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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겨냥 집단소송 어디로 가나] 美 검찰 수사시 디젤게이트와 닮음꼴?

[애플 겨냥 집단소송 어디로 가나] 美 검찰 수사시 디젤게이트와 닮음꼴?

독일에서 폴크스바겐 경영진 사법처리...애플의 의도성 입증 쉽지 않아
애플에 대한 집단소송이 확산하면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성능 저하 의혹이 결국 줄소송 사태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프랑스·호주 등은 물론 한국의 피해자들도 법무법인 한누리·휘명을 통해 1~2월 중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누리를 통해 소송 의사를 밝힌 소비자는 32만298명(1월 4일 기준)에 달한다. 전체 아이폰 사용자의 10분의 1에 달한다. 아이폰 업그레이드의 피해 범위가 광범위하고 법무법인들이 위임관계 등 증빙서류를 온라인 처리한 영향으로 소송인단이 크게 불어났다.

대리인들은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저하시킨 것은 소비자 불편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제품 가격·계약에 합당한 성능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들은 1월 11일까지 아이폰 사용자들로부터 소송 의향을 받는다. 조계창 한누리 변호사는 “소송 의향 접수를 마감하는 대로 한국·미국 등 어디에 소송을 낼지를 판단할 계획”이라며 “소송이 아닌 집단분쟁조정신청 등 효과적인 권리구제 수단이 무엇인지 모든 길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누리는 이 검토를 마무리하는 1월 중에 본격적인 소송에 착수한다.
 ‘업그레이드 영향 고지’ 여부 공방 치열할 듯
이번 소송의 핵심은 ‘애플이 신형 아이폰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떨어뜨렸느냐’는 의도성의 입증 여부다. 애플은 아이폰 성능을 저해하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한 것에 대해 “배터리 노후화에 따른 갑작스런 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시스템 구성 요소의 최대 성능을 관리했다”며 “일부 사용자는 애플리케이션 실행 시간이 길어지고 성능이 저하됐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항변한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은 통상 2년 안팎이다. 배터리는 방전·충전 과정에서 환원·산화 반응이 반복된다. 전해질의 성분이 변화하고 내부 저항이 증가해 제 성능을 내지 못한다. 배터리 교체 없이 스마트폰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절전 기능처럼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애플은 설명한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아이폰의 배터리 잔량이 적거나 온도가 낮을 경우 구형 아이폰(6·SE·7 시리즈)의 운영 속도를 떨어뜨리는 운영체제(iOS)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성능을 저하시켰다면 사전에 사용자에게 알렸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애플의 행태는 소비자 권리 침해와 사업자 책무 미이행 혐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보호법 제19조는 사업자는 소비자에 대해 정보 제공 책무를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소비자기본법 제4조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법무법인과 소비자단체들은 궁극적으로 애플이 신형 아이폰 판매를 늘리려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사항을 숨겼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애플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의 부작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아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며 “물품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아이폰의 성능 저하로 소비자들은 어떤 실질적인 피해를 봤는지도 쟁점이다. 이용자들은 iOS 업데이트로 애플리케이션 실행 속도가 줄었고, 로딩 중 멈춤 현상이 발생했다고 호소한다. 또 때때로 화면이 멈추거나 키보드 입력이 지연되며 전화 송·수신이 되지 않는 등의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약속한 계약을 달성하지 못하면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와 제750조(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애플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바라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는지 의도성 여부는 민사상 원고 측이 입증해야 한다.

또 업그레이드를 통해 애플이 실제 경제적 이익을 얻었느냐도 관건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영업이익은 537억7200만 달러(약 57조1500억원, 2016년 기준)로 이 가운데 애플은 79.2%인 449억9700만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2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는 14.6%에 불과하다. 애플은 일반적으로 2년에 한 번씩 새 아이폰을 출시한다. 성능 저하를 이유로 구형 아이폰 사용자가 신제품을 구매했는지 여부와 그 규모를 측정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애플이 성능 저하 조치를 공식 인정한 것은 소비자 피해를 입증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애플의 경제적 이익을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입증 책임이 있는 원고 쪽으로서는 어려운 점이 많은 상황이다.
 ‘속도 저하 외에 방법 없었나’ 기술진 의견 주목
다만 법원이 기술 자문을 통해, 애플이 성능을 저하시키지 않고도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거나 애프터서비스가 가능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원고 측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아이폰의 성능 저하와 전원 꺼짐 중 무엇을 먼저 막을 것인가는 기술적인 문제라 법정에서 공방이 치열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외에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술·개발자들의 의견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검찰 수사가 벌어진다면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2015년 불거진 디젤게이트의 경우 독일 검찰이 폴크스바겐을 수사해 사법처리해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은 사례다. 당시 폴크스바겐은 주행시험 때만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되도록 엔진 제어 장치를 조작해 환경규제를 피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이에 독일 검찰은 ‘윗선’이 의도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밝혀 경영진을 사법처리했다. 한국 검찰도 독일 검찰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한국 폴크스바겐의 전·현직 임직원 7명 등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미국 사법부가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릴 경우 한국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원고 측도 애플에 형법상 손괴죄, 업무 방해죄 등 형사적 책임도 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사용자의 금융거래나 업무상 연락 등의 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다만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의 경우 환경규제라는 법적인 문제가 걸려있었던 데 비해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인허가 등 규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 다르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애플이 1월 2일 시작한 배터리 교체비용 할인 보상 등도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애플은 소비자 불편 해소를 위해 사업자로서 책무를 다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두 배터리 노후화에 두고 있으며 이를 교체를 통해 해결하려는 조치”라며 “배터리 교체 비용 할인 등 보상액은 손해배상액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도 “애플이 전선을 잘 형성했다”며 “원고 측이 애플의 의도성 입증을 밝히기도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애플이 패소하더라도 일부 피해보상을 통해 배상액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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