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타이완 10대 명차 무자티에콴인
[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타이완 10대 명차 무자티에콴인

▎마오콩에는 천연유기농으로 차를 재배하는 다원이 대다수다.
묵직한 스모키향이 일품

▎마오콩역을 나서면 텃밭에서 차나무를 키우는 차 전문 카페촌이 길 따라 이어져 있다.
마오콩역을 나서면 텃밭에서 차나무를 키우는 차 전문 카페촌이 길 따라 이어졌다. 텃밭에서 손님이 채취한 찻잎으로 직접 차를 만들어보는 체험카페가 성업 중이었다. 무자티에콴인을 활용한 아이스크림과 직접 우려낸 차가 주 메뉴였다.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101빌딩이 보일 정도로 시내 접근성이 좋은 마오콩은 타이완 청춘남녀가 손꼽는 데이트 코스다. 추적대는 이슬비 맞으며 마오콩 산책로를 즐기는 연인들은 마냥 즐거워 보였다. 가랑비가 적셔주는 차밭에 들어서면 나지막한 빗소리가 누구라도 연인이 되어 속삭여주는 것 같았다. 마오콩에 함께 온 여자 사람 친구와 남자 사람 친구는 연인으로 발전해 산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가 흔하지만 연인이 마오콩에서 데이트를 하면 헤어지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특히 뤼통핀(呂洞賓)을 신선으로 모셔둔 도교사원 즈난궁(指南宮)에 가면 신선의 질투로 남녀가 반드시 갈라서게 된다고 한다. 마오콩 지역에 있는 타이완국립 정치대학교 학생들은 이런 속설을 믿고 연인 사이에 마오콩 데이트는 절대금기 사항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마오콩 가자’는 ‘연인과 헤어지자’는 말과 동의어다.

▎마오콩 지역으로 가는 산 속에는 돌계단이 길게 이어져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닮은 비룡보도(飛龍步道)가 있다.
마오콩을 배경으로 1989년 만들어진 타이완 영화 [루빙화(魯氷花)]를 보면 차밭에 벌레가 창궐하지만 살충제와 화학비료를 구입할 돈이 없는 홀아비 차농이 딸과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고 손으로 벌레를 잡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술선생님과 학교 친구들이 차밭에 몰려와 벌레를 함께 잡아주는 장면은 애잔하지만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루빙화는 초여름에 잠깐 피었다 지는 꽃이지만 차밭 사이에 떨어진 꽃잎이 그대로 거름이 되어 차나무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죽어서도 차에 유익한 루빙화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다.
마오콩 차밭 사이에 피는 꽃을 제목으로 한 영화 [루빙화]는 상상력과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발굴했지만 어른들의 편견과 돈의 위세에 눌려 천재성을 발휘하기도 전에 죽게 되는 어린 화가에 대한 짧은 삶을 루빙화에 빗대어 그렸다. 영화 [루빙화]는 객가(客家) 출신 작가 종자오정(鍾肇政)이 1962년 5월에 발표한 소설이 원작이다. 1960년대 타이완 산골마을과 차밭을 배경으로 화가를 꿈꾸는 가난한 소년과 ‘몽실언니’ 닮은 소녀가 심금을 울리는 영화 [루빙화]는 한국에서도 TV 특선영화로 방영돼 많은 이들을 눈물에 젖게 했다.
마오콩은 타이베이시 외곽 거터우산(格頭山) 남서쪽 해발 500m 고도에 차밭이 산재돼 있다. 마오콩에서 생산되는 무자티에콴인 명성은 아직도 드높지만 고급 소비자 트렌드는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채취하는 고랭지차로 옮겨가고 있다. 해발고도가 낮고 교통이 편리한 차 생산지역보다 해발고도가 높은 청정지역에서 나오는 차를 소비자가 선호하면서 가격 경쟁력 저하 압박을 받게 된 무자티에콴인은 저가 공세에도 시달렸다. 타이완에서 차나무를 가져가 재배 육성한 베트남 차와 영국이 케냐 고산지대에서 재배하던 가격 대비 품질 좋은 차가 대량 수입·유통되며 무자티에콴인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차 애호 관광객 겨냥한 산업에 집중
![▎영화 [루빙화]에서 소년이 그린 차벌레.](https://economist.co.kr/data/photo/originals/2021/02/24/2949993309_YHaniRTq_4.jpg)
▎영화 [루빙화]에서 소년이 그린 차벌레.
※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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