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가 만난 사람(48) 최현석 프라임요양병원장] 자신은 집에서, 부모는 병원서 죽기를 바라는 사회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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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48) 최현석 프라임요양병원장] 자신은 집에서, 부모는 병원서 죽기를 바라는 사회

[이필재가 만난 사람(48) 최현석 프라임요양병원장] 자신은 집에서, 부모는 병원서 죽기를 바라는 사회

[인간의 모든 죽음] 펴낸 요양병원장… 죽음을 공부하라
▎사진:프라임요양병원

▎사진:프라임요양병원

최근 [인간의 모든 죽음]이란 책을 낸 최현석 프라임요양병원장은 “결국 남겨진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게 좋은 죽음”이라고 말했다. “죽은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사실 살아남은 우리로서는 판단할 길이 없습니다.”

현대인은 대부분 병원에서 질병과 싸우다 탈진해 고통스럽게 죽는다. 75%가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다(2016년 기준, 통계청). 말하자면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죽음이 오히려 예외적이다. 최 원장은 그러나 1990년대 자신의 인턴 시절만 해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임종이 임박하면 집으로 모시는 게 일반적이었다고 했다. 집으로 옮기는 동안 환자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고 인턴이 앰부배깅(Ambu bagging·스스로 호흡하기 힘든 환자에게 수동식 기구로 산소를 공급하는 조치)을 했고, 집에 도착한 후 임종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의 죽음도 객사로 간주했고, 부모의 객사는 자식으로서는 불효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한국인은 자신은 집에서 죽기를 바라지만, 여러 이유에서 부모는 병원에서 돌아가시기를 바란다. 미국은 임종을 앞두고 집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쩌다 한국 사람들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게 됐나요?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게 어느덧 우리 사회의 통념이 돼버린 겁니다. 집에서 사망하면 방치했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죠. 또 경찰에 신고해 부검을 해야 하고, 사망진단서 발급도 까다로워요. 그렇다 보니 집에 계시던 분도 임종이 가까우면 병원으로 모시게 되죠.”

10여 년 전부터 우리 사회는 좋은 죽음(good death)을 웰다잉으로 바꾸어 부른다. 건양대 웰다잉연구회는 웰다잉에 대해 ‘준비된 죽음이자 편안하게 고통 없이 떠나는 것, 행복한 죽음을 맞는 것’으로 해석한다. [인간의 모든 죽음]은 500쪽에 가까운 두툼한 책이다. 표지엔 이런 카피가 인쇄돼 있다. ‘마흔이 넘으면 죽음을 공부하라.’ 에이브러햄 링컨은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82.7년이다. OECD 회원국 평균인 80.7년보다 2년 길고, 기대수명 1위인 일본(84.2년)보다 1.5년 짧다. 인생의 반환점이 가까운 마흔을 넘기면 얼굴엔 책임을 지고 죽음에 대해 공부하라는 이야기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 최 원장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메멘토 모리는 사실 임종을 앞둔 사람이 아니라 아직은 죽음이 먼 사람에게 해당하는 경구”라고 말했다.

“죽음은 누구도 경험할 수가 없어 생각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봐야 내가 어떻게 살 건지, 오늘은 뭘 할지 제대로 생각하게 돼요. 까르페디엠(Carpe diem·현재 순간에 충실하라)이죠. 또 이렇게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사람이 많아져야 죽음에 관한 문화도 만들어져요. 막상 죽음이 임박하면 불안과 공포가 엄습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됩니다. 하나님 곁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나 무로 돌아간다고 받아들이는 무신론자는 평온한 반면 얼치기 신자들은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신이 자신을 받아줄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죽음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게 뭔가요?


“나의 죽음에 대해 결정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가족 등 타인입니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나의 자아는 이미 죽은 상태로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나는 죽은 겁니다. 나의 죽음에 대해 나는 사실상 아무런 결정권이 없어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요? 보람 있게 보내고 싶지 않을까요? 체크리스트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죠. 사실 죽음의 준비는 나이와도 관계없습니다. 또 자신의 죽음과 관련해 가족들에게 언명을 해둬야 합니다. 가족이 판단하기 쉽도록 어떻게 해 달라고 미리 요청을 해 두라는 거죠. 병원과 보호자 간의 신뢰관계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죽음을 맞이하는 곳인 요양병원의 경우 안타깝게도 이런 신뢰가 쌓인 병원이 거의 없어요.”

그는 2018년부터 창녕에서 요양병원을 운영 중이다. 불필요한 생명 연장을 지양하고 환자들이 인생을 존엄하게 마감하도록 돕고 있다. 죽음이 임박하면 가능한 한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임종을 하게 하려 한다. “요즘은 노환으로 죽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질병이 사망 원인이고, 죽음을 준비할 새도 없이 질병과 싸우다 세상을 등지죠. 치매로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그때 이미 사회적 죽음을 맞고 육체적 생명만 연장하는 겁니다.”



연명치료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불필요하고, 웰다잉을 방해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삶의 질이 확보되지 않는, 건강수명과 관계없는 의미 없는 삶을 연장하는 것이죠. 연명치료를 바라는 당사자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가족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면 결정권이 없는 환자로서는 고통스럽게 수명을 연장할 수밖에 없어요. 이래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죽음 교육이 필요합니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생기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기준이 모호합니다.”



그런가 하면 죽음의 질을 돈이 결정하는 시대가 된 거 같아요.


“돈이 있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돈이 변수인 건 맞아요. 환자에게 연금이 많이 나오면 당사자는 고통스러워도 가족은 연명치료를 바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당사자가 과연 행복할까요? 돈이 행복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렇다고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연금을 줄이는 게 대안도 아닙니다.”



완화의료는 연명치료와 상충하나요?


“완화의료는 말기 질환 환자의 고통 등 환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이어서 상충하는 경우가 많죠. 연명치료와는 철학적 배경이 달라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환자가 오래 살아야 고객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완화이고 무엇이 연명인지는 사실 의료진이 판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노인을 치매 등으로 요양 시설로 모시는 적기가 언제라고 보나요?


“스스로 용변을 볼 수 없는 등 가족이 더 이상 돌볼 수 없을 때입니다. 그러나 며느리 등 돌보는 사람이 힘들어 하고 그래서 미워지면 그 전에라도 시설로 모셔야죠.”

최 원장은 죽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관련 법제도 바뀐다고 주장했다. 법감정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입니다. 그런 방향으로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죠. 가족이 꼭 당사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도 아닌데 지금은 가족이 결정해요. 아동학대하는 부모가 있듯이 자식이라고 꼭 부모가 편해지도록 결정하는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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