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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부담부 증여’] ‘부담부 증여’로 보유세·양도세·취득세 절세 효과

[급증하는 ‘부담부 증여’] ‘부담부 증여’로 보유세·양도세·취득세 절세 효과

집값 상승보다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걱정되면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 노려야
정부가 종부세를 강화하고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자 다주택자가 매도보다 증여에 관심을 더 두고 있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가진 박모(68)씨는 최근 세무사를 찾았다. 올해부터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대폭 늘 것으로 예상해 한 채를 줄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유리할지 상담하기 위해서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려니 비싼 집이어서 혜택이 없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공시가격이 6억원이 넘으면 종부세 감면 혜택이 없다. 매도나 자녀 증여를 두고 저울질 중인데 증여 쪽으로 기울고 있다. 증여가 어느 때보다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집값이 너무 올라 자녀가 스스로 집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증여 세금 부담이 줄어든 지금 물려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3개월간 서울 주택 증여 건수는 6922건으로 2006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전에는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기록한 5767건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말 이후 증여가 많이 늘어날 증여제도의 변화가 없다.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풍선효과다. 정부는 12·16대책에서 종부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세율을 올리고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보유세 상한을 높이기로 했다. 세율이 지난해보다 1주택자는 0.1~0.3%포인트, 다주택자는 0.2~0.8%포인트 올라간다.
 2006년 집계 이후 증여 최대
급등할 보유세를 생각하면 주택 수를 줄이는 게 절세다. 같은 과세표준(세금 부과 기준 금액)이더라도 다주택자 종부세 세율이 1주택자보다 25~50% 더 높다. 지난해엔 18.5~30% 차이 났다. 과세표준 3억~6억원의 세율이 지난해 1주택자 0.7%, 다주택자 0.9%에서 올해엔 0.8%, 1.2%로 각각 올라간다. 올해 공시가격이 15억원인 경우 1주택자는 종부세가 290만원인데 2주택자는 3배가 넘는 930만원이다. 다주택자는 공제금액이 1주택자(9억원)보다적은 6억원이어서 공시가격이 같아도 종부세를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더 높아지고 세율도 올라간다.

여기다 정부가 올해 고가주택 공시가격(보유세 산정 기준금액)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 시세 9억원 초과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평균보다 높인다. 시세 9~15억원 70%, 15억~30억원 75%, 30억원 초과 80%다. 전체 평균이 68%다. 공시가격이 뛰어 과표가 확 올라가고 세율 구간이 올라가면서 실제 적용받는 세율이 훨씬 더 높아진다.

매도를 생각할 수 있다. 마침 정부가 양도세 숨통을 틔워줬다. 12·16대책에서 ‘당근’으로 6월 말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10~20%포인트 세율 가산)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기본세율에 2주택자 10%포인트, 3주택 이상 20%포인트를 가산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하지 않는다. 다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가 6(3년 보유)~30%(15년 이상)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대상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이런 집이 13만가구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중과가 배제되면 세율이 10~20%포인트 내려가고 다주택자에 적용되지 않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는다. 10년이면 양도차익의 20%를 세금 계산에서 뺀다. 양도가격에서 취득가격을 뺀 양도차익이 5억원인 경우 양도세가 1주택자 1억3360만원으로 2주택자 2억2340만원보다 1억원 가량 적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앞으로 집값 상승보다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더 걱정되면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녀가 있는 다주택자는 매도보다 증여로 끌린다. 증여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덕을 본다.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전세보증금 등 채무와 함께 넘기는 부담부증여의 채무 증여에 양도세가 나온다. 채무를 넘기면서 이익을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양도세가 중과됐는데 12·16대책의 중과 배제가 부담부증여에도 적용된다. 이우진 세무사는 “과거엔 자녀에게 주택 마련 자금을 지원했지만 지금은 집값이 워낙 비싸 자금을 대는 것보다 증여의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가 강남 2주택자를 기준으로 모의 계산해봤다. 지난해 두 아파트 공시가격이 각각 24억원(A)과 10억원(B)으로 총 34억원이다.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45억원(각각 31억원, 14억원)으로 32% 오른다. 두 채를 유지하면 보유세가 지난해 4200만원에서 올해 8000만원으로 두 배로 늘어난다. 저렴한 B를 팔면 보유세가 2100만원으로 6000만원가량 줄어든다. B에게 부과되는 양도세는 중과 배제로 인해 2억원 줄어든다.

증여의 경우 B를 전세보증금 5억원을 끼워 부담부증여하면 B를 모두 증여할 때보다 증여하거나 증여받는 사람 모두 내야 할 세금을 2억원가량 줄일 수 있다. 취득세를 절감한다. 증여받는 사람은 취득세를 내는데 세율이 4%로 높다. 부담부증여이면 채무액의 세율이 일반적인 주택 매매거래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받아 1~3%다. 5억원이면 1%다. 채무액 5억원의 양도세가 중과 적용이 배제되면서 중과보다 5000만원가량 적다.
 공시가격 확정 전 4월이 증여 적기
증여가 당분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으로 올해 보유세 급등이 현실로 다가왔다. 올해 다주택 보유세를 줄이려면 5월 말까지 증여해야 한다. 보유세는 6월 1일 기준 소유자에게 나온다. 증여 취득세를 아끼려면 올해 공시가격이 확정되는 4월 말이 되기 전에 증여하는 게 낫다. 채무를 뺀 증여액 취득세는 공시가격으로 계산한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원에서 올해 12억원으로 오르면 취득세가 36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1200만원 더 내야 한다.4월에 증여하면 보유세·양도세·취득세를 모두 아낄 수 있다.

2018년과 지난해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거나 취득세를 줄이기 위한 증여 반짝 급증이 있었다. 2017년 8·2대책에서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도입하며 2018년 4월까지 중과 시행을 유예했다. 한 달에 1000건 이하이던 서울 주택 증여가 2017년 12월 이후 2000건 정도로 늘었고 2018년 3월엔 3000건도 넘어섰다.

지난해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에 적극 나서면서 공시가격이 확정되기 전인 연초 증여가 크게 늘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팔기가 어려워지면서 당초 매도를 생각한 다주택자도 증여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부담부증여의 장점이 많지만 보유 주택 수, 주택 가격, 집값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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