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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종목별로도 변동성 큰 상황 이어질 듯

[증시 맥짚기] 종목별로도 변동성 큰 상황 이어질 듯

2분기 기업 실적도 부진… 사상 최고치 경신 미국 시장도 IT업종 고민
2분기 실적이 예상했던 대로 좋지 않다. 지난해 대비 이익이 줄어들지 않은 회사를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러다 보니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2100선을 지키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있는데 기업 실적이 미국과 우리 시장의 차이가 벌어진 결정적 원인이었다.

기업은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을 당시 우리 기업들의 능력은 나쁘지 않았다. 우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평균 6% 정도까지 올라왔다. 매출 규모뿐만 아니라 형태도 좋아지고 있었다. 외환위기 이전 박리다매형 매출 구조가 하나를 팔더라도 많은 이익을 남기는 고급형으로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 스스로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커지자 2004년부터 이익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최근 상황은 2004년에 못 미친다.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10년 4.9%를 정점으로 내려오기 시작해 최근에 1.2%로 떨어졌다. 매출액 증가율 역시 2012년 5%대에서 지금은 2%대 증가에 불과하다. 기업의 효율성은 짧은 시간에 획기적으로 향상되지 않는다. 2004년부터 이익이 증가한 건 이전에 대규모로 시행된 IT와 시설투자 덕분이었다.
 노동생산성·매출액 증가율 크게 떨어져
4~5년 전부터 우리 주력 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조선·건설·철강·운송 등이 그 예다.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던 비중을 감안할 때 종합주가지수 2000을 유지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 공백을 화장품을 비롯해 게임, 엔터테인먼트 같은 콘텐트 산업과 바이오가 메워왔지만 최근에는 이 흐름마저 끊어지고 말았다. 과거 업종 대표주는 경기가 아무리 둔화돼도 주가가 최고치 대비 50% 이상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시장이 일정한 완충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인데, 더 이상 이런 상황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 경제 구조상 해당 산업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 따라 예상보다 실제 이익이 많이 나는 이른바 어닝서프라이즈 종목에 대한 프리미엄이 다른 어떤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자동차 업종을 이 부류의 대표 주자로 꼽고 있다. 자동차 이익에 큰 영향을 주는 원·달러 환율이 분기 중 한때 1198원까지 올라갔었고, 원·엔 환율 역시 1100원을 돌파해 일본 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차 모멘텀 강화, 제품 믹스 개선 등이 가미돼 이익 추정치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지지부진함에도 자동차 관련주가 견조한 흐름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익 변화에 따른 프리미엄이 반영된 결과로 생각된다.

미국 시장 역시 몇 가지 근심거리를 안고 있다. 우선 주가가 너무 높다. S&P 500 지수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이 17.1배까지 올라왔다. 과거 평균치(13배)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2분기 실적이라도 좋으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데이터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2 분기 미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감소할 걸로 예상되고 있다. 1 분기의 0.3% 감소에 이어 2분기째로 실적이 줄어드는 것이다. 3분기까지 이익 둔화가 계속돼 2015년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감익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

업종별 이익 동향도 문제다. 시장에서는 2분기 미국 기업 이익 감소의 주범으로 IT업종을 꼽고 있다. 주당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11.9% 줄어들 걸로 예상하고 있다. IT가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감안할 때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향은 우리 시장에까지 미친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력 업종 역시 IT이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가장 클 뿐 아니라 외국인 매수가 들어오는 핵심 종목이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 IT업종의 이익이 줄어들 경우 우리 시장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 대 선진국’이었던 시장 구도가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과 미국’의 구도로 바뀌었다. 미국 시장이 상승하는 데에도 다른 나라 주가가 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6월까지는 우리만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사이 유럽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7월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 독일은 연속 6일, 유럽지수 역시 5일간 하락했다. 또 한번의 시장 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시장 간 움직임이 달라진 건 금리 인하가 시장을 끌고 가는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책이 미국에서 나온 만큼 미국 시장이 이에 대해 강하게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유럽이 금리를 내릴 여유가 없는 점도 주가 차별화에 반영됐다. 미국은 금리를 인상했던 만큼 내릴 여유가 있지만 유럽은 한번도 금리를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 능력이 없다. 경제 상황도 차이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 경제가 1년 전에 둔화되기 시작해 아직도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주식시장이 경기 둔화에 발목이 잡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과 비슷한 처지다.

미국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태가 양호하긴 하지만 혼자만 상승할 수는 없다. 최근에는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새로운 가격 영역에 진입했음에도 상승이 힘겹게 진행돼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게 7월 1일이다. 20일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상승률이 1%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너무 높아 다른 재료의 영향력이 약해진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거래가 줄었다. 특정한 날에 외국인과 국내 기관이 합쳐 2000억원 정도의 순매수만 해도 주가가 1% 이상 오를 정도로 시장의 깊이가 얕아졌다. 당분간 시장은 물론 종목별로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이어질 것이다. 외국인이 연속 순매수를 하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전략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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