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그늘] 아파트는 낡았고 셋 중 둘은 남의 집 살아
[서울 강남의 그늘] 아파트는 낡았고 셋 중 둘은 남의 집 살아

▎서울 강남권은 국내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지만 주택 노후화가 심하고 자가 점유율 등 주거 지표가 서울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강남 일대.
입주 풍년에도 강남에는 초과 수요

서울에 주택이 많이 들어서고 집을 많이 샀는데도 서울에서 내 집을 가진 가구는 전국 추세와 거꾸로 줄었다. 주택 소유율이 2015년 49.6%에서 지난해 49.2%로 0.4%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전국은 56%에서 55.5%로 내렸다가 지난해 55.9%로 올라갔다. 서울에선 유주택 가구보다 무주택 가구가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년 새 유주택 가구는 1만1000여 가구 늘어난 데 비해 무주택 가구는 1만8000여 가구 증가했다. 무주택 가구보다 유주택 가구가 집을 더 많이 매수하면서 유주택 가구의 보유 주택 수가 늘었다. 2016년 1.16가구이던 유주택 가구당 보유 주택 수가 지난해 1.42가구다.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 가구도 많아졌다. 지난해 유주택 가구(187만 가구) 중 다주택 가구는 4가구 중 하나가 좀 더 되는 52만 가구(28%)다. 다주택 가구는 무주택을 포함한 전체 가구로 보면 7가구 중 하나였다(13.8%). 여섯 집 건너 다주택 가구인 셈이다. 개인 기준으로도 다주택자가 늘었다. 지난해 유주택자 243만 명 중 다주택자는 16%인 38만9000명으로 2015년보다 5000명(1.1%포인트) 증가했다. 다주택자와 다주택 가구는 강남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유주택자 중 다주택자 비율이 20.5%였고 강남구가 22%로 가장 높았다. 유주택자 5명 중 하나다. 가구 기준으로는 강남권 유주택 3가구 중 한 가구(32.1%)가 2채 이상 갖고 있다. 강남구에 36.4%로 가장 많다. 강남권은 다른 지역 주택 구매도 적극적이었다. 경기도 내 외지인 소유 주택 47만5400가구 중 강남(2만3100가구, 4.9%)·송파(2만3000가구, 4.8%)·서초구(1만7100가구, 3.6%)가 1~3위였다.
하지만 강남권 주거 지표는 서울 평균 이하다. 강남권 거주자들은 소득의 최고 20배에 달하는 가격의 집에 살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의 연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이 20.8로 가장 높다. 수도권 평균(7.9)의 3배 수준에 가까운 수치다. 다음으로 강남구(18.3)다. 송파구는 11.3이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남구 13억6000만원, 서초구 12억7000만원, 송파구 9억8000만원이었다. 비싼 강남권 집은 이곳 사람들에게도 ‘그림의 떡’이다. 대부분 남의 집에 살고 있다. 자기 집에 거주하는 자가 점유율이 서울 평균보다 낮다. 서울 평균이 42.8%이고 강남권은 38.6%다.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가 최저인 34.4%다. 강남권에서 남의 집 살이를 하는 가구가 셋 중 둘이다.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권은 지방에서 투자가 몰려 서울 이외 거주자의 주택 소유 비율이 높다. 강남권이 18.1%이고 강남구가 가장 높은 19.9%다. 강남구 주택 다섯 채 중 한 채 주인은 서울 이외 사람인 것이다. 서울 평균은 14.7%다.
서울 외 거주자의 주택 소유 비율 강남권 18%
빈 집도 강남권에 많다. 서울 시내 아파트 4만7000여 가구 중 27%인 1만2000여 가구가 강남권이다. 강남구가 6700여 가구로 최다다. 서울 전체 아파트 중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이 2.8%인데 강남구는 두 배 수준인 5.3%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구가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선망의 대상이긴 하지만 이면에는 다른 곳 못지않게 주거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