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의 금리 인상 ‘공포’, 과거에도 한국 괜찮았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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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의 금리 인상 ‘공포’, 과거에도 한국 괜찮았다

1990년대 이후 3차례 한·미 기준금리 역전
금리 역전과 자금 유출 간 관계 약화 추세
국내 경제 상황 따라 기준금리 올라갈 수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중앙포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중앙포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 올해도 저금리 기조가 대세라는 분위기 때문에 누구도 선뜻 꺼내지 못했던 ‘금리 인상’ 얘기를 입 밖으로 꺼냈다. 지난해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제로(0~0.25%) 수준으로 내린 지 1년 2개월 만이다. 옐런 장관은 4일(미국 현지시간) 오전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이 개최한 ‘미래경제서밋’ 온라인 사전 녹화 인터뷰에서 “추가적인 재정 지출은 미국 경제 규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을지 모르지만, 이는 매우 완만한 금리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미국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월스트리트저널 주최 ‘CEO 카운슬 서밋’ 행사에서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라며 말을 주워 담았지만, 한국은 화들짝 놀랐다. 시장을 향한 금리 인상 신호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고, 한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커져서다. 특히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한국은 자금 이탈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고금리와 안전자산을 쫓아 움직이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아 경제 전반이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현재 0.5%인 기준금리를 어떻게 할까?
 

미국 금리 한국보다 높아도 채권 순매수 증가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당장의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나타난 총 3차례의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이 국내 금융시장에 비교적 큰 타격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1999년 6월부터 2001년 3월까지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최대 1.5%포인트 높았지만, 차입 형태로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의 일부 유출이 일어난 데 그쳤다. 이후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되자 한국 종합주가지수가 3개월 동안 5.3%, 6개월 동안 6.3% 상승하고 이후부터는 영향이 미미했다. 원·달러 환율도 하락 후 이내 회복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은 2차 기준금리 역전 시기(2005년 8월~2007년 8월)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식자금이 유출됐지만, 채권자금은 오히려 유입됐다. 특히 한국의 국채금리는 2005년 7월부터 11월까지 상승하다가 안정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던 시기에 환율은 단기적으로 나타난 달러 강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원화 강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 기간 주식자금 유출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출이라기보다 중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이 세계금융위기에서 비롯한 양적 완화를 거두며 시작한 2018년 3월 한·미 기준금리 역전(3차) 타격은 더욱 미미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16년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순매수 금액이 마이너스(-12조3420억원)로 돌아섰다지만, 2017년 오히려 9조4470억원으로 2015년보다 증가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공식과 달리 한국 경제 호황으로 나타난 원화 강세가 채권 투자 환차익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가 외국인 자금 유출의 직접적인 촉매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급증한 가계부채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2011년 1000조원을 처음 넘어선 후 불과 10년 만에 2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중 은행권 가계 빚(1000조원)의 70%가 변동 금리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어 은행에서 빚을 끌어온 가계는 이자 부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미 지난 3월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2.88%(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로 2월 2.81% 대비 0.07%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빚 증가와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5월 4일 공개한 2021년도 제7차(2021년 4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은 “완화적 통화정책이므로 미래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잠재요인들이 늘어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일단은) 금융시장 안정에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 운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해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하진 말자는 의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달 “아직은 완화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률이 기준금리 향방 가를 변수가 될 전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도 기준금리 유지 가능성을 키운다. 빠른 백신 보급과 정부의 천문학적 부양책에 힘입어 발 빠른 경제회복을 일구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백신 수급 불안에 따른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올해 수출 호조에도 고용 상황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고용률은 59.8%로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3월 60.4%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고용의 질이 나쁘다. 경제 허리인 3040세대 일자리는 줄고, 정부가 만든 공공 일자리만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중후반대로 지속될 경우, 저금리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국제 유가 역시 같은 기간 두 배 오르는 등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가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여기에 경기 회복과 함께 ‘보복 소비(억눌렸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까지 이어지면 물가가 더 뛸 가능성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백신 접종이 원활해지면 우리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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