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맥짚기] 어정쩡한 주가 흐름 이어질 듯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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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어정쩡한 주가 흐름 이어질 듯

[증시 맥짚기] 어정쩡한 주가 흐름 이어질 듯

기업 이익 급격히 더 늘기 어려워...경기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경제지표도 지지부진해 미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작아졌다. 다만 기업 이익도 크게 늘어나지 않아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확률이 높다. 사진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경제지표도 지지부진해 미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작아졌다. 다만 기업 이익도 크게 늘어나지 않아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확률이 높다. 사진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워싱턴포스트 기자인 돈 오버도퍼가 쓴 [두 개의 한국]이란 책이 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남북한과 미국의 외교 관계를 정리한 책이다. 이를 보면 북한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왜 주식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 알 수 있다. 너무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과거에 그보다 더 심각한 사례를 찾을 수 있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경험을 이용해 북핵 문제로 인한 불확실성을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반복되는 상황을 인식하는 방법도 북핵의 영향력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투자자들은 처음 겪는 일은 실제보다 부풀려 생각하지만, 한번 경험한 일은 과다할 정도로 평가절하해 버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습성 역시 불확실성과 관련이 있다. 생소한 상황이 벌어질 때 투자자들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움직이는데 이 때문에 주가의 반응이 커진다.
 미 금리 인상 가능성 작아져
주식시장에서 북핵의 영향력이 사라졌다.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 아니다. 오랜 시간 투자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재료의 신선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이 북핵에 쏠려 있는 동안 미국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둘러싸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경제지표도 지지부진해 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두 달 전만 해도 11월 금리 인상과 12월 유동성 회수 시작은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지금은 정책이 실제 시행될지, 시행된다면 언제부터 시작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이 영향으로 두 달 전만 해도 50%를 웃돌던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20%대로 떨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면서 이머징 마켓에서 세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통화가 강세가 됐는데, 5월에 달러당 6.9위안이던 위안화 환율이 6.5위안으로 6% 정도 하락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미국과 이머징 마켓 간에 금리 차가 벌어진 게 변화를 만든 동력이었다. 통화 강세와 함께 주가도 상승했다. 아시아 주식시장이 특히 강세였는데, 대만과 홍콩의 경우 이미 상반기에 기록했던 고점을 넘었다. 코스피지수도 2400을 넘어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는데, 금리 하락으로 유동성 장세가 계속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게 주가가 오른 이유였다. 원자재 가격의 강세도 이어졌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한 투자 수요와 경기 회복에 따른 실질 수요가 겹치면서 연초 이후 구리와 아연 가격이 20% 넘게 올랐다. 덕분에 신흥국의 통화 강세와 주가 상승이 논리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자원가격 상승으로 국제 수지가 개선된 게 해당국 금융시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하반기 주식시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미국의 금리 인상을 꼽았었다. 과거 네 차례 금리 인상과 달리 이번에는 다른 선진국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긴축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전망은 빗나갔다. 앞으로 주식시장은 상당 기간 저금리와 고유동성의 영향 아래 머물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긍정적인 변화다.

경제지표는 별다른 특징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특정 시기 또는 지역별로 눈에 띄는 지표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별다른 변화 없이 완만한 경기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순환 지표인 동행지수의 경우 유로존은 상승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큰 변화가 없다. 경제성장률이나 소비와 투자 증가율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올 1분기까지 상당한 변화가 있었지만 2분기를 지나면서 횡보세로 바뀌었다. 경제지표가 그저 그렇다 보니 경기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졌다. 대부분 지역에서 상반기와 하반기 사이 또는 내년과 올해 성장률 전망치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 미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기대치가 2.3%로 올해 기대치(2.1%)보다 높지만 차이가 크지 않고, 유럽과 중국의 내년 전망치는 각각 1.7%와 6.4%로 올해 기대치보다 낮지만 이 또한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2018년 2.7%로 올해 성장률 예상치 2.8%와 비슷하다.

경제가 이렇게 별다른 특징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건 수요 부진 때문이다. 임금 상승률이 낮아 소비를 뒷받침할 만큼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2.9%를 고점으로 6월에 2.5%로 둔화된 후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경기 회복에도 3월 이후 임금 상승률이 정체돼 있다. G7 국가 대부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 상승률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올해 중 상승률이 하락 반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소비 증가를 가로 막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국내 기업의 이익 증가 추세도 5월을 기점으로 약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실제 이익이 둔화된 것과 함께 2분기 실적이 저조해 기대치가 낮아진 영향 때문이다. MSCI 한국 지수의 지난 2년 간 이익 추이를 보면 2016년 1월을 바닥으로 이익 증가율이 높아지기 시작해 올해 4월 말까지 16개월 동안 상승했다. 지금은 30%까지 올라갔던 증가세가 정점을 치고 둔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1년 반 가까이 이익 증가가 계속됐다는 걸 감안할 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지속성인데, 최근 둔화에도 이익 증가율이 여전히 높아 추가 둔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도 비슷하다. 51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걸로 전망되는데, 절대 규모는 6월 말 이후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있다.
 대형주 끌어올리기에는 시장 에너지 약해
주가 상승이 이익 증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순이익비율(PER)이 하락했다. 현재 MSCI 한국 지수의 PER은 8.8배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연초 수준인 10배는 물론 5년 간 평균치인 9.4배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PER이 낮은 걸 선호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간단치 않다. 편중된 이익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이익을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상장기업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었다. 2011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당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두 회사가 이익 편중의 주체였다. 전체 이익에서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었는데, 이런 편중 현상이 이익과 주가 사이에 관계 약화를 가져왔다.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고 있다. 대세 상승에도 코스피지수가 9개월 동안 20%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과거 대세 상승기 때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렇게 에너지가 취약해진 건 경기 회복의 강도가 과거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외 경제는 경기가 회복되는 것도, 그렇다고 나빠지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주가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기는 힘든 형태다. 기업 이익도 비슷하다. 상반기 주가 상승으로 지난 수년 간 발생했던 이익의 대부분이 주가에 반영됐다. 앞으로는 이익이 발생한 만큼 주가가 움직이는 형태가 될 텐데, 현재 이익 규모가 커 추가로 늘어나기가 쉽지 않다.

취약한 시장 상황은 종목별 움직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중소형 IT와 바이오, 전기차 관련 주식이 상승하고 있다. 새로운 상황이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시장 에너지가 취약해 주가가 높아진 대형주를 계속 끌어올리지 못하자, 매수가 성장성으로 방향을 틀면서 이들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상승이 진행되는 와중에 매매 형태가 갑자기 바뀌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시장이 강했다면 대형주로 모였을 에너지가 중소형 주로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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