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美 대선 직후 급등했지만 박스권 탈출 어려울 듯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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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美 대선 직후 급등했지만 박스권 탈출 어려울 듯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美 대선 직후 급등했지만 박스권 탈출 어려울 듯

앞으론 대형주 큰 수익 내기 어려워… 이슈·테마 중심 개별 종목이 이끌 전망
▎지난 11월 6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미국 대선 뉴스를 보며 증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6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한 직원이 미국 대선 뉴스를 보며 증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990년 후 미국에서는 8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그때마다 어느 정당이 승리하는 게 주식시장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주가가 잠시 하락했다가 빠르게 회복되는 건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2016년이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시장이 크게 하락할거라 걱정했지만 주가는 하루 하락한 후 다음날 다시 원상태를 회복했다. 선거를 전 후한 일주일간 주가가 1% 이상 오르거나 떨어진 경우도 거의 없었다. 주가가 이렇게 선거에 무심한 건 미국 공화-민주 양당이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도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특이하게 선거를 전후한 일주일 동안 주가가 10% 넘게 상승했다. 나스닥은 1000포인트 이상 상승해 장 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을 대통령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지배한 결과라고 얘기한다. 민주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지배할 때 생길 수 있는 경기 부양책 확대를 막을 수 있고, 의회와 행정부가 분리돼 아마존 등 대형 기술 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제정이 어려워진 결과라는 것이다. 타당성이 있지만 이걸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미국에서 양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나눠 갖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이번에만 특별히 높은 점수를 주는 게 어색하기 때문이다. 행정부와 상원 분리보다 대선 전 미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했던 사실에서 해답을 찾는 게 맞을 것 같다. 특히 나스닥의 하락이 심했는데 대선이란 이벤트를 통해 주가가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 양호한 경제지표가 더해졌다. 10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ISM)지수가 2018년 9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고, 중국의 제조업 경기 상태를 나타내는 차이신 제조업 PMI 역시 201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부양책이 지연되더라도 내년 이익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선거 종료 자체가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 대통령 선거 전보다 선거 후에 주가 상승률이 더 높았다. 특히 올해는 선거 전 60일간 주가 상승률이 예년에 비해 낮았기 때문에 오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열려 있었다.
 영업활성화를 통한 이익 증가가 필요해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고점 부근에서 만들어진 박스권 상단까지 주가가 올라왔다. 주가가 한 단계 더 오르려면 이미 나왔던 재료 말고 다른 모멘텀이 필요한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경제가 좋아지든지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야 하는데 둘 다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은 조만간 타결될 미국의 경기부양책에서 해답을 찾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나온 얘기여서 파괴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3분기 실적 발표가 중간을 지났다. 거래소 기준으로 300개 넘는 기업이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중요 기업의 발표가 끝난 만큼 증가율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유가증권 시장은 매출액이 1.6%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이 2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영향이 있어 이 정도이지 삼성전자를 빼면 영업이익 증가율은 6%대로 줄어든다. 이익 증가가 비용감소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인데 코로나19로 기업 활동이 위축됐을 때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3분기 이익 숫자가 나오자 시장에서는 4분기와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영업활동이 정상을 찾을 경우 가능하지만 지금처럼 비용 절감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불가능한 수치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적게 쓰는 구조를 만들어놨다. 인건비를 포함한 경상 비용은 상황이 어려워도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경기가 나쁘다고 사람을 마구 해고하고 월급을 안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로 영업활동이 위축돼 이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약돼 이익을 늘렸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

반도체와 일부 IT종목을 제외한 많은 업종의 내년 이익이 늘지 않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17년과 유사한 형태인데 당시 반도체 이익 증가로 유가증권 시장 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주가가 2700에서 20% 이상 하락했다.

수급 상황이 급변했다. 11월들어 외국인이 2조5000억원 가까이 순매수를 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는 매도에 치중했다. 이전의 공수 주자가 미국 대선을 전후해 교체된 것이다.

외국인 순매수 증가는 미국 시장 급등이 동력이었다. 과거에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매수는 선진국, 특히 미국 시장 동향에 큰 영향을 받았었다. 펀드에 들어오는 돈 중 미국 자금이 절대 다수인데 투자자들이 자국 주가에 비춰 해외 시장을 판단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코로나19 방역성공 등으로 경제적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수요가 늘었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는 0%대 이지만 이 지역 공공채권 수익률은 1.5~2%로 높아 투자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액이 월 평균 3조로 늘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외국인 매수가 늘지만 개인매수는 부진할 듯
당분간 개인 순매수는 지지부진할 걸로 전망된다. 개인 매수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경제 전체에 유동성 공급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중에 돈이 풍부해야 주가가 오를 때 돈이 주식 시장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 1차 확산 때보다 사정이 좋지 않다. 금융권 신용대출 총량 관리의 영향으로 9월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규 신용대출을 축소했다. 그와 동시에 증권사에서도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융자를 줄였다. 은행에서 빌린 돈에 증권사의 신용 거래를 더하는 이중 차입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그 영향으로 증시 대기자금 수준이 과거와 비슷해도 실제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미국 대선 직후 주가가 급등했지만 박스권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상단은 2450, 하단은 2250이 한계선이 될 것 같다. 유동성의 역할이 약해졌기 때문에 기업실적으로 헤쳐나가야 하는데 현재 펀드멘털로는 박스권을 뚫기 힘들다.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면 매매 형태가 바뀔 수 밖에 없다. 6개월간 시장을 끌고 왔던 대형주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어 시장이 안정되는 대로 이슈와 테마를 중심으로 개별 종목이 시장을 끌고 가는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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