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맥짚기] 속속 드러나는 국내외 코로나19의 영향
[증시 맥짚기] 속속 드러나는 국내외 코로나19의 영향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주정부 취업센터 앞에서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기업의 전체 채무는 이들이 발행한 채권과 은행 대출을 합친 금액으로 계산된다. 미국의 셰일오일 기업이 현재 가지고 있는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규모가 1%대 수준이라 에너지 기업들이 부도를 내도 미국 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문제는 이들을 시작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서 광범위하게 부도가 발생하는 경우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부채가 미국 GDP의 10.7%에 달하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수익성이 나빠질 경우 문제가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2008년을 회상하는 미국 회사채 시장

미국 회사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해 국채 금리와 차이가 커졌다. 에너지기업 중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는 국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떨어져 수익성이 계속 낮아진 상태에서 금리까지 오르자 다수 기업이 자금 확보에 나선 결과다. 그 동안 금리가 높았다면 기업들이 금리에 대한 적응력을 키웠을 텐데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저금리 환경에서 2019년에 하이일드 에너지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이 1.3배에 지나지 않는 등 이자 지출이 작아 금리 상승에 대한 적응력이 없는 상태다.
미국 회사채시장이 불안해지자 사람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3000억달러 밖에 안 되는 서브프라임모기지가 파생상품으로 규모가 커져 통제할 수 없을 상태로 번졌다. 잘 모르는 부분에서 사고가 터진 경험 때문에 지금 회사채 시장도 그렇지 않다고 보장할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은행이 기업에 대출해준 채권을 기초로 만든 상품으로 은행이 대출 채권을 자산 유동화 전문회사에 매각하면 이 회사가 증권을 발행해 시장에 내놓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 동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도구로 많이 썼다. 해당 상품이 금융위기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와 비슷한 구조인지, 신용도 낮은 기업의 채권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알려진 게 없다. 그래서 시장이 더 불안해 하고 있다. 속 시원하게 다 밝혀졌으면 믿을 텐데 사정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식시장은 미국 정부가 회사채시장 대책으로 어떤 걸 내놓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금융위기 때에도 금리를 0.25%까지 내리고,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처음에는 상황이 진정되지 않았다. 서브프라임모기지에서 시작된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1월 연준이 양적 완화를 발표하고 모기지 채권 매입에 들어가자 비로소 주가가 하락을 끝내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지금에 적용해 보면 시장이 회사채 시장에 대한 대책이 마련됐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되야 주가가 반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 수십 년 사이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최고로 혼란했던 시기를 꼽으라면 단연 2008년 금융위기다. 당시 기록을 보면 금융기관 사이에 불신이 얼마나 컸던지 미국 국채를 담보로 맡기고도 돈을 빌리지 못할 정도였다. 금융위기 때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년 5개월에 걸쳐 1576에서 666까지 57.7% 떨어졌다. 하락은 몇 번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1차는 5개월간 1576에서 1256까지 20% 떨어졌다. 대형 투자기관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부실화 돼 다른 기업에 인수된 게 원인이었다. 이후 잠시 반등했던 주가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에 3주간 33.1%가 떨어지는 본격 하락을 맞았다. 그리고 2009년에 3월에 마지막 하락을 겪은 후 장기 상승에 들어간다. 이번에 미국 주식시장이 3주에 걸쳐 32.8% 떨어졌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하락률이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0%까지 내려갈 걸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성장률도 -3% 정도 될 걸로 보고 있다. 질병으로 사람의 활동이 멈추는 이전에 겪어보지 않았던 일이 벌어진 만큼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금융위기 때에는 위기 이전에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한 반면 지금은 사상 최고치에서 사태가 터져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수긍이 간다.
조만간 반등이 나타날 듯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흐름이 괜찮았다. 외국인 매도가 대형주에 집중돼 이들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이 거세지면서 이 전략도 무용지물이 됐고 지금은 종목에 관계없이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주가가 반등할 때 어떤 주식이 더 많이 오르는가는 직전 하락률에 의해 결정된다. 크게 떨어진 종목일수록 크게 오른다. 이번에는 종목선택에 우량주라는 조건 하나가 더 들어가야 한다. 국내외 경제가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고 우량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에 실적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내용이 부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하락 이전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반도체와 2차 전지관련 주식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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