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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DTI 적용하면 내 대출 한도 얼마나 줄어드나] 2주택 이상 소유자는 대출 더 받기 어려워

[신(新)DTI 적용하면 내 대출 한도 얼마나 줄어드나] 2주택 이상 소유자는 대출 더 받기 어려워

소득 증명 까다롭고 한도 계산 복잡 … 자영업자 등 서민 타격 지적도
주택 2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의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는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1월 31일 시행됐다. 이에 따라 기존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는 사실상 추가 대출이 어렵게 됐다. 대출이 가능해도 한도는 확 준다. DTI는 매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주택담보대출의 금액 한도를 결정하는 데 쓰인다. 종전 DTI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다른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을 때 신규 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대출의 이자만 총부채상환비율을 산정하는 데 썼다. 그러나 신 DTI에서는 기존 대출의 이자에 원금을 더한 금액까지 비율 산정에 반영한다. 이 때문에 2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해 빌리는 금액은 이전보다 확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신 DTI 시행으로 다주택자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집이 있으면서도 빚을 내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거주지역 내 주택 소유자 중 2건 이상 주택 소유자 비율(2016년 기준)이 높은 곳은 서울시 강남구(21.3%)·서초구(20.1%)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2건 이상 주택 소유자 비율 평균 14.9%를 5%포인트 이상 넘는 수치다.

하지만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는 데다 금리가 상승세여서 갭투자는 물론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자영업 사업비, 생활비 등 주택 구입과 무관하게 쓰이는 돈의 비중이 40~50%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를 우려해 주택담보대출을 억누르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은행권에서 밀려난 서민이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몰리면 가계부채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1월 30일 임원회의에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과도한 은행에 대해선 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의 의무 준수사항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예대율 산정 때 가계대출이 많은 은행이 불리하도록 하는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 방안’의 연내 시행을 공언한 바 있다.
 2주택자 대출 한도 3분의 1로 줄어
정부는 1월 31일 신 DTI 시행에 앞서 이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DTI를 강화했다. 8·2 대책을 통해 서울 전 지역과 경기도 과천시, 세종시 등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은 LTV와 DTI가 각각 40%로, 경기도 하남시 등 조정대상지역은 LTV 60%, DTI 50%로 강화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을 이미 한 건 이상 보유한 사람은 이 비율에서 각각 10%씩 추가로 강화했다. 즉,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사람이 서울 지역에서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DTI가 30%밖에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경우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2억원을 금리 연 3%에 20년 분활상환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이모씨(연봉 6000만원 기준)가 서울에 다른 집을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이씨가 서울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은 종전 DTI에서는 1억8000만원 정도지만 1월 31일 이후에는 5500만원으로 확 쪼그라든다. 대출이 이미 한 건 이상 있는 데다 담보 지역이 서울이어서 DTI 3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씨가 1월 31일 전에 대출을 신청했다면 기존 대출이 차지하는 DTI는 대출이자 연 600만원뿐(약 10%)이지만, 신 DTI에서는 대출 이자와 원금상환액까지 부채로 잡혀 기존 대출이 자치하는 DTI가 20%대로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이씨가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은 연봉의 10%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이씨는 복수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이므로 대출 만기도 15년으로 제한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만기를 20년, 30년으로 늘리면 대출 가능 금액이 더 늘어나지만 정부가 15년으로 제한한 때문에 대출 금액을 더는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와 같은 경우 주택담보대출 상정 때만 만기를 15년으로 계산하는 것일 뿐 실제 원리금은 최장 30년 간 상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연봉 1억원인 김모씨가 기존 주택을 구입하면서 주택담보대출 2억원을 10년 만기, 연 2.7% 금리로 받았고 현재 원리금을 분할상환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김씨가 DTI 40%인 서울에서 아파트를 추가 구입해 대출을 신청하면 종전 DTI에선 기존 대출이자(연 540만원)만 반영하므로 최대 6억70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1월 31일 이후에 신청했다면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연 2284만원)을 모두 부채에 반영하므로 대출 가능금액이 2억원대로 급감한다.

그렇다고 누구나, 무조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집이 없는 사람은 신 DTI를 적용하지 않는다. 예컨대 연 소득 4000만원인 한모씨가 DTI 한도가 50%인 경기도 조정 대상지역에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한다고 가정하자. 한씨가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이 없고, 금리 연 3%를 적용한다면 30년 만기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으로 최대 3억9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한씨는 무주택이므로 종전 DTI에서나 신 DTI에서도 대출 한도는 똑같다. 무주택이거나 젊은 신혼부부라면 오히려 신 DTI에서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미래 소득’을 감안해주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수요를 위해 마련한 제도로, 예컨대 은행이 한씨의 소득에 10% 가중치를 둬 연소득을 4400만원으로 산정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증액 한도를 일괄적으로 최대 10%로 정할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은행이 스스로 증액 한도를 정하도록 했다. 따라서 은행에 따라 가중치가 10%가 될 수도 있고, 그 이상이거나 이하가 될 수도 있다. 또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금액이나 은행 변경 없이 단순 연장할 때는 신 DTI를 적용하지 않는다. 실제 이사와 입주 시기가 달라 일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2건 보유할 수밖에 없는 예도 신 DTI를 적용하지 않는다.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은행에 처분하겠다는 사실을 알리면 부채 산정 때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자 상환액만 반영한다.
 젊은층은 은행별로 미래 소득 반영
그렇더라도 신 DTI에서는 소득을 종전보다 더 꼼꼼하게 증명해야 한다. 종전 DTI에서는 대출 직전 1년 간 소득을 확인하지만, 신 DTI에서는 최근 2년 간 소득을 확인한 후 1년 소득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신청 때 증빙소득인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이나 소득금액증명원 2년치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2년치 소득이 100% 인정되며 최근 1년치 소득만 DTI 소득에 반영한다. 증빙소득에 기재된 소득 기간이 1년 미만이라면 1년 소득으로 환산한 후 10%를 차감하고 산정한다. 증빙소득 관련 서류를 뗄 수 없다면 인정 소득인 국민연금·건강보험료 납부내역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인정소득은 실제 소득의 95%만 반영한다. 마찬가지로 신고소득(신용카드 사용액, 임대료 등)으로 입증할 수도 있지만, 신고소득은 실제 소득의 90%만 인정한다. 이처럼 소득 증명이 까다로워 자영업자나 노년층은 대출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영업자는 미래 소득을 인정받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이 과거에도 미래 소득을 반영해 대출에 활용해왔다”며 “그러나 미래 소득 인정은 직장인 위주로 이뤄지고 자영업자는 이를 인정받기 어려울 걸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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