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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1 - 삼성전자·LG전자 빛나다] 코로나 이후 도래할 ‘일상’에 집중하다

[CES 2021 - 삼성전자·LG전자 빛나다] 코로나 이후 도래할 ‘일상’에 집중하다

‘가전의 꽃’ TV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 중… LG, ‘QNED TV’ 공개로 삼성에 ‘선빵’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15일 갤럭시S21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해마다 1월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쇼(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된다. 참여 기업들이 제시하는 청사진을 통해 미래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다. 참여 기업 모두가 의미 있지만,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곳은 단연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속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느라 참가 기업이 줄어들면서 두 회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보다 나은 일상(Better Normal for All)’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CES 2021에 참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위기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일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람 중심의 기술과 혁신을 통해 기여하겠다는 의미다. 1월 11일 진행된 프레스 컨퍼런스를 담당한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코로나19) 전과 달라졌고 ‘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며 “집과 집 안의 새로운 기술들이 온전히 나를 위해 만들어진 맞춤형 기술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사람 중심의 기술 소개한 삼성전자
LG전자가 공개한 ‘LG롤러블’ / 사진:LG전자
이는 CES 2021에서 소개한 제품에서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소개한 혁신 사례는 ‘비스포크 4도어 플렉스’ 냉장고였다. ‘비스포크’는 고급 정장이나 고가의 수입차 업계에서 고객 맞춤 주문에 사용하던 표현으로 ‘되다’라는 뜻의 비(be)와 ‘말하다’라는 뜻의 스포크(spoke)를 결합한 단어로 ‘말하는 대로 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기존 가전 시장에서 벌어지던 기능과 스펙 중심의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큰 만족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다 지난 2019년 ‘비스포크’브랜드를 제시했다.

비스포크 브랜드의 성과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2019년 6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삼성전자의 냉장고 매출 가운데 6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비스포크 직화오븐은 삼성전자의 직화오븐 매출액의 70%를 담당했다. 비스포크 식기세척기도 삼성전자 식기세척기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기록했다. ‘비스포크 4도어 플렉스’는 비스포크 냉장고 라인업의 최신작이자, 미국 시장에 선보이는 최초의 비스포크 냉장고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두 번째 혁신 사례인 라이프스타일 TV 라인업 역시 중심은 사람이다. 삼성전자는 나만의 갤러리를 만들어 주는 ‘더 프레임(The Frame)’을 비롯해 나만의 초대형 홈 시네마를 구현하는 ‘더 프리미어(The Premiere)’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TV를 소개했다. CES 2021에서 ‘최고 혁신상’의 영예를 차지한 110형 ‘마이크로 LED’ 역시 현존하는 최고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했다는 점과 함께 소비자가 스크린에서 원하는 모든 경험을 최적화해주는 디스플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인 맞춤형 경험에 방점을 찍은 삼성전자는 제품뿐만 아니라 신규 서비스인 스마트싱스 쿠킹(SmartThings Cooking)과 삼성 헬스 스마트 트레이너(Samsung Health Smart Trainer) 기능도 소개했다. 승 소장은 “우리는 각자의 일상에 따라 반응하고 적응해 나가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혁신은 ‘인공지능(AI)이 일상이 된 가정’이다.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가전제품은 AI가 적용돼 개인 맞춤형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CES 2021에서 삼성전자가 처음 공개한 제품으로는 인공지능(AI) 가전 ‘삼성 제트봇 AI’가 있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인텔의 AI 솔루션을 탑재한 인공지능 로봇청소기다.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현재 연구하고 있는 ‘삼성봇™ 핸디(Samsung Bot™ Handy)’도 CES 2021에서 처음 공개됐다. 승 소장은 “로봇 공학은 삼성의 혁신적인 하드웨어와 첨단 AI 소프트웨어가 결합하여 여러분들의 일상을 돕는 솔루션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객별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는 이번 CES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삼성 갤럭시 언팩 2021’ 행사에서도 드러났다. 1월 15일 삼성전자의 플래그쉽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소개한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삼성은 모바일 최우선(Mobile-first) 시대에 맞춰 사용자가 더욱 편리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누리며, 자신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며“‘갤럭시 S21’ 시리즈는 새로운 디자인, 전문가급 카메라, 강력한 성능을 모두 갖추었으며, 각자의 스타일과 니즈에 따라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소중한 일상은 계속된다’
LG전자는 ‘LG QNED TV’를 자사 최상위 라인업인 OLED 제품군 아래에 배치했다. / 사진:LG전자
LG전자는 CES 2021에서 ‘소중한 일상은 계속됩니다. LG와 함께 홈 라이프를 편안하게 누리세요(Life is ON - Make yourself @ Home)’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프레스 컨퍼런스에 나선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대에 고객들이 더 나은 삶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편리와 재미는 물론 소중한 일상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겠다”며 “LG전자는 혁신의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혁신을 강조한 LG전자는 컨퍼런스 시작과 끝을 롤러블 스마트폰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위치시키며 눈길을 끌었다. 화면이 말려들어가 크기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LG 롤러블(LG Rollable)’은 2021년 상반기 중에 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공개한 가상 인간 프레젠테이션도 주목받았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23세 여성 인플루언서 캐릭터 ‘김래아’를 등장시켜 LG전자의 비전을 설명했다. 또 방역 작업을 할 수 있는 ‘LG 클로이 살균봇’과 2021년형 노트북 ‘LG 그램’, 전문가용 모니터 ‘LG 울트라파인 올레드 프로’ 등 LG전자의 신제품도 소개했다. 실제 인간을 방불케 하는 목소리와 외모를 자랑하며 3분간 컨퍼런스를 진행한 김래아는 그가 운영하는 것처럼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 등 게시물도 올렸다. 래아(來兒)라는 이름은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이다.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가전의 꽃’ TV였다. 매년 CES에서 두 회사가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격전지기도 하다. CES 2021에서 LG전자가 ‘LG QNED(퀀텀닷나노발광다이오드) TV’가 포함된 자사 TV 라인업을 공개하자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에 선전포고를 날렸다고 해석했다.

LG전자가 자사 TV 라인업에 하나를 추가한 것뿐인데 삼성전자가 언급되는 이유는 두 회사의 ‘구원(久怨)’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CES를 지켜봤던 사람들에게 LG QNED TV는 4년 전 개최된 CES 2017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퀀텀닷 TV 신제품을 발표하며 새로운 라인업을 ‘QLED’라고 이름 붙였다. 문제는 삼성 QLED TV는 LED를 백라이트로 사용한 LCD(액정표시장치)에 퀀텀닷 필름을 적용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패널이 QLED로 통용되고 있었기에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삼성전자처럼 LCD에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패널은 QD-LED(퀀텀닷액정표시장치)로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OLED 제품군으로 채웠던 LG전자의 비판은 더욱 거셌다. ‘QLED’란 명칭이 OLED를 적용한 패널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윤부근 당시 삼성전자 사장(현 삼성전자 고문)은 CES 기자간담회에서 “OLED처럼 자발광 디스플레이가 TV의 완성인 것처럼 말한다”고 밝히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1년 전인 CES 2020을 앞두고는 ‘리얼 8K’가 문제였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8K TV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서 만든 8K UHD 인증 기준인 화질선명도(CM)값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논쟁 당시 LG전자의 CM값은 90% 이상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50%를 넘기지 못했으나 이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같지만 다른 너의 이름은? ‘LG QNED’
LG전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15년 연속 TV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QLED TV는 2017년 3분기 이후 프리미엄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OLED TV를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밀고 있던 LG전자 입장에서는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는 그렇지 못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LG전자는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기술명 ‘QNED’를 제품 명칭으로 사용한 제품을 내놨다. 삼성의 QNED(퀀텀닷나노로드발광다이오) 기술은 나노로드라고 부르는 긴 막대기 모양의 청색 LED를 발광 소자로 사용한다. 반면 ‘LG QNED TV’는 미니 LED를 사용한 LCD TV 기반으로 제작돼 구조가 다르다. 두 회사가 QLED 공방을 벌일 때와는 정확히 반대 입장이다.

LG전자가 이번 CES에서 ‘LG QNED TV’를 라인업에 포함시키면서 삼성전자의 QLED TV 출시 이후 꼬여버린 디스플레이 서열을 정리했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LG전자는 ‘LG QNED TV’를 자사 최상위 라인업인 OLED 제품군 아래에 배치했다. 이 마케팅이 성공한다면 삼성전자는 최상위 TV 라인업에서 LG전자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OLED TV 사업을 한 차례 포기한 적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CES 2020에서도 OLED TV 생산계획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바 있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상무)는 “OLED는 하이엔드로 계속 라인업을 가져간다”며 “OLED의 장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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