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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에서 고달픈 저녁형 인간

직장 생활에서 고달픈 저녁형 인간

밤이 체질에 맞는 올빼미에게 아침 좋아하는 종달새처럼 살도록 강요하면 뇌기능과 생산성, 건강에 해로워
▎직원 개개인의 생체시계를 고려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직원 개개인의 생체시계를 고려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아침에 활력이 넘치는 사람을 아침형 인간 또는 ‘종달새’라고 부른다. 그와 달리 밤이 되면 생생해지는 사람은 흔히 저녁형 인간 또는 ‘올빼미’라고 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의 뇌는 저녁형 인간의 뇌와 다르다. 따라서 고용주가 일괄적인 표준형 근무시간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학술지 ‘수면’에 발표된 논문이 지적했다.

그 논문을 제출한 연구팀은 저녁형 인간을 아침형 인간처럼 살도록 강요하는 것은 뇌기능과 생산성,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건강만이 아니라 생산성을 생각해서라도 고용주는 교대 근무 시간표를 짤 때 그들의 생체시계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하는 것은 생리적으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주기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해로울 수 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하는 것은 생리적으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주기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해로울 수 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하는 것은 생리적으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주기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해로울 수 있다.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를 결정하는 요인을 일주기성 인자(chronotype)라고 부른다. 연구팀은 그 인자가 뇌기능이나 뇌부위의 연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했다. 이 연구에는 38명이 피험자로 참가했다. 그들은 13~16일 동안 휴식과 활동주기를 추적하는 센서를 착용했다. 연구팀은 오전과 오후, 밤에 그들의 타액을 수거해 멜라토닌과 코르티솔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다. 또 그들의 반응시간을 테스트하는 과제를 제시했고, 생활방식이 어떤지 또 언제 자주 졸리는지에 관한 설문서를 작성케 했으며, 자기공명영상법(MRI)으로 그들의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저녁형은 오전에 반응시간이 느렸고, 표준 근무시간 동안 많이 졸린다고 답했다(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아침형은 오전에 과제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했고, 저녁형은 저녁 8시께 과제 수행의 효율성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아침형은 오후에 졸리거나 별 다른 문제를 겪지 않았다. 이런 패턴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로 알려진 뇌부위의 기능적 연결성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침형이 최상의 컨디션일 때 저녁형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졸리는 이유를 거기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DMN은 인지 기능과 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로 멍한 상태이거나 몽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진다. 내측전전두엽피질, 후대상피질, 두정엽피질에 퍼져 있는 신경세포망이 이에 해당한다. 평소의 인지 과제 수행 중에는 서로 연결되지 못하는 뇌의 각 부위를 연결시켜 창의성과 통찰력을 높여준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 버밍엄대학 인간두뇌건강센터에 있으면서 이 연구를 이끈 엘리스 페이서-차일즈 박사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생체리듬에 맞지 않은 근무시간이나 수업시간에 생산성이 떨어져 고생한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의 건강위험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이 문제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현재 호주 멜버른 소재 모나시 인지·임상신경과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페이서 차일즈 박사는 “우리 대다수는 항공여행에 따른 시차증의 형태로 개인의 생체시간과 사회시간의 불일치를 경험한다”며 “그런 불일치로 인해 저녁형 인간은 흔히 표준 근무시간에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우리 연구는 저녁형 인간이 그런 제약의 틀에 맞춰야 할 때 인지적인 불리함을 겪는 이유를 말해주는 내재적 신경 메커니즘을 최초로 밝혀냈다. 일반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지만 야간형의 경우 오전에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의식과 관련된 뇌 부위에서 연결성이 낮아지면서 졸리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우리가 좀 더 유연하게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건강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버밍엄대학의 앤드루 백쇼 박사는 “아침형과 저녁형의 행동 차이에 관한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수면 시점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뇌 기능을 최적화하려면 충분한 수면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잠을 자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뇌 때문이다. 개인에 따라 다른 수면패턴이 인지와 정신건강에 필요한 뇌 네트워크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초점을 맞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 연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였다.”

지난해 다른 연구팀은 저녁형 인간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선 근무시간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술지 ‘시간생물학’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저녁형은 표준 근무시간을 따를 경우 사망위험이 높고 당뇨와 심리적 장애, 또는 신경질환에 시달릴 가능성도 더 크다.

건강한 수면습관을 홍보하는 단체 ‘수면위원회’의 제시카 알렉산더 대변인은 그 연구 결과를 두고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세계, 특히 산업화된 사회는 저녁형보다 아침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저녁형은 내면의 생체시계에 따라 잠들고 깨는 동시에 아침형 위주로 건설된 외부세계에 적응해야 한다. 그 결과 그들은 심각한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 [뉴스위크 한국판 2018년 3월 11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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