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갈등 낳은 주차장법…높이 2.7m 개정에도 불씨 남아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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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갈등 낳은 주차장법…높이 2.7m 개정에도 불씨 남아

2019년 이전 승인 아파트 대다수는 지하주차장 층고 2.3m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가 단지 내 지상도로로 택배트럭이 드나들지 못하게 전면 통제하자  15 일 오후 단지 앞에 주민들이 찾아가지 않은 택배 물품들이 쌓여 있다 . / 뉴시스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가 단지 내 지상도로로 택배트럭이 드나들지 못하게 전면 통제하자 15 일 오후 단지 앞에 주민들이 찾아가지 않은 택배 물품들이 쌓여 있다 . / 뉴시스

지난 4월 2일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과 택배 기사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다.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출입을 통제하자 택배기사들이 집 앞 배송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높이가 낮은 차량으로 지하주차장을 통해 물건을 배송하거나 단지 바깥에서 손수레로 나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택배 기사들은 수익 감소와 노동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2월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에서도 똑같은 문제로 입주민과 택배 기사들 사이에 갈등이 일었다.

 
논란의 핵심은 지하주차장 층고가 낮은 아파트에 택배 차량이 드나들 수 없다는 것이다. 주차장법시행규칙에 따르면 아파트 지하주차장 층고 하한선은 2.3m다. 하지만 대부분의 택배 차량은 짐칸 높이가 2.5m를 넘는다. 이 때문에 지하 출입이 불가능한 차들은 지상으로 다녀야 했다. 그런데 아파트 지상 공간을 공원처럼 만들며 차량 출입을 막는 곳이 늘었고, 이는 입주민과 택배 기사들 사이에 분쟁을 만들었다.
 
문제가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2018년 6월 지상 공원형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층고를 2.7m로 상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2019년 1월부터 적용했다. 하지만 2019년 이전에 건축을 승인 받은 아파트들은 이 규칙을 적용 받지 않아 이번 고덕동 아파트 같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마트 차량은 높이를 2m로 낮게 개조해 물건을 배송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들고, 택배 상·하차시 몸을 자주 굽혀야 해 몸에 무리가 간다”며 “일방적으로 택배 차량 출입을 통제하면 우리도 배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지하주차장 층고 하한선은 왜 2.3m가 됐을까. 지하주차장 높이 규정은 1979년 주차장법이 제정되면서 생겼다. 2018년 개정되기 전까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보통 아파트 한 층 평균 높이가 2.2~2.4m 수준이었는데 지하주차장도 이런 기준에 따라 2.3m로 결정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덩치 큰 화물차가 지하주차장을 들락거릴 일이 많지 않고, 대부분의 아파트가 지상으로 출입하는 차량을 통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희박했다는 것이다.
 
최근 이런 택배 갈등 문제가 불거지자 일부 아파트에서는 실버 택배로 해결사례도 생겼다. 택배기사가 단지 앞까지 물건을 배송하면 노년의 택배 기사들이 다시 각 집 앞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노년 택배 기사 급여의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면서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특정 아파트 입주민이 만든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토부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아파트 건축과 관련한 규칙은 개정하거나 새로 만들 수 있어도 입주민 자치 문제는 관여하기 어렵다”며 “원만한 합의와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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