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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세대’ 정신건강에 빨간불

미국 ‘i세대’ 정신건강에 빨간불

청소년 사이에서 우울증과 자살 충동 크게 늘어 …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 과잉 노출이 한 원인
여성이 사이버 괴롭힘에 더 많이 노출돼 우울증과 불안증 위험이 높을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미국에서 198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2000년 전후로 태어난 Z세대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 2000년대 중반 이래 미국 청년과 청소년 연령층에서 우울증과 자살행동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그보다 나이가 많은 미국 성인 집단에선 그런 추세를 발견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에선 정신건강 문제가 오히려 약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지 이상심리학저널에 발표된 이 논문의 저자들은 이런 현상이 기분장애(기분이 심각하게 왜곡돼 나타나는 정신병리적 상태)의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수면을 심하게 방해하는 소셜미디어가 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믿는다.

조사 시점 이전 1년 동안 주요 우울증 증상을 경험한 12~17세의 비율이 2005년 8.7%에서 2017년에는 13.2%로 늘었다(52% 증가). 18~25세의 경우 우울증 증상을 경험한 비율은 2009년 8.1%에서 2017년 13.2%로 높아졌다(63% 증가). 조사 시점 이전 한 달 동안 중증 정신 문제에 시달린 18~25세의 비율도 2008년 7.7%에서 2017년 13.1%로 증가했다(71% 상증가). 중증 정신 문제에는 초조와 불안, 절망, 너무 슬프거나 우울해 어떤 것도 위안이 되지 않는 상태, 모든 일이 힘들다는 느낌, 자신이 쓸모없고 가치 없다는 느낌 등이 포함된다. 한편 자살 충동을 느꼈거나 자살을 계획했거나 기도한 18~19세의 비율도 2008년 8.5%에서 2017년 12.4%로 늘었다.

특히 여성이 기분장애에 시달릴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2005년 12~17세 소녀 중 13.1%가 그 이전 1년 동안 심각한 우울증 증상을 겪었다. 그 비율이 2017년 19.9%로 높아졌다. 5명 중 거의 1명꼴이다.

이 연구는 미국 약물남용 조사연구(NSDUH)에 참가한 12세 이상 61만188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 구체적으로 2005~2017년 12~17세 21만2913명, 2008~2017년 18세 이상 39만8967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논문의 주 저자인 진 트웬지 샌디에이고주립대학 심리학 교수는 “2016~2017년 정신건강 문제가 크게 증가한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고 뉴스위크에 설명했다. “정신건강 문제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며 급격한 증가로 인해 특정 연령층에서 우울증과 자살 기도가 2008~2017년 두 배로 늘었다.”

초연결 사회에서 성장하는 요즘 아이들의 특징을 다룬 저서 ‘#i세대’(매경출판 펴냄)를 펴낸 트웬지 교수는 이 연구가 지역적으로 미국에 국한됐으며, 또 NSDUH에 포함된 정신건강 문제만 분석해 그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 우울증, 심리적 스트레스, 자살 관련 문제의 측정은 자기보고에 기초하지만 우리는 자기보고의 편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객관적인 자살률도 조사했다.”

트웬지 교수는 이 연구가 정신건강 문제의 급증 원인을 확정적으로 제공하지는 않지만 2009년의 대침체와 소득 불평등, 노동시장의 변화, 교육 압력 같은 요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연령층보다 젊은이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한 가지 변화가 있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문자메시지·게임 같은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이다. 물론 그들보다 나이가 많은 성인도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지만 젊은이 사이의 기술 도입이 훨씬 더 빠르고 전면적이다.

기술이 그들의 사회적 삶에 미치는 영향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훨씬 크다. 그에 따라 십대와 청년층이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그들은 친구를 직접 만나거나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디지털 미디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트웬지 교수는 수면의 질적·양적 수준 하락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의 주요한 위험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전 연구에서 우리는 2011~2012년 시기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는 십대가 갑자기 크게 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잠들기 직전 디지털 기기의 화면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이 수면 부족과 상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한편 듀크대학 의과대학원의 소아 기분·불안장애 전문가인 모이라 린 박사는 트웬지 교수의 연구가 잘 설계되고 진행됐지만 젊은 여성 사이에서 우울증과 불안증 위험이 더 높은 이유를 확인하려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의 부상이 한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팀의 우려에 공감한다. 여성이 사이버 괴롭힘과 수치심 주기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아울러 청소년에게 하루 12시간 정도의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지만 갈수록 그 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정신학 분야에서 오래 전부터 잘 알려졌다.”

린 박사는 항우울제가 청소년의 자살 충동·행동 위험과 상관 있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고 때문에 의사가 항우울제 처방을 꺼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 여부는 이 연구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가정의학과 협회(AAFP)의 이사인 스털링 랜선 박사는 트웬지 교수의 연구가 젊은 층이 전자통신과 디지털 미디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이 정신건강 문제의 급증과 직접 연관된다는 것을 입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대개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해 자녀의 신기술·소셜미디어 사용과 관련한 부모의 우려가 상당히 크다. 무엇보다 요즘 청소년으로 살아가기가 무척 힘들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약 30년 전엔 생각하지도 못했던 스트레스 요인이 지금의 우리 젊은 세대를 괴롭힌다. 우리의 뇌는 약 25세가 돼야 성숙한 수준에 도달한다. 이 연구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뇌가 현대 생활의 스트레스 요인에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초 발표된 다른 연구에 따르면 대마초를 사용하는 청소년이 자살 기도와 우울증에 시달릴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 미국의사협회 정신의학회지에 발표된 이 논문의 저자들은 세계적으로 대마초가 십대의 가장 인기 있는 향정신성 약물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마리화나 사용의 정신건강 위험을 조사하기 위해 기존 연구 11건을 분석했다. 그들은 어떤 청소년이 대마초를 사용하는지, 그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는지, 또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자살을 시도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대마초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증과 자살 충동, 자살 기도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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