽은 커다란 새 그림과 그래피티로 덮여 있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소란한 사무실에 전투적인 스타트업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다양한 언어, 칠판에 판서하는 소리, 요란한 타이핑 소리가 넘쳐난다.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은 24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루빈 측은 그의 순자산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앨리지 공동개발자는 “이더리움 초창기에 참여한 사람은 대부분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을 따라 움직였다”며 “돈은 ‘잘 될 경우’ 생기는 부수적인 효과로 봤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뉴욕 증권거래소와 도이체방크 같은 좋은 직장을 떠나 루빈의 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때로 블록체인 마니아들이 루빈의 실용적인 접근법에 이끌려 초대 받지도 않고 불쑥 찾아와 같이 일하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런 실용주의는 기업계에서 얻은 다년간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루빈은 1987년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뒤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 그 뒤 소규모 첨단기술 스타트업을 몇 군데 돌다가 가상화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1년께부터는 조금씩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 블록체인의 열렬한 추종자가 된 것은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훨씬 더 다양한 P2P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지 설명한 부테린의 이더리움 백서를 읽은 뒤였다.

루빈은 2014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부테린을 만났다. 해변의 작은 별장에서 일부 뜻 맞는 개발자들과 몇 차례 철야 회의를 가진 뒤 새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법률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미국 지역 책임자가 됐다. IT 업계에서 금융은 가장 규제가 심한 분야로 손꼽힌다. 따라서 가상화폐 네트워크의 출범은 특히 까다로운 작업이다. 그 프로젝트에서 루빈의 안목이 프로젝트를 현실적으로 이끄는 돛 역할을 했다.

앨리지 공동개발자는 “초기에 루빈과 법률전략 문제에서 긴밀히 협력했다”며 “그는 주로 미국측 변호사들을 상대한 반면 나는 주로 영국·스위스 변호사들과 접촉했다”고 말했다. 앨리지 공동개발자는 루빈이 초기에 자기 돈으로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한 공동개발자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더 토큰 ‘예약판매’에 착수했다. 오늘날 모든 최초코인공모(ICO,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본조달)의 효시다.그들은 의도적으로 이더리움의 종자돈을 가상화폐로 조달하기로 했다. 전통 방식으로 벤처자본을 조달하지 않고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 크라우드펀딩(불특정 다수 대상의 자본 조달)하는 방식이다. 루빈은 “전통 방식은 프로젝트와 완전히 상극이다”고 설명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더 많이 깨달으면서 권력분산이 강력하고 중요한 힘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상의하달식 명령과 통제를 조직원칙으로 삼지 않고도 얼마든지 소통하고 합의에 이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루빈 창업자는 이더리움이 더 이용하기 쉽고 글로벌화된 네트워크를 이용해 곧 경제를 재편하리라 확신한다. 단 하나의 인터넷이 모두를 지배하지 않고 많은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꽃 피우게 된다. 비트코인은 최초의 실질적인 가상화폐였다. 이제 이더리움 애호가들은 달러 같은 법정통화는 할 수 없었던 일을 가상화폐가 할 수 있음을 입증하려 애쓴다.

예컨대 블록체인을 이용해 음악 배급 플랫폼을 음반사와 미디어 중개자들이 아니라 뮤지션과 팬들이 지배하도록 만들 수 있다. 곡들이 기본 MP3가 아니라 블록체인 파일로 저장돼 뮤지션들이 자신의 곡들을 통제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신인 뮤지션들이 팬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음악활동으로 기본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된다. 뮤지션의 승인 없이는 아무도 블록(거래 정보 묶음)을 복사 또는 공유할 수 없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우조 뮤직(Ujo Music) 외에도 루빈 팀이 지원하는 이더리움 프로젝트는 부지기수다.

종합적으로 볼 때 디지털 여권부터 블록체인 기술 전문 코딩 아카데미까지 이더리움의 용도와 관련해 어떤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든 가상화폐에 관한 꿈을 실현한 성과는 루빈 팀이 단연 발군이다.

이더 토크 시세는 지난 한 달 사이 크게 출렁거리다 8월 14일 토큰 당 299달러 선을 기록했다. 지난해 여름의 12.40달러에 비하면 엄청나게 오른 가격이지만 지금은 시세가 약간만 떨어져도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퍼져나간다. 루빈 진영은 단기적인 가격변동에 연연하지 않는다. 루빈 창업자는 부풀어 오른 시세를 두고 “자율 조정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전체 생태계의 가치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가상화폐 붐이 일었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더리움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싱가포르는 이더리움 기반 법정통화 방안을 실험했다. 지금은 경제지 포춘, 온라인 매체 Mic, 남성지 GQ 같은 대중매체에서 이더 토큰 구입 방법 소개 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몇 달도 안돼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을 주류 반열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비트코인도 못했던 일이다.

루빈 창업자는 시세변동과는 상관없이 이더리움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용도가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가상화폐를 적절한 시세에 붙잡아둘 방법은 없다. 시세는 항상 급등락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더리움 시세가 얼마나 일직선으로 움직였는지를 보면 놀랄 정도다. 크게 내려 앉은 적이 별로 없다.”

- 리 쿠엔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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