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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 “속도가 디지털금융 핵심”

[금융그룹 디지털패권 전쟁] ③하나금융
“디지털금융, 끝 모르는 도전에 스스로 변신 않으면 밀린다”
“한도 묻기도 전에 알려주는 ‘화이트리스트 대출’ 서비스 개발 중”

 
 
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 [정시종 기자]
※ ‘디지털 혁신’이 금융그룹의 생존 키워드가 됐다. 디지털 플랫폼 구축과 특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5대 금융지주사의 디지털 부문 리더를 만나 ‘디지털금융’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본다. 세 번째는 하나금융이다. [편집자]  

 
"디지털금융에서 은행의 경쟁 상대는 은행이 아니라 핀테크·IT기업이다. 그들보다 빠르지 않으면 은행은 위기를 맞는다."
 
세 종류의 금융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다. 첫 번째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뱅킹의 시작이다. 두 번째는 2010년대 스마트폰으로 가능했던 모바일뱅킹의 발전이다. ‘손에 쥔 은행’은 이때부터 가능했다. 모든 은행이 여기까지는 잘 따라왔다. 하지만 제3의 금융 변화에선 승자와 패자가 나타날 수 있다. IT 공룡 기업들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금융권의 벽을 허물며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은 “끝을 알 수 없는 도전 앞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정보의 분석과 활용, 금융 인증의 도식이 완전히 뒤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자칫 외부 경쟁자에게 밀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하나은행의 생존전략을 ‘속도’에서 찾았다. 속도가 고객의 편리성을 보장한다고 확신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3~4년간 그 바탕에서 하나원큐(1Q)를 만들어냈다. 하나원큐를 통해 ‘1초 인증, 10초 이체, 1분 적금, 3분 대출’ 서비스를 구축했다. 올해는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와 금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본부장은 “하나은행은 원큐신용대출로 3분 만에 대출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끝낼 수 있다”며 “서비스 속도는 더 빨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속도는 고객의 관심도 끌어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하나원큐 총 누적 가입자는 1202만명을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디지털 플랫폼 이용자 규모다. 비대면 채널의 여·수신 비중도 4대 은행 중에서 가장 높았다. 올 1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 규모는 전체의 86.9%, 예·적금은 70.7%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올해 디지털금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금융, 리테일, 자산관리본부 조직을 디지털리테일그룹으로 통합했다. 특히 디지털리테일그룹의 박성호 부행장은 올해 3월 하나금융그룹 주주총회를 통해 하나은행장에 선임됐다. 하나은행이 디지털금융에 대한 의지를 업계에 명확히 알린 것이다. 그 실천의 중심에 김 본부장이 있다. 
 
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 [정시종 기자]

“하나은행은 더 빨라야 한다”

 
하나원큐는 인터넷은행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디지털금융 혁신 사례로 꼽힌다.
2019년에 만든 원큐대출은 은행 내부에서 여전히 ‘3분 대출’, ‘컵라면 대출’로 부른다. 3분 만에 대출이 가능해서 붙은 별칭이다. 하나원큐를 이용하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얼굴 인증을 통해 1초 만에 인증이 가능하고, 계좌 이체는 10초, 예·적금 가입은 1분 정도가 걸린다. 최근엔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빠르다고 볼 수 없다. 중국에서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통해 이용자가 쉽게 대출 한도를 확인하고 관련 인터넷은행으로 넘어와 대출받는 것을 봤다. 그것을 보고 ‘저들은 저렇게 하는구나’, ‘우리보다 빠르다’라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상품을 준비하는 것이 있나
원큐신용대출보다 더 진보된 ‘화이트리스트대출(가명)’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은행에서도 선보이지 않은 새로운 서비스다. 하나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 모바일앱에 들어왔을 때, 신용대출 한도 금액을 확인하기도 전에 먼저 대출 한도를 분석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에 AI 관련 석·박사급 인력만 50명이 넘는데 이런 모델을 만들고 있다. 해외에는 비슷한 서비스가 있지만, 우리나라엔 전혀 없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고객의 편의성이 높아질뿐 아니라 은행 입장에서도 고객 분석을 통해 대출 한도를 내놓기 때문에 훨씬 정확한 대출금을 측정할 수 있다.  
 
기존 원큐신용대출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고객의 동의를 받고 대출 한도를 알려주는 식이었다. 물론 하나원큐를 통하면 3분 만에 한도와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우리는 더 빨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화이트리스트’와 같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다만 하나원큐의 서비스는 하나은행 고객 외에 다른 은행 고객도 다 이용할 수 있지만, 화이트리스트는 하나은행 고객의 금융거래를 분석해 제공하는 것이라 차이가 있다.  
 
디지털 영업점인 ‘마이(My)브랜치’도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영업점 손님이 줄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마이브랜치다. 사이버 공간에서 직원이 자신의 영업점을 차리고 고객과 만나 자기 주도적으로, 고객 맞춤형으로 영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금융 플랫폼이다. 지난해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활용해 선거 유세를 한 적이 있다. 조 바이든은 게임 안에서 다른 유저들을 만나 자신을 홍보했다. 마이브랜치도 비슷한 개념이다. 직원은 마이브랜치에서 고객을 만나 금융 상담과 사후관리 등 비대면 케어를 할 수 있다. 마이브랜치는 고객과 직원의 맞춤형 플랫폼이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결과다. 그렇게 수백만개의 지점이 생길 수 있다.  
 
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 [정시종 기자]

마이데이터 사업 “순조롭게 진행 중”

 
디지털리테일그룹이 지난해 말 출범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디지털리테일그룹은 미래금융과 리테일, 자산관리를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기존에 세 본부가 구분되어 있었지만 이를 하나로 합쳐 배치했다. 은행의 기본 업무인 예·적금, 대출뿐 아니라 펀드 등 자산관리도 비대면으로 대부분 이뤄지고 있다. 특히 펀드의 경우 지난해 주식 상승장을 통해 젊은 고객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펀드의 종류가 많아 고객이 선택하기 어려운데 이를 은행이 고객 맞춤형으로 골라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금융본부는 이런 리테일과 자산관리의 깊숙한 곳까지 관리하고 지원하는 부서라고 보면 된다. 
 
세 본부가 합쳐져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하나은행은 건물 전체에 클라우드 환경을 갖춰 놨다. 어떤 층에 가서 아무 자리에 앉아도 컴퓨터 로그인만 하면 그 컴퓨터는 내 것이 된다. 이전 작업 내용이 로그인으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 건물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작업할 수 있다. 그런 환경이 조성된 지 4년이 됐다. 24층에 스마트워크센터가 있다. 방마다 스크린으로 회의할 수 있도록 했고, 협업이 필요한 부서마다 모여 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컴퓨터 세팅도 돼 있다. 몸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그런 환경이기 때문에 디지털리테일그룹도 생각보다 잘 움직이고 있다. 물리적·화학적 결합이 시스템으로 가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인가가 안 났는데.  
2017년 시민단체가 하나은행이 한 개인에게 특혜성 대출을 해줬다며 하나금융을 은행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적이 있다. 결국 하나은행과 지주 계열사들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심사보류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고발과 관련해 현재까지 기소도 안 됐다. 고발만 한 채 4년이 이렇게 흘러버린 것이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의 심사가 재개됐고, 8월 3일 마이데이터 시행에 맞춰 하나은행도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은행업계에서 굉장히 큰 이벤트다. 저는 인터넷뱅킹이 만들어질 때부터 이쪽 분야에서 일을 했다.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뱅킹으로 금융업계에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 것을 봤다. 10년 후 스마트폰 사용 확대로 모바일뱅킹이 업계 변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올해부터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은행과 고객과의 만남까지 모두 변하고 있다.  
 
디지털금융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빠르다’, ‘정확하다’를 두고 경쟁하는 시대다. 하지만 은행과 은행의 경쟁은 아니다. 은행은 카카오뱅크보다 빨라야 하고 핀테크가 내놓는 서비스보다 좋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은행은 그들과 경쟁할 수 없다. 현재 은행은 위기를 맞고 있다. 속도는 여전히 큰 숙제다. 은행도 쇼핑몰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싸고 더 편리하고 신속해야 한다. 쉽고 빠르게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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