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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야생동물 이제 발붙일 데 없다

세계의 야생동물 이제 발붙일 데 없다

위기에 처한 1237종이 서식지 90% 이상에서 인간의 활동으로 생존 위협 받아
▎야생생물의 도피처 역할을 하는 쿨스팟은 아마존 우림 일부, 안데스, 동부 히말라야,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밀림 등이다. / 사진:ALLAN ET AL. PLOS BIOL.

▎야생생물의 도피처 역할을 하는 쿨스팟은 아마존 우림 일부, 안데스, 동부 히말라야,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밀림 등이다. / 사진:ALLAN ET AL. PLOS BIOL.

세계적으로 야생생물의 가장 큰 위협은 지속불가능한 수렵과 채취, 그리고 서식지 파괴다. 특히 넓은 자연 서식지가 주택·도로와 산업활동 부지로 전환되면서 야생 생물이 큰 위협을 받는다. 이런 위협은 집단멸종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런 위협이 존재하는 지역과 그 위협에 민감한 종의 서식지가 겹치는 곳이 어디인지에 관한 우리의 이해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그에 따라 가장 중요한 지역에 보존 노력을 집중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이 상당히 제한된다.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생물학(PLoS-Biology)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위기에 처한 포유류·조류·양서류 5457종의 서식지 내부에서 사냥과 개간을 포함해 가장 해로운 인간의 위협 15가지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 지도를 작성했다.

우리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서식지에 어떤 위협이 가해지는지 살펴본 결과 서식지 대부분에서 야생동물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위협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조사 대상 야생동물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237종이 서식지 90% 이상에서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중에서 포유류가 가장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자와 코끼리 같은 카리스마 강한 대형 포유류 다수가 거기에 포함된다. 특히 우리는 서식지의 100% 전체에서 생존을 위협 받는 395종을 확인했다.
▎말레이시아·브루나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미얀마는 야생동물에 미치는 인간의 위협이 가장 큰 나라로 확인됐다. / 사진:ALLAN ET AL. PLOS BIOL.

▎말레이시아·브루나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미얀마는 야생동물에 미치는 인간의 위협이 가장 큰 나라로 확인됐다. / 사진:ALLAN ET AL. PLOS BIOL.

우리는 그런 위협이 특정 종에 해당될 경우에만 서식지 내부의 위협으로 분류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사자는 도시화와 사냥·포획으로 생존을 위협 받는다. 따라서 우리는 사자를 대상으로 그런 특정 위험이 중복되는 부분만 수량화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위협의 영향을 받는 특정 종의 서식지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반대로 위협이 없어서 보호구역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알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위기에 처한 종에 인간의 위협이 미치는 곳을 ‘핫스팟’으로 정의하고, 위협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을 ‘쿨스팟’으로 규정했다.

서식지 거의 대부분에 걸쳐 위협에 직면한 종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은 우리 지구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종은 개체수가 감소해 위협이 미치는 지역에서 완전히 멸종할 수 있다. 특히 서식지 전체에 걸쳐 위협 받는 종은 표적화된 보존 노력이 없다면 멸종에 직면할 것이 확실하다.

그와 대조적으로 인간의 위협을 전혀 받지 않는 1000종 이상의 동물도 발견했다. 긍정적인 소식이긴 하지만 우리 연구에서 모든 가능한 위협이 전부 다 고려되진 않았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실질적인 피해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양서류에 중대한 위협인 특정 질병이나 거의 모든 종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기후변화는 이번 연구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우리는 각 종의 서식지 중에서 위협에 노출된 지역을 정밀 조사함으로써 인간이 위기에 처한 종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세계 지도에 표시할 수 있었다. 위기에 처한 종에 인간의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치는 핫스팟은 동남아로 드러났다. 특히 말레이시아·브루나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미얀마는 야생동물에 미치는 인간의 위협이 가장 큰 나라였다. 또 가장 피해가 큰 생태계는 맹그로브 숲과 열대우림이었다. 그런 숲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어서 매우 큰 우려를 제기한다.
▎인간의 활동이 아프라카 사바나에 서식하는 많은 종의 생존을 위협한다. / 사진:XINHUA/JOONGANG PHOTO

▎인간의 활동이 아프라카 사바나에 서식하는 많은 종의 생존을 위협한다. / 사진:XINHUA/JOONGANG PHOTO

또 우리는 인간의 위협에서 자유로운 동물 서식지를 모아 쿨스팟 세계 지도도 만들었다. 이 지도는 위기에 처한 종이 엽총이나 덫, 불도저의 유린을 피할 수 있는 도피처로 마지막 남은 야생지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곳이 야생 보존의 중요한 거점이다. 쿨스팟은 아마존 우림 일부, 안데스, 동부 히말라야,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밀림 등이다.

주목할 점은 많은 지역에서 쿨스팟이 핫스팟 부근에 위치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종이 서식하는 곳에서는 인간 위협의 영향을 크게 받는 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종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당연한 현상이다. 종에 따라 위협에 대한 감수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낙관할 만한 여지도 있다. 우리가 확인한 모든 위협은 보존 노력으로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반드시 위협이 심각한 지역에 집중돼야 하며 재정적·정치적 지원과 지지가 확보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특정 종의 피난처를 확보해야 한다. 그 종의 생존에 필수적인 보호구역 설정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피난처가 거의 없거나 피난처 접근이 어려운 종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선 충분한 서식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적극적 위협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네팔에선 표적화된 밀렵 방지 노력의 결과 호랑이 개체수가 2009년 이래 두 배로 늘었다.

위협을 해소하고 보호구역을 확보하는 일은 상호보완적 접근법으로 동시에 이뤄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 우리 연구는 이런 노력의 방향을 설정하고 개별 국가적인 노력과 세계적 보존 계획을 최대한 성공으로 이끄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 제임스 앨런, 크리스토퍼 오브라이언, 제임스 왓슨



※ [필자 제임스 앨런은 호주 퀸즐랜드대학 생물과학 대학원 박사 후 과정 연구원, 크리스트퍼 오브라이언은 같은 대학 지구환경과학 대학원 박사 과정 연구원, 제임스 왓슨은 같은 대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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