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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신체적 능력, 한계에 도달했다?

인간의 신체적 능력, 한계에 도달했다?

환경 문제로 인해 키와 수명, 운동 능력이 이제부턴 내리막길이라는 연구 결과 나와
우리가 아무리 잘 먹어도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의 유전자가 성장을 중단시킨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인류가 신체적 능력에서 정점에 도달했으며 환경 문제 때문에 이제부터는 우리 몸의 능력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학술지 ‘생리학 프런티어’에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프랑스 연구팀은 인간의 키와 운동 능력, 수명의 다양한 변화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지난 120년 동안의 기록과 연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산업·의학·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그 세 분야 전부에서 대단한 개선이 있었지만 근년 들어 발전 속도가 상당히 느려졌다는 점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육상·수영·빙상·사이클링·역도 등 다양한 스포츠에서 세계 기록을 살폈다. 그 종목의 올림픽 선수들은 1900년대 초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세계 기록을 계속 큰 폭으로 경신했다. 그러나 그 이래 올림픽 기록 경신의 폭이 점차 줄어들었다.

파리 데카르트대학의 생리학자 장-프랑수아 투생 교수는 신기록 수립이 갈수록 줄어든다며 “육체의 ‘생리적인 능력’을 감안할 때 우리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20세기 초와 1920년대, 50년대, 60년대엔 신기록 수립이 활발했지만 70년대 이후 ‘신기록 그래프’는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류는 더 빨라지거나 더 강해지는 측면에서 만이 아니라 키가 더 커지는 것도 멈췄다. 연구팀은 세계 보건과학자 네트워크인 NCD-RisC가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했다. 그 데이터에 따르면 187개국 남녀 중 1896년생과 1996년생을 비교할 때 키가 상당히 커졌다(평균 3.48㎝ 차이가 났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의 데이터를 보면 북미와 유럽의 고소득 국가들에선 키가 거의 변함이 없었다.

우리가 아무리 잘 먹어도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 유전자가 성장을 멈추게 한다고 투생 교수가 설명했다. “우리가 세쿼이아 나무처럼 계속 하늘을 찌르며 커질 순 없다. 우리의 키는 지금까지 꾸준히 커졌지만 우리의 유전체에 끊임없이 더 커질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그런 키의 한계는 세계 최장신에 속하는 농구 선수들에게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물론 지금도 뉴욕 닉스의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221㎝) 같은 장신 농구선수가 있다. 그러나 투생 교수팀은 1920년대 이래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들의 평균 신장이 지난 20년 동안 정체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지난 10년 사이에 성인의 평균 신장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투생 교수는 환경 조건이 인류의 신체적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연구는 일부 지역의 경우 모든 어린이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능력이 떨어져 더는 젊은 층의 건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수명은 어떨까? 1997년 122세로 사망한 프랑스 여성 진 칼망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사람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투생 교수팀은 실제로 그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구팀이 인용한 미국 국가보건원(NIH)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의 기대수명은 190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약 30년이 늘었다. 영양·위생 수준의 개선과 백신 개발 등 의학적인 발전 덕분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수명에서도 생물학적 한계에 도달했을 수 있다. 투생 교수는 “과학이 계속 발전해도 많은 지역에서 수명 연장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연구팀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혹서 같은 극한 기후가 더욱 빈번해지면서 노인이 더 취약해져 일부 국가에선 평균 수명이 계속 줄어들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얀 페이흐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의과대학 연구팀은 41개국의 수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간 수명의 한계는 115세이며 1995~97년에 정점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인간 수명의 한계를 따질 때 중요한 점은 평균 수명보다 초고령 인구의 추세다. 70세 이상의 비율은 계속 증가하지만, 100년 이상 산 사람 비율은 갈수록 감소한다는 점이 연구 결과의 핵심이다. 기록상 오래 산 사람들이 대체로 115세를 전후해 사망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인간 수명이 1970~90년대 초까지 매년 0.15년씩 늘었지만 1997년 115년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페이흐 교수는 “각종 감염병과 만성질환을 이길 수 있는 의술이 개발되면서 평균 수명은 연장될 수 있겠지만 최대 수명은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가설에 동의하진 않는다. 일부 전문가는 적어도 우리 중 일부는 나이가 들어서도 기억과 집중력이 청년 못지않은 ‘슈퍼에이저(Superager)’로서 갈수록 더 오랫동안 저승사자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 맥길대학의 생물학 교수 시그프리드 헤키미는 지난해 5월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논문을 공동 집필했다. 그는 “수명이 우리의 생활 조건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활 조건이 계속 더 나아지는 사람의 경우 아직도 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 수명의 한계는 계속 높아질 것이며 2300년까지 최고 150세인 사람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운동 능력은 어떨까? 헤케미 교수는 그 부분도 계속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이 선수의 기량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그 단서다. ‘도핑’은 경기의 기록을 경신하는 합법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헤키미 교수는 그런 약물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 아만다 어니언 뉴스위크 기자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1월 29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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