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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이 서민에게도 희망되는 세상 꿈꾼다”

[투자고수에게 듣는다 ⑤] '주식농부' 박영옥 대표 2
"경기 분석보다 기업에 집중해야…위기는 부의 재편 가져온다"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전민규 기자
 
2001년 이후부터 연평균 투자 수익률 50%를 내고 있는 ‘슈퍼개미’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그를 대표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주식농부’다. 정성을 들이고 자연과 소통하며 벼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듯, 그는 기업이 변화하고 커가는 것을 함께 지켜봤다. 알찬 혹은 알찰 기업을 골라 그 기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끊임없는 애정이 ‘농심투자철학’의 핵심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26일 박 대표를 만났다. 그는 “초보투자자일수록 본인의 직업이나 취미와 연관된 업계서 알찬 기업을 찾는 게 좋다”며 본인이 최근까지 직접 발품을 팔았던 경험과 투자 성공담, 아쉬운 실패사례를 들려줬다. [편집자]
 

주식농부의 투자 경험담...“나는 이렇게 투자한다”  

 
‘주식농부’의 24시간 주식 투자 루틴이 궁금합니다.
일단 저에게 ‘투자’란 특별 활동이라기보다 생활입니다. 저는 24시간을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요. 시세와 주가의 흐름 정도는 간단히 체크하지만,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에 매달리는 그런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제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주식을 할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사람들이요. 근데 이건 주식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기업을 찾는 ‘시간’, 기업을 공부하는 ‘시간’이 없다는 얘기라면, 그건 납득이 가요. 그런데 주식을 사고 팔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면 이해가 잘 안돼요. ‘주식을 사고팔아야 돈을 번다’는 그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을 찾아서 투자를 해 놓으면 그 기업이 돈을 벌어다 주는 개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본전 생각이 자꾸 나서, 이게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매수·매도의 시점은 어떻게 잡으시나요?
지금 보유하고 있는 회사보다 더 좋은 ‘동업자’가 나타나면 팔아요. 저는 이렇게 합니다. 일단 주식을 살 때는 ‘이 기업의 현재 주가가 내 기준에서 봤을 때 충분히 싸고, 앞으로 여러 가지 위기를 극복해 성장을 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 때입니다. 예컨대 현재 주가가 1만원인 A라는 기업에 관심이 생기면, 발품도 팔고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보면서 공부를 해요. 그럼 A라는 기업이 이러저러한 비전이 있어서 추후에 주가가 2만원까지는 갈 수 있겠다는 정도의 감이 들거든요. 그래서 매수한 후 실제 2만원까지 오르게 되면, 주식의 절반을 팔고 나머지 절반은 보유해요. 절반을 매도한 자금으로는 또 다른 기업에 투자를 하면서 주식농사를 짓습니다.  
 
자녀분들도 주식 투자를 하시나요?
저는 2008년도에 첫째 딸에게 2500만원, 둘째 딸에게 2000만원, 셋째 아들에게 1600만원을 넣은 주식계좌를 만들어 줬습니다. 당시 1500만원까지 비과세여서 1000만원·500만원·100만원에 대한 세금을 냈었고요. 합법적인 방법으로 자식들에게 시드머니를 주고, 금융교육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누구든 그의 시드머니의 규모는 클 수가 없어요. 저도 4300만원 정도의 시드머니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지금까지 왔으니까요. 시드머니로 투자를 시작한다면, 저는 공격적인 투자 방식을 추천합니다. 크지 않은 자금 규모이니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고, 혹여 실패를 하더라도 그 또한 경험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10만원으로 시작해도 좋고 100만원으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일단은 시작부터 하는 게 중요해요. 볍씨 한 톨이 쌀 한 가마니가 되고, 나무 한 그루가 백 그루가 되는 법이죠.  
 
코로나19나 금융위기 등 특별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멘탈관리 등 대응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특별 변수의 위기는 살아가면서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일이에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 이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위기에 함몰돼 있으면 안돼요. 시간이 지나면 적당히 해결이 되니,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이러한 사태가 왜 발생했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위기에서 기회가 보여요. 씨젠이나 셀트리온 등의 회사도 코로나19 위기에서 부상했잖아요. 오히려 위기는 부의 재편을 가져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직접 경험하신 투자 성공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수익이 났던 것들은 상당히 많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것 몇 개를 꼽는다면 3가지 정도가 있어요. 먼저 2001년 9·11 테러 때, 제가 모 증권회사 투자자문으로 있었는데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팔아달라고 했어요. 제가 그런 물량들을 하나하나 매입했는데, 그 중 고려개발 주식을 주로 매입했었고요. 3년 후 3배로 주가가 뛰었죠. 그 때 번 자금이 제가 증권업계를 떠나 자립할 때 유용하게 쓰였어요.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엔 삼천리자전거를 사서 이득을 많이 봤어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자전거 전용 도로를 만들 때였고, 자전거가 붐을 이룰 때였어요. 그런 것들을 살피니 확신이 들었어요. 2009년에서 2010년 디도스 사건 때엔 안랩 주식을 사서 큰 수익을 냈었죠. 이 모든 것들이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셈이에요.
 
투자에 실패한 사례도 있으신가요?
있죠. 저에게 ‘실패’란 알고도 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의미인데요. 빨리 사지 못했다거나 혹은 빨리 팔아버려서 초기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 되겠네요. 특히 LG화학의 경우가 참 아쉬워요. 사실은 제가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 스스로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당시 LG화학에 투자를 하지 못했었죠. 네이버와 카카오엔 10만원대에 투자해서 30만원대에 팔았어요. 너무 서둘러서 판 것 같아요.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투자에는 돈·생각·인내·행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에 100% 공감합니다. 본인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믿음과 신념을 갖고 결단을 잘 내려야 합니다.
 
투자 수단으로서, 부동산이나 비트코인 대비 주식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저는 부동산은 더 이상 자산 증식 수단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은 오히려 부채의 개념인 것 같아요. 세금 문제도 있고, 유동화 할 현금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저는 비트코인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그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최근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언급하고도 있는데, 만일 그렇게 되면 비트코인의 영역은 더 줄어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위에서 돈을 벌었다고 하니 많이들 따라서 사시던데, 저는 일종의 ‘머니게임’이라고 봅니다. 누군가는 욕하실 수도 있겠지만, 17세기 튤립파동에 버금가는 상황이라는 것이 제 개인적 판단입니다.
 
최근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대표께서도 미국 주식 하시나요?
일단 저는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하지 않는데요,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 기업의 가치 대비 싼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제가 미국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미국 기업의 재무적인 상황이나 안팎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기가 힘들어서요. 제가 미국 기업에 투자를 했다면,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있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 기업을 잘 모르니 전전긍긍하게 되지 않을까요. 제가 하지 않는다고, 미국 주식이나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를 반대하진 않아요. 오히려 권장하는 편이에요. 다만 미국 기업에 대한 철저한 공부와 분석이 필요하겠죠.  
 
우리나라 주식 시장과 투자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 어떻게 보시나요.
기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식투자는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세계 역사에서도 산업화 이후 주식회사 제도와 증권 시장을 잘 활용하는 민족이나 국가가 세계를 지배해 왔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은 외국인과 외국기업에 종속된 모양새에요. 이처럼 우리가 단순한 노동자 혹은 소비자로만 살아가고 있으니 이것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도 합니다.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가진 사람은 나쁜 사람, 이들의 것을 가지고 와야 한다’는 식의 포퓰리즘 정책을 펴기도 하죠. 우리나라 서민들이 설 자리를 위해서라도 기업이, 증권시장이 활성화 돼야 합니다. 기업이란 우리 삶의 터전이고 근간이고 세금의 원천이기 때문에, 저는 기업 활동이 왕성해야 서민의 삶이 나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활성화된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은 낮은 금리로 우리 사회에 유용한 서비스나 재화를 제공해야 할 것이고요. 주식 투자는 불로소득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업에, 주식에 투자하는 자체가 자랑스러운 거죠. 서민에게도 희망이 되는 세상이 돼야합니다.
정리=강민경 기자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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