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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당분간 주가 약세 흐름 이어질 듯

[증시 맥짚기] 당분간 주가 약세 흐름 이어질 듯

저금리 국면 마무리 단계 악영향...경기 정점 논쟁 벌어질 수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이어지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역사를 바꿀 만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영향은 오래 간다. ‘87년 체제’가 대표적이다. 1987년 6·10 항쟁의 결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어떨까? 두 개의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하나는 금융 완화. 저금리와 대규모 유동성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국제 공조. 무역마찰이 발생하기 전까지 선진국의 이기심을 제어하는 역할을 했다.

금융완화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생략한다. 국제 공조는 좀 생소한 부분인데, 금융위기 직후 저금리 합의에서 시작해 자유무역 확대로까지 발전했다. 자유무역이 금융위기 해결 방안의 하나로 등장한 건 1930년 대공황의 경험 때문이었다. 당시 선진국들은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보호무역을 강화했지만 그 정책 때문에 수요가 약해지면서 위기가 심화되는 걸 경험했다. 선진국들이 이번에는 보호무역 강화를 사전에 차단해 적정한 수요를 만들어내려 한 것이다.
 선진국 긴축 기조에 미·중 무역 마찰
6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미·중 간 무역분쟁을 계기로 두 축이 모두 약해졌다. 그 영향은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쳐 종합주가지수가 24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6월에 발생한 사안들을 간단히 살펴봤다. 세 가지로 정리되는데 먼저 연준이 기준금리를 1.5~1.75%에서 1.75~2.0%로 인상했다. 더 큰 문제는 금리 인상 횟수다. 올해 중 3회 인상에서 4회 인상으로 늘었다. 이 전망대로라면 연말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2.5%가 된다. 9월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 매입 규모를 월간 300억 유로로 줄일 예정이다. 4분기에 그 규모를 150억 유로로 한 번 더 축소한 후 연말에 전체 과정을 끝낼 계획이다. 첫 번째 금리 인상은 양적완화가 끝나고 반년이 지난 내년 여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500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리스트를 확정했다. 확정된 리스트를 보면 지난 4월에 비해 품목 수가 줄었지만 하이테크 품목이 추가돼 내적인 영향은 오히려 커졌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같은 수준의 보복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런 변화를 과거 금리 인상이나 무역마찰의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 시스템이 바뀌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사안이 복잡하고 강도도 센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금리 인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세 번이나 올린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 주식시장은 다른 어떤 때보다 이번 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경험이 축적될수록 반응이 약해졌던 과거와 다른 형태다. 이런 움직임은 6월 미국의 금리 인상을 계기로 저금리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발생한 걸로 보인다.

앞으로 저금리 국면이 마무리된 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우선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력이 더 세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은행이 연말까지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금리 인상도 느리게 진행하겠다고 얘기했지만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이후 예정된 금리 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차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보다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미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에 금리 인상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우리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은 크게 하락했다. 미국은 지난 6번의 금리 인상 때에 주가가 올랐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준 반면 신흥국은 자금 이탈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수준도 문제가 될 것이다. 금리가 주가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 전체 인상 폭의 3분의 2를 지난 다음부터다. 금리 인상은 경기가 좋을 때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므로 처음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임계치를 넘으면서부터인데 주가가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번 인상을 계기로 미국 금리가 ‘임계치’를 넘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의 인상 속도라면 내년 상반기에 미국 금리는 3%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금리 인상은 처음부터 경기 과열을 막는 게 목적이 아니다.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경기 위축에 대비해 정책 여력을 쌓는 게 목적이다. 이제 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 그동안 연준은 인플레를 중심으로 금리정책을 펴왔다. 그래서 물가상승률이 2%보다 낮으면 인상 속도를 늦추고, 이보다 높으면 속도를 높이는 작업을 반복해왔다. 지난 수 년 간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1.7% 정도인 걸 감안하면 올해와 내년에 갑자기 물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두 가지 사실을 놓고 볼 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3%까지 올린 후 금리 인상을 끝낼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해당 수준의 기준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다. 지금 미국 경제는 1990년대 말처럼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이는 성장률이 1%대로 들어오지 않는 한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도 크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높은 기준금리는 주식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다른 선진국의 금리 행보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끝날 때까지 특정 국가가 금리를 한 번도 올리지 못할 경우 내부에서 낮은 금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저금리가 마무리됐다는 걸 염두에 두고 시장을 분석해야 할 것 같다.
 상황 안정될 때까지 매수 보류
선진국의 긴축 강화의 영향이 원화에 먼저 나타났다. 이번 원화 약세는 과거와 사정이 다른 것 같다.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에 머물던 박스권을 뚫고 단숨에 1100원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당분간 1000대로 복귀가 힘들어 원화 약세에 맞춘 자산 가격 변동이 진행될 걸로 보인다. 6월에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1조원어치 이상 내다 팔았다. 원화 약세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 영향으로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유럽 주요국 주가도 올랐지만 우리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종합주가지수 2400선 유지는 고사하고 연중 최저치인 2350선을 지킬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당분간 우리 시장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우리 시장이 하락하자 ‘선진국 주가가 하락할 경우 우리는 어떻게 될까?’하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 영향으로 주식시장의 관심이 펀더멘털로 이동했다. 믿을 건 경제와 기업 실적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나쁜 건 아니다. 성장률만 보면 괜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청년실업률이나 소비처럼 체감 경기와 관련된 부분이다.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심리 위축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조만간 경기 논쟁이 불 붙을 가능성이 있다. 경기 저점에 대한 논쟁은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경기 정점에 대한 논쟁은 주가에 부정으로 작용한다. 만약 지금 경기 논쟁이 벌어진다면 이는 정점에 대한 논쟁일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다양한 약세 요인 때문에 당분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상황이 좀 정리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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