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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포털에서 국내 대표 모바일 명가로

[게임 빅3 대해부-넷마블] ①
넷마블 창업, 매각 후 다시 경영권 확보 등 방준혁 의장 다양한 시도
자체 IP 부족은 ‘한계’…로열티 비용 줄여야

 
 
넷마블 신사옥 '지타워' [사진 넷마블]
지난 20년간 급속히 성장한 국내 게임 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눈부신 외형적 성장과 달리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중국산 게임의 공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빅3의 경쟁력을 집중 분석했다. 두번째 기업은 방준혁 의장이 이끌고 있는 넷마블이다. [편집자] 
 
넷마블은 지난 2000년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만든 온라인 게임포털 ‘넷마블’을 모태로 한다. 2015년 매출 1조원을 달성, 국내 게임사로는 넥슨에 이어 두 번째로 ‘1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 2조4848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신사옥인 ‘지타워’ 이전을 계기로 재도약에 나서겠단 포부다.

 
방준혁 의장은 2000년 온라인 게임포털 넷마블을 설립했다. 당시 설립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했고 직원 수도 고작 8명이었다. 당시 이미 수십 개의 비슷한 사이트가 있었다. 선발업체인 한게임, 엠게임 등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방 의장은 지금은 보편화된 퍼블리싱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 게임 업계에 처음 도입했다. 퍼블리싱은 다른 개발사가 만든 게임을 전문적으로 유통 및 서비스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엔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모델이었다.
 

국내 시장에 퍼블리싱 BM 도입…게임포털 1위로

 
넷마블은 좋은 게임을 선별해 시장에 유통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직접 입증했다. 결제수단이 마땅치 않은 청소년들을 위해, 문화상품권 결제라는 생소한 결제수단도 처음 선보였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넷마블의 게임포털 가입자 수는 200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결국 넷마블은 설립 3년만인 2003년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방 의장은 2004년 돌연 대기업인 CJ그룹에 자신의 넷마블 지분을 80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넷마블은 CJ인터넷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다. 당시 방 의장은 “기업의 영속성 확보가 필요했고 직원들의 사회적 포지션 격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나 스스로도 넷마블이 글로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 큰 기업은 어떻게 성장하는지 배우고 싶어서다”고 밝혔다. 방 의장은 넷마블을 CJ에 매각한 이후에도 CJ의 요청으로 CJ인터넷 사장을 맡아 운영했다.
 
이후 넷마블은 2005년 게임하이(현 넥슨지티)가 개발한 1인칭 슈팅(FPS)게임 ‘서든어택’을 퍼블리싱한다. 당시 국내 게임 시장은 FPS 장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었다. 앞서 2004년 드래곤플라이가 출시한 FPS게임 ‘스페셜포스’가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FPS를 주류 장르로 편승시키는 데 성공한 상황이었다.
 
넷마블이 퍼블리싱한 서든어택은 말 그대로 초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서든어택 출시 이후 게임 시장은 FPS 중심으로 재편된다. 넷마블은 FPS게임 명가로서 유저들의 인정을 받았다. 수많은 개발사에서 FPS게임을 출시했지만 대부분 서든어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졌다. 서든어택은 이후 PC방 점유율 106주 연속 1위, 최고 동시접속자 수 35만명이라는 FPS게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국민 게임으로 등극했다.
 
방 의장은 2006년 건강상의 이유로 넷마블을 떠나게 된다. 이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넷마블은 몰락의 길을 걷는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출시한 게임이 30여 개, 이 가운데 흥행작이라 부를만한 게임은 ‘SD건담캡슐파이터’ 하나에 그쳤다. 그나마도 대박이 아닌 중박 수준이었다. 
 
자체개발 게임 성적은 더욱 처참했다. 19개 자체개발 게임이 모두 실패했다. 11개 게임은 흥행에 실패, 8개 게임은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했다. 개발 경쟁력 확보에도 실패했고 관리 능력도 부족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서든어택마저 2011년 넥슨에 넘겨주게 된다. 넥슨이 개발사인 게임하이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게임하이는 이후 넥슨지티로 이름을 바꾸고 현재까지도 넥슨에서 서든어택을 서비스하고 있다.
 

넷마블 떠났던 방 의장 복귀, 모바일게임 1위 기업으로 재도약 

 
넷마블은 위기를 타개하고자 2011년 방 의장을 다시 불러들였다. 방 의장은 복귀 직후 “2016년 연매출 1조원을 찍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2년 당시 넷마블 매출은 2100억 원대에 불과했다. 비관적 목소리가 쏟아졌다.
 
방 의장은 사재 400억원을 이용해 개발 지주회사 CJ게임즈를 설립하고 산하 게임 개발사를 모바일 게임사로 재편했다. 인력도 모바일게임 개발로 배치했다. 
 
성과는 2013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구마구’,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등 그해 출시한 게임이 모두 최고 매출 1위를 찍은 것이다.  
 
2014년 3월에는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텐센트로부터 CJ게임즈에 53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그해 CJ그룹은 CJ E&M(현 CJ ENM) 게임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CJ게임즈와 합병했다. 이후 CJ게임즈는 사명을 넷마블게임즈(현 넷마블)로 바꿨다. 방 의장은 CJ그룹에 넷마블을 매각한 후 10년 만에 다시 넷마블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PC 온라인게임 위주였던 넷마블은 방 의장이 회사에 복귀한 후 모바일게임 회사로 변신을 꾀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넷마블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모바일게임을 동시에 개발해 냈고 2013년부터 국내 대표 모바일게임 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게임 빅3’로 불리는 업체들 가운데 모바일 전문 개발사는 넷마블이 유일하다.
 
넷마블은 모바일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더불어 드라마틱한 성장을 기록해 왔다. 넷마블은 2012년 매출 2121억원, 영업손실 66억원에서 2013년 매출 4968억원, 영업이익 667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2015년에는 여러 모바일 게임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매출 1조729억원, 영업이익 2253억원을 기록, 국내 게임사로는 넥슨에 이어 두번째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2017년에는 매출 2조4248억원, 영업이익 509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2조4848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러한 넷마블의 호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게임 중 하나가 바로 ‘리니지2 레볼루션’이다. 넷마블은 기존에 출시한 모바일게임들의 흥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016년 12월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하면서 다시 한번 모바일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직후 동시접속자수·매출 등 그간의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우며 넷마블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당시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후 한 달 만에 누적가입자수 500만명, 일일접속자수(DAU) 215만명, 최고동시접속자수(PCCU) 74만명을 기록했다. 오픈 첫날 매출만 79억원, 일 최고 매출은 116억원을 달성했다. 아울러 매출 1000억원을 단 14일 만에 달성했으며 출시 후 한 달 만에 누적 매출 2060억원을 기록했다.
 
제2의 나라 대표 이미지 [사진=넷마블]

자체 IP 부족은 해결 과제

 
넷마블은 최근 신사옥 입주와 함께 신규 대작 모바일 RPG ‘제2의 나라’를 공개했다. 제2의 나라는 레벨파이브와 스튜디오 지브리가 협력한 판타지 RPG ‘니노쿠니’를 모바일 RPG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의 세계관을 새롭게 구성, 카툰 렌더링 방식의 3D 그래픽을 기반으로 해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제2의 나라는 한국 모바일 MMORPG 시대를 열었던 ‘리니지2 레볼루션’ 핵심 개발진이 참여해 개발한 또 하나의 역작”이라며 “카툰 렌더링 방식의 3D 그래픽, 수준 높은 컷신, 명장 ‘히사이시 조’ 음악으로 이용자들의 감성을 흔들 게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나라는 올 한해 넷마블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넷마블은 외부 인기 IP를 재해석해 모바일게임으로 만드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일본 인기 IP ‘일곱개의 대죄’를 모바일게임으로 만든 ‘일곱개의 대죄:그랜드 크로스’ 역시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는 넷마블에도 고민은 있다.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자체 인기 지적재산권(IP)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넷마블의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일곱개의 대죄:그랜드 크로스’,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리니지2 레볼루션’ 등은 모두 외부 인기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들이다. ‘세븐나이츠’ 등 일부 자체 IP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경쟁사와 비교해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자체 IP가 부족하다 보니 매출의 상당 부분을 IP 대여에 대한 로열티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아울러 모바일게임을 주로 만든다는 점에서 구글 플레이 등 앱마켓에 지불하는 수수료 비중도 상당히 높다.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병행하는 경쟁사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은 경쟁사와 비교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며 “외부 IP를 빌려서 게임을 만들다 보니 로열티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여기에 원작 IP를 가진 게임사가 비슷한 게임을 출시하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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