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아파트’ 날리는 청약 함정] 자금 마련 계획 다르면 과태료 물 수도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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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아파트’ 날리는 청약 함정] 자금 마련 계획 다르면 과태료 물 수도

[‘로또 아파트’ 날리는 청약 함정] 자금 마련 계획 다르면 과태료 물 수도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주변 시세보다 낮은 곳에 부적격·부정 당첨 크게 늘어
▎지난 6월 12일, 20대 1의 특별공급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파크자이 견본주택.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에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6월 12일, 20대 1의 특별공급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파크자이 견본주택.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아파트에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

5월 31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 분양된 미사역 파라곤은 1순위 평균 1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때 금융결제원 인터넷 청약시스템이 다운되며 809가구(일반공급) 모집에 8만4875명이 신청했다. 15년 전인 2003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9만7279명) 이후 가장 많은 청약자다. 이 단지는 미사강변도시의 마지막 민간 분양이었다. 택지비·건축비 범위 내에서 분양가를 정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 주변 시세보다 3억~4억원 저렴해 ‘로또’ 기대감에 청약자가 대거 몰렸다.

수도권 분양시장에 ‘로또’ 청약열기가 뜨겁다. 기존 주택시장은 강남권 하락세 반전으로 가격 상승세가 꺾였지만 분양시장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가구당 분양가가 10억원이 넘었는데도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에는 신청자가 3만 명 넘게 신청했다. 분양가가 9억원 초과여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어 계약자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도 청약경쟁이 치열했다. 주변 시세보다 3억~7억원 낮은 분양가가 주된 이유였다.
 뉴타운·강남 재건축 등 분양 잇따라

‘로또 열풍’은 정부의 가격 규제로 당첨 후 예상 시세차익인 ‘로또 당첨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택지지구 등 공공택지에선 분양가상한제가, 공공택지 이외의 수도권 주요 인기 지역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규제 지침이 적용된다. 최근 몇 년 새 아파트값은 많이 올랐는데 분양가는 제자리걸음을 하다 보니 분양가와 주변 시세 간 격차가 크다. 미사역 파라곤 분양가가 3.3㎡당 1430만원으로 3~4년 전 수준이다. 당시 분양돼 입주한 인근 단지가 현재 3.3㎡당 2000만원이 넘는다. 디에이치개포자이 분양가가 3.3㎡당 4200만원 정도로 2016년 9월 인근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와 비슷하다. 1년 반 새 강남구 아파트값 상승률만 해도 16.4%다.

앞으로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분양시장에 ‘로또 아파트’ 분양이 줄을 잇는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뉴타운 재개발 단지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다. 6월 8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들어간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신길파크자이 분양가가 3.3㎡당 1933만원이다. 인근에 2017년 입주한 래미안에스티움 시세가 3.3㎡당 2900만원 정도다. 전용 84㎡ 기준으로 신길파크자이 분양가가 7억원 안팎으로 래미안에스티움 9억5000만~10억원보다 3억원가량 낮다. 이 단지는 6월 12일 특별공급 청약 접수에서 2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신혼부부 경쟁률이 38대 1이었다. 하반기 분양하는 서울 서초동 우성2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3.3㎡당 43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 1월 입주한 옆 단지인 래미안에스티지S 시세가 3.3㎡당 5000만원이 넘는다.

그런데 로또 분양에 복병이 있다. 부적격·부정 당첨과 자금 마련이다. 자칫하면 손에 다 잡은 로또를 날리는 데 그치지 않고 최장 10년 간 청약 제한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부적격·부정 당첨 등으로 계약하지 못하거나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약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분양가가 비싼 단지들의 분양이 잇따르면서다. 부적격 당첨은 무주택 기간 등 청약 내용이 사실과 달리 당첨된 경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10% 선이던 부적격 당첨이 20% 넘게 나온다. 지난 5월 1순위 평균 경쟁률 25대 1을 보인 영등포구 중흥S클래스 당첨자 174가구 중 25%인 43가구가 부적격 당첨자로 판정됐다. 지난 3월 나온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50대 1), 과천시 위버필드(17대 1) 등의 부적격 당첨 비율은 10% 선이었다.

지난 5월부터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접수가 인터넷으로 실시되면서 부적격 당첨이 많이 늘었다. 이전에는 현장에서 분양 업체가 신청 접수하면서 서류를 보고 자격이 맞지 않으면 접수하지 않아 부적격이 거의 없었다. 중흥S클래스 부적격 당첨자 중 42%인 18가구가 특별공급에서 나왔다. 특별공급 부적격 당첨자는 지난 5월부터 청약자격 완화로 신청자가 몰리는 신혼부부에서 많다. 지난 5월 영등포구 e편한세상문래 특별공급 부적격 당첨 13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6가구가 신혼부부 청약이었다. 나머지는 노부모 부양,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이다.

부적격 당첨은 주택 소유 여부와 무주택 기간 산정에서 많이 나온다. 시점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법에서 주택 취득과 양도는 잔금 청산일과 소유권 이전 등기 접수일 중 빠른 날이다. 청약제도에서는 등기부등본상에 나오는 등기 접수일이다. 잔금 청산일은 등기부등본에 없다. 잔금 청산일과 등기 접수일이 차이가 많이 나면 당락이 달라질 수 있다. 무주택 기간 1년의 청약가점은 2점이다. 신혼부부 소득 기준은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이다. 급여 소득자는 계산이 어렵지 않은데 자영업자 등은 아주 복잡하다. 분양대행사 미드미디앤씨 이월무 대표는 “정기적인 급여는 계산이 쉬운데 자영업자 등의 계산이 까다로워 청약자가 계산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부정 당첨은 지난해까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다가 올해 들어 분양시장의 이슈가 됐다. ‘로또’ 청약 과열이 빚어지면서 불법 청약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약 경쟁이 치열한 주요 단지들을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벌이면서 부정 당첨이 급증했다. 정부는 디에이치자이개포 등 서울·과천 5개 단지 2735가구에서 부정 당첨으로 의심되는 118가구를 적발했다. 이 중 75%인 89가구가 위장전입이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이전 1년 간 청약자의 전출입 내용을 분석해 위장전입 의심 사례로 적발한 가구 수는 24가구에 불과했다.

부정 당첨에 위장전입이 많은 이유는 주소가 당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위장전입은 거주지·거주기간 요건과 청약가점제의 부양가족수 점수와 관련이 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해당 지역에 실제로 1년 이상 계속해 거주해야 한다. 부양가족 수는 1명당 5점으로 점수가 높다. 주소가 서울이더라도 지사 발령 등으로 장기간 해외에 거주해도 거주 요건에 어긋난다. 국토부는 “출장·여행 등 거주 목적이 아닌 이유로 주소 이외에서 머무는 것은 상관 없지만 사실상 거주이면 투기과열지구 거주 요건 부적격”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기간 산정, 신혼부부 소득 기준 등에서 혼란
자금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당첨만 생각하고 무턱대고 청약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가 9억원 초과에 중도금 대출 보증이 안 된다. 자력으로 분양가의 60%를 차지하는 중도금을 확보해야 한다. 전매 금지로 준공 후 소유권 이전 등기 이후에나 전매가 가능해 중간에 팔 수도 없다. 중도금 등 자금을 주먹구구식으로 마련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가 3억원 이상인 주택을 분양받으면 ‘주택취득 자금조달 및 입주 계획서’를 자치단체에 내야 한다.

잘못 쓰면 큰코다친다. 거짓으로 드러나면 분양가의 5%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태료로 물 수 있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분양가가 주택형에 따라 10억~30억원이다. 가장 큰 주택형의 경우 과태료가 1억5000만원까지 나올 수 있다. 디에이치 개포자이 당첨자 5% 정도인 82명이 계약을 포기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적격·부정 당첨, 계약 포기 등으로 20~30%의 당첨자가 탈락한다”며 “청약자격과 자금 마련 계획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묻지마’ 청약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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