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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선진국 증시보다 더딘 움직임 예상

[증시 맥짚기] 선진국 증시보다 더딘 움직임 예상

성장률 전망 한국이 더 낮아…IT·은행株와 화학·조선株의 짧은 순환매 전망
2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4.1%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시행된 법인세 인하 덕이 크다. 우리는 2.9% 성장에 그쳤다. 두 나라의 성장률 격차가 벌어지자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의 높은 성장률은 금융시장에 상반된 영향을 줄 것이다. 세계 경제가 확고한 성장 축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 건 긍정적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경제가 좋지 않다. 유럽은 지난해 4분기에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그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최근에 바닥을 쳤지만 수준이 낮아 후한 평가를 줄 정도가 못 된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 경기마저 둔화된다면 경제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을 텐데 그건 피했다.

4%대 성장으로 금리 인상과 유동성 흡수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된 건 부정적이다. 지금 미국의 금리 수준은 경제와 맞지 않다. 성장률과 실업률이 각각 4.1%와 3.9%로 흔치 않은 수준인 반면 기준금리는 1.75%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미국의 실업률이 4%대일 때 기준금리 평균은 5.1% 였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역시 4.8%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지금 금리가 너무 낮다고 봐야 하는데, 성장률이 높아 금리 인상을 막는 게 더 힘들어졌다.
 美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가 힘 받을 듯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유럽은 연말에 양적완화를 끝낸 후 내년 상반기에 첫 번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유럽 경제가 좋지 않아 금리 인상에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미국 성장률 발표를 계기로 그런 생각이 약해졌다. 최근 일본의 시중금리가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0.1%까지 올라왔다. 일본도 미국 금리 상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금통위에서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가 소수 의견으로 나왔다.

미국의 높은 성장률은 국제 자금 이동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달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과 무역분쟁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가 달러 강세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네 번이나 있었다.

2016년 11월에는 중국 위안화를, 2017년 2월에는 중국·일본·독일의 통화를, 4월에는 다시 중국 위안화를 저평가된 통화로 지적했다. 그 때마다 달러는 일시적으로 절하됐다 다시 강해지는 흐름을 반복했다. 행정부의 바람과 달리 달러 약세가 단기에 그친 것이다. 이렇게 행정부의 노력이 한계에 부딪친 건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좋아서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미국이 상대편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미국이 높은 성장률은 달러 강세를 더욱 촉진하고, 강한 달러는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 이동을 가져오는 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경제가 높은 성장을 기록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지금 미국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그동안 주가가 너무 올라 시장 심리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현재까지 반응은 높은 성장을 반기지만은 않는 것 같다.

미국 시장 내부에서 일어난 일도 걱정이다. 페이스북 주가가 하루 사이에 19% 떨어졌다.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실적은 2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2%와 31%가 늘어나는 등 나무랄 데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이용객 수를 걸고 나섰다. 6월 일일 접속객 수가 14억7000만 명으로 시장 전망보다 적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주식시장, 특히 나스닥은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다섯 종목이 끌고 왔다. 그 결과 2004년 50달러였던 구글과 아마존의 주가가 지금은 각각 1800달러와 1200달러를 넘었다. 페이스북도 비슷하다. 2013년 40달러였던 주가가 하락 직전에 210달러까지 올랐다. 이들 종목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시가총액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섯 종목의 시가총액 합계가 중국 선전시장보다 크다. 주가가 오르자 실적과 주가 사이에 간격이 너무 벌어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섯 종목의 주가순익비율(PER)이 시가총액 가 중시 43.2배, 중간값을 사용하면 27.5배에 달해 S&P 500 지수 PER보다 57%나 높다.

주가가 높다 보니 이익에 약간의 문제라도 생기면 주가가 요동을 칠 수밖에 없었는데 페이스북이 그 경우였다. 이번 하락으로 미국 시장은 핵심 종목도 주가가 급변할 수 있는 상황임이 드러났다. 핵심 종목이 다시 주도주와 주변주로 나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상승 에너지가 줄어들 때 주로 나온다. 기업 실적은 경제지표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선후관계에서는 경제지표에 후행할 뿐이다. 미국의 성장률이 4.1%를 기록해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줄었음에도 대표 주식이 급락했다. 주가가 너무 높다는 사실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유럽 주요국 주식시장 역시 최고치에 육박했지만 우리 시장과 상관없는 얘기였다.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게 원인이다. 2분기에 국내 성장률이 2.9%를 기록했다. 기대치 3%대에는 못 미쳤지만 그렇다고 낮은 수준도 아니다. 주가 하락은 주로 앞으로 닥칠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 둔화 가능성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 성장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방향도 문제다. 지난해 3분기 3%대 중반의 성장을 기록한 후 최근까지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국내 경제가 지난해 중반을 정점으로 둔화되고 있는 건데 하반기에 그 양상이 보다 뚜렷해질 가능성 있다.
 미 증시 에너지도 약화 우려
코스피와 코스닥의 핵심 업종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분기 반도체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릴 정도였다. 그런데도 주가는 새로운 상승은 고사하고 실적 발표 전에 떨어진 부분조차 회복하지 못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바이오도 처지가 비슷하다. 한 차례 하락 이후 휴식에 들어갔지만 언제 또 하락이 시작될지 알 수 없다. 주가와 이익이 맞지 않는다는 점과 이번 하락을 계기로 기대가 무너졌다는 걸 고려할 때 하락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분간 우리 시장은 선진국에 못 미칠 것이다.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거나 그 부근에 머물 경우 종합주가지수도 2400 부근까지 올라가지만, 선진국 시장이 꺾이면 2250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실적이 괜찮지만 주가가 오른 주식과 실적이 나쁘지만 주가가 먼저 떨어진 종목 사이에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처음 그룹의 대표주자는 IT와 은행이다. 뒤 그룹의 대표주자는 화학과 조선 등이다. 둘 중 어느 쪽도 승기를 잡기 힘들다. 당분간 둘 사이에 짧은 순환매가 예상되는데 이들을 빼면 눈에 띄는 종목을 찾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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