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허먼 멜빌 '모비딕'의 ‘배당’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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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허먼 멜빌 '모비딕'의 ‘배당’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허먼 멜빌 '모비딕'의 ‘배당’

18세기 번성한 포경산업에 투자자 많아...고배당 놓고 찬반 팽팽
▎ 사진 : GETTY IMAGES BANK

▎ 사진 : GETTY IMAGES BANK

‘내 이름을 이스마엘이라고 해두자(Call me Ishmael)’. 세 단어로 이루어진 이 문장은 세계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첫문장으로 손꼽힌다. 700여 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인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여기서 시작한다. [모비딕]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으로 불린다. 모비딕은 멜빌의 6번째 작품으로 1851년 출간됐다. 출간 이후 한참이 지나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멜빌 사망 30년이 지난 1920년대 영문학자들이 그를 재평가하면서 지금은 미국이 낳은 19세기 최고의 작가로 대접받는다.

[모비딕]은 생각보다 읽기 쉽지 않다. 곳곳에 비유와 상징이 담겨있고, 읽을 만하면 포경업과 고래에 대한 각종 서술이 가로막아 독서의 진행을 막는다. [모비딕]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영국 도서관에서는 문학이 아닌 고래학으로 분류된 서가에 꽂혀 있었다고 한다. 고래의 생태학적·해부학적·포경학적·역사적·신화적 기술이 방대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포경업에 투자하고 배당 받아

이스마엘은 바다로 나가고 싶은 충동에 고래잡이 배를 탄다. 미국 포경업의 중심지인 낸터켓으로 가는 길에서 작살잡이 퀴퀘그를 만나 피쿼드호에 승선한다. 피쿼드호의 선장은 에이해브. 그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40년 인생을 고래를 쫓는 데 썼다. 그는 한쪽 발이 없다. 지난 항해에서 향유고래 모비딕을 쫓다가 다리를 잃어버렸다. 1등 항해사는 스타벅, 2등 항해사는 스터브, 3등 항해사는 플래스크다.

에이해브 선장이 갑판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피쿼드호가 출항한 지 한참 후다. 그는 주돛대에 금화를 박는다. 모디빅을 가장 먼저 발견한 선원에게 주는 상금이다. 에이해브 선장은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모비딕에 대한 복수심에 빠져있다. “그놈을 잡기 전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대륙의 양쪽에서, 지구 곳곳에서 그놈의 흰 고래를 추적하는 것, 그놈이 검은 피를 내뿜고 지느러미를 맥없이 늘어뜨릴 때까지 추적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항해하는 목적이다.”

피쿼드호는 때때로 고래를 잡으며 모비딕을 뒤쫓는다. 인도양을 지나 말레이반도를 거쳐 일본 연해로 향하며 망망대해를 누빈다. 피쿼드호는 이제 적도로 향한다. 에이해브 선장은 배의 위치를 알려주는 사분의(천체관측기)를 부숴버린다. 그러면서 폭풍이 부는 바다를 향해 돌진한다. 에이해브 선장에 반발한 선원들은 선상반란을 꿈꾸지만 채 실행하지 못한다. 조바심이 난 에이해브는 직접 망대에 올라 모비딕을 찾는다.

포경산업은 18세기 거대 산업 중 하나였다. 당시 미국의 포경선은 700척이 넘었고, 포경선을 타는 사람은 1만8000명에 달했다. 출항할 때 2000만 달러의 가치를 갖는 배가 해마다 700만 달러의 수익을 가지고 돌아왔다. 포경선은 귀향까지 길면 3년씩이나 걸렸다.

이렇게 거대한 산업에는 많은 사람의 투자가 필요하다. 피쿼드호도 직접 투자한 사람들, 연금생활을 하는 사람들, 고래잡이 남편을 잃은 과부들,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 미성년자로 법원의 보호를 받는 피후견인 등이 지분을 나눠가졌다. 많은 사람이 확실한 수익을 주는 국채에 투자하듯 낸터켓 사람들은 포경선에 투자했다. 재미있는 것은 선장을 비롯한 모든 선원은 임금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수익금의 일부를 ‘배당’받았다. 배당은 선원 각자가 지니는 임무의 중요도에 비례해 정해졌다. 이스마엘은 고래잡이에 풋내기라 300번의 배당을 받았다. 300번의 배당이란 순수익의 300분의 1을 받는다는 뜻이다. 작살잡이 경험이 많은 퀴퀘그는 90번을 배당받았다. 낸터켓 출신 작살잡이 가운데 역대 가장 많이 받는 배당이었다.

주식과 채권은 대항해시대에 탄생한 유물이다. 향신료와 금 은을 얻기 위해 떠나는 탐험가들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다. 주식에 투자했을 때 받는 것이 배당이다. 배당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자본금을 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주주들에게 회사 이익의 일부를 분배해주는 것을 말한다. 상법은 회사가 가진 순자산액(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에서 자본금과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등을 뺀 액수 한도 내에서 배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도하게 배당해 회사의 돈을 밖으로 유출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배당은 현금으로도 할 수 있고, 주식으로도 할 수 있다. 전자는 현금배당, 후자는 주식배당이라고 한다. 예컨대 보유 주식 1주당 현금 1000원을 나눠주거나 신주 0.1주를 나눠줄 수 있다. 연말이나 회계결산일에 맞춰 실시하는 배당을 기말배당이라고 부른다. 회기 중간에 실시하는 배당은 중간배당이다. 주주들이 모이는 주주총회는 배당을 할 것인지, 한다면 얼마나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실증적으로 보면 대주주 지분율이 높거나 사모펀드(PEF)가 투자한 회사는 고배당을 하는 경우가 많다. 코웨이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을 보면 웅진그룹 시절인 2011년 46.6%였지만 국내 최대 PEF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인수 후인 2016년에는 96.3%로 높아졌다. 배당이 크면 대주주의 주머니는 두터워지지만 기업은 향후 투자여력이 떨어지고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주주에게 최대 수익을 안겨주는 주주자본주의 개념으로 볼 때는 고배당이 정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모비딕과의 싸움은 3일 간 계속된다. 첫째 날은 아침, 둘째 날은 정오, 마지막 날은 저녁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진다. 운명의 마지막 날. 모비딕은 모선 피쿼드호를 공격한다. 에이해브 선장은 모비딕의 눈에 작살을 꽂지만, 작살에 메인 밧줄에 목이 감겨 죽음을 맞는다.

멜빌은 1820년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고 태평양에서 침몰한 ‘에식스호’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모비딕]을 펴냈다고 한다. [모비딕]에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이 많다. 이스마엘은 구약성서 ‘창세기’ 16장에 나오는 이스마엘이다.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장인 에이해브는 포악한 군주 ‘아합’이다. 피쿼드호의 침몰을 예언한 일라이저는 예언자 엘리야다.
 스타벅의 이름에서 스타벅스 유래
많은 등장인물 중에서 최근 가장 유명하게 된 인물이 1등항해사 스타벅이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여기서 유래됐다. 소설 출간 130년 후인 1971년 두 명의 교사와 한 명의 작가는 항구도시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서 자그마한 커피전문점을 열면서 상호를 ‘스타벅스’로 붙였다. ‘스타벅스’의 이전 이름은 ‘피쿼드 커피’였다.

스타벅은 에이해브 선장의 광기에 대립하는 이성적인 인물이다. 나이는 30세. ‘큰 키에 성실하고, 근육이 두 번이나 구운 비스킷처럼 단단해서 열대지방에서도 견딜 수 있는 체격을 가진 사내’로 묘사된다. 양심적이고, 자연계에 경외감을 갖고 있으며 젊은 아내와 자식을 생각하는 가정적인 사람이다. 일각에서는 스타벅이 커피를 좋아해 스타벅스라는 상호가 나왔다고 주장하지만 낭설이다. 아무리 소설을 읽어봐도 스타벅에 얽힌 커피 이야기는 없다. 다만 스타벅스 홈페이지는 여신 사이렌을 자사의 로고로 정하고, 상호를 ‘스타벅스’로 정한 데 대해 “초기 커피 무역상들의 항해 전통과 열정 그리고 로맨스를 연상시키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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