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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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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7호 2026-05-25

한국 기업의 좌표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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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구조조정 중… 신동빈의 롯데 ‘5대 그룹’ 위상 잃었다

산업 일반

k2young@edaily.co.kr롯데그룹이 ‘5대 그룹’에서 제외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비상경영 속 사업 재편에 속도를 냈지만, 미래 포트폴리오를 이미 구축한 한화그룹에 밀렸다. 확실한 성장동력 카드가 없는 상황이라 롯데의 재계 5위 재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조조정 진행 중인 롯데와 사업재편 끝낸 한화 신동빈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휘청일 때부터 ‘혁신’을 강조하며 사업 재편을 서둘렀다. 이에 해외 영토 확장에 초점을 맞춘 쇼핑·유통의 경쟁력은 끌어올렸지만 화학 업종이 삐걱거리며 성장세가 꺾였다. 2024년 말에는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재무구조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적된 사업 재편의 결과, 롯데는 4월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재계 6위로 떨어졌다. 공정자산 142조4200억원으로 전년 143조3160억원 대비 약 9000억원이 감소했다. 10대 그룹 중 공정자산이 줄어든 건 롯데가 유일했다. 사업 재편 속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흐름이라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25%를 활용,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6500억원을 조달했다.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일본 첨단소재 기업 레조낙 지분(4.9%)을 275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면세 기업 아볼타 지분(1600억원)도 전량 매각했다. 또 롯데는 ▲롯데건설 퇴계원 부지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코리아세븐 ATM 사업부 등을 정리하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았다. 비핵심 자산 매각과 함께 ‘조직 슬림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롯데케미칼·롯데건설에 이어 롯데물산도 이달 들어 창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줄곧 성장을 해오면서 몸집이 비대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 글로벌 불확실성 장기화 속에 비핵심 자산 매각과 동시에 조직 슬림화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롯데와는 달리 김승연 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은 처음으로 ‘5대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는 2025년 공정자산 125조7410억원에서 올해 149조6050억원으로 약 24조원의 증가를 보이며 재계 7위에서 5위로 뛰었다. 김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의 주도 아래 ‘우주·방산·조선·에너지’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는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 사업 재편했고,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품으면서 조선과 해양 방산으로 영역을 넓히는 등 빠르게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방산 계열사를 매입하면서 전환점을 만든 뒤 관련 사업을 빠르게 키우며 성과를 내고 있다. 방산 분야의 경우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 안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 앞으로도 우상향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바이오 사업에 달린 롯데의 재도약 한화그룹의 매서운 상승세로 인해 롯데의 5대 그룹 재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두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비교했을 때 한화그룹의 성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게 사실이다. 한화는 해외로 뻗어나가는 안정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이제 재계 5위 수성보다는 4위 LG그룹을 쫓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임원들은 “롯데가 오랫동안 5위를 지켰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순위 복귀가 어려울 전망이다. 2025년 때의 자산 재평가 같은 방식이 아니라면 롯데도, 포스코도 한화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의 올해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다. ‘아픈 손가락’인 롯데케미칼을 비롯해서 대부분을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내면서 본업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유통·식품·화학 등 핵심 사업군에서 준수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하며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의 깜짝 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동기 대비 70.6%나 증가한 영업이익 2529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사업부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인 매출 8723억원, 영업이익 1912억원의 실적을 냈다. 베트남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베트남에서 백화점 3개와 대형마트 15개를 운영 중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2023년 9월 개점 후 최대 매출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매출 6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이에 신 회장은 올해 첫 해외 현장 경영으로 지난 4월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찾아 집중 점검했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롯데지만 재도약을 위해서 미래 성장동력이 절실하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이 이끄는 바이오 사업이 핵심이다. 하지만 바이오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1공장 준공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오는 8월 이전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이르면 7월에 마무리될 수도 있다. 2030년까지 4조6000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톱10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송도 1공장 가동은 내년 2분기에 시작될 전망이라 아직 갈 길이 멀다. 롯데는 2030년까지 1조5000억원의 매출 달성이라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롯데그룹 측은 “바이오가 핵심 성장동력이기 때문에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거는 기대도 크다. 글로벌 빅파마를 포함한 여러 제약사들과 생산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26.05.26 07:00

4분 소요
K-중기, 해외 진출 ‘이것’ 넘어야...커진 몸집에 ‘정보 주권’ 절실 [CEO 110인 긴급진단]③

산업 일반

K-중소기업에게 해외 시장은 성장을 위한 필수 탈출구이자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유일한 활로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글로벌 무대에 나선 우리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은 자본의 한계보다 더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들이 실시간으로 리스크를 모니터링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안, 정보 접근권이 제한된 중소기업들은 사태가 터진 뒤에야 피해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경영만이 가능한 실정이다. K-중소기업은 단순한 자금난을 넘어 ‘정보의 부재’가 곧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비용으로 치환되는 구조적 모순을 겪고 있다. ‘정보 격차’가 만든 보이지 않는 장벽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가장 큰 고충인 시장 진입과 규제 대응 실패의 이면에는 심각한 정보 격차가 자리 잡고 있다. 대기업은 현지 법무법인과 컨설팅사를 통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노동법과 세무 체계·환경 및 인허가 규제를 모니터링하지만 중소기업은 공공기관의 단편적인 보고서나 포털 검색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최근 이노비즈협회가 이노비즈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진출에 대한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구 소재 화학업체인 B사의 사례가 정보 부족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B사는 중동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폭등과 수급 불능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제조원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생산량을 감축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B사 측은 “긴급 운전자금 지원과 함께 현장의 환변동 대응을 도우는 실무적인 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이러한 어려움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 10년간 벤처기업의 수출 비중은 7~8%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 대다수 기업이 여전히 내수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경남의 제조사 N사 역시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 ▲전쟁위험 할증료 증가 ▲제지 관련 원자재 조달 차질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환율 부담까지 커지며 삼중고에 빠졌다. N사 관계자는 “당장 물건을 돌릴 수 있는 대체 국가에 대한 실시간 정보와 긴급 알선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고도 했다. 결국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가로막히는 이유는 제품 경쟁력의 부족이 아니라 현지의 ‘보이지 않는 규칙’과 ‘급변하는 시장 변수’를 읽어낼 정보 주권이 없기 때문이다.현장의 비명은 국내 벤처생태계가 겪고 있는 구조적 질환과 궤를 같이한다.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한국 벤처생태계 담론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벤처생태계는 지난 30여 년간 정부 정책 변화와 민간투자 확대 속에서 빠른 양적 성장을 경험해 왔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벤처기업 수는 약 3만7000개에 달하며 고용 93만명, 매출 242조원이라는 외형적 성과를 거뒀다.하지만 보고서는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외형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내실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벤처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9%에서 2.3%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8%에서 1.3%로 하락해 이익 창출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됐다. 이는 제품 경쟁력의 문제라기보다 다양한 정보의 부재 속에서 인건비와 고정비 부담·고금리 등 구조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전쟁에 공급망 단절…‘휴업’까지 검토정보 비대칭의 폐해는 최근의 중동 정세와 같은 돌발 변수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글로벌 해운사와 대형 화주들은 위기 징후와 동시에 우회 노선을 선점하고 리스크를 분산한다. 하지만 정보망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운임이 폭등하고 선박 운항이 중단된 뒤에야 사태를 인지한다.인천의 기계금속 업체인 H사는 현재 물류 지연과 운임 상승은 물론 ‘전쟁위험 할증료’라는 가혹한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H사 관계자는 “물류비 및 우회 운송비 지원도 급하지만 당장 쓰러지지 않기 위한 긴급 운전자금과 수출 보험·보증 확대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충북 소재의 B사 역시 공급망 단절이 기업의 생사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중동발 전쟁 여파로 거래처 납품이 무기한 연기된 것은 물론 핵심 원재료인 합성고무 수급이 완전히 막혔다. 대체 공급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전무한 B사는 폭등한 대체 원재료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현재 ‘휴업’까지 검토하고 있다.기업의 성장 단계별 구조를 보면 문제가 더욱 명확하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벤처 성장의 핵심 구간인 업력 4~10년(56.5%→48.6%) 및 11~20년(31.5%→26.1%) 기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일정 단계까지는 성장하나 본격적인 스케일업(성장 단계) 국면에서 정보와 자금의 한계에 부딪혀 성장이 정체되는 ‘스케일업 병목’이 구조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정보의 부재로 적기에 투자 회수를 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엑시트(Exit) 환경도 발목을 잡는다. 실제로 국내 인수합병(M&A) 및 피인수 경험 기업 비중은 각각 4.9%와 2% 미만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퇴로를 찾거나 후속 자본을 공급받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에서 좌절하는 이유는 현지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을 사다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향후 벤처 정책이 스케일업 및 엑시트 활성화를 축으로 재정비돼야 하고, 특히 데이터·텍스트 기반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위험 신호를 선제적으로 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래야 실시간으로 정책과 시장의 담론 변화를 분석해 정보를 환류할 때 비로소 기업들의 정보 비대칭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026.05.26 06:00

4분 소요
136개월 만의 흑자 골든타임…‘지방’ 못가면 도로아미타불 [K관광 ‘서울 독식’을 깨라①]

산업 일반

대한민국 관광 산업이 역사적 변곡점에 섰다. 무려 11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여행수지 적자’의 무거운 사슬을 마침내 끊어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여행수지는 2014년 11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장의 시선은 환호보다 우려에 가깝다. 이번 흑자가 우리 관광 산업의 근본적인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강해져 이뤄낸 결실이라기보다는, 대외적 악재가 뜻밖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온 ‘특수한 사례’라는 냉정한 분석이 지배적이다. 136개월 만에 찾아온 이 기적 같은 ‘골든타임’을 기회로 삼아 체질 개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돌려세운 흑자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다시 적자의 늪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11년 만의 반전, 발목 잡는 ‘서울 독식’1분기 여행수지 흑자의 일등 공신은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였다. 중동 지역의 전쟁 확산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자, 불안감을 느낀 내국인 해외여행 예정자들이 대거 발길을 돌렸다. 이들이 선택한 대안은 국내 지방 여행지였다. 실제로 마이리얼트립 내부 데이터 기준, 2026년 1분기(1~3월) 국내 숙소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결제액 또한 증가하며 특히 연초 이후 전반적으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과 실수요가 함께 확대되는 흐름이 확인됐다.여기에 ‘K-컬처’의 폭발적인 외연 확장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1분기 중 개최된 BTS의 광화문 공연 등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메가 이벤트가 맞물리면서, 전 세계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이 쏟아낸 외화와 거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여행수지를 흑자로 돌려세우는 결정적 ‘한 방’이 됐다.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방한 외래관광객 규모 공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은 총 476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진 중인 외래객 3000만명 조기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하지만 문제는 현재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압도적인 다수가 서울의 명동·홍대·성수동 일대를 중심으로 과밀하게 몰려 있다는 점이다. 고질적인 ‘서울 쏠림’ 구조다. 아무리 많은 외국인이 입국하더라도 이들이 서울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면 대한민국 관광 산업의 성장은 곧 물리적·공간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에어비앤비의 조사에서도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66%는 서울에서만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MZ세대 방문객 중 42%는 서울 외 지역에 홈스테이와 같은 숙박 선택지가 더 많았다면 더 멀리 이동하거나 더 멀리 머물렀을 것이라고 했다. 이슬기 관광산업데이터분석랩 소장은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 감소, 환율, 중일관계 반사이익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상황이지만 이를 유지하려면 결국 중국·일본·대만 3대 시장의 지속적인 방문과 재방문이 핵심”이라며 “재방문 관점에서는 2·3차 방문부터 서울을 벗어나 지방 관광 거점으로 유도하는 종합·거시적인 전략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통과 인프라 ‘빗장’ 풀어야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서울에만 갇혀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심리적·물리적 거리감을 꼽는다. 국내외 예약 시스템의 단절, 외국인 계정으로는 결제가 불가능한 제한적 금융 인프라 등도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서울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경고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이 소장 역시 “결국 접근성과 서비스 품질이 관건”이라며 “지방 관광 거점을 연결하는 가장 대표적인 교통수단인 KTX는 좌석에 여유가 많지 않으며 서울과 부산 정도를 제외하면 타 교통수단과의 연계도 가까운 일본에 비해 비교적 어려운 편”이라고 진단했다.이 같은 문제를 직시한 정부와 민간 여행 플랫폼들은 외국인의 ‘지방 접근성’을 높이는 전방위적 혁신에 사활을 걸었다. 외국인이 혼자서도 스마트폰 하나만 들면 대한민국 전역을 누빌 수 있는 ‘심리적 무장해제’ 상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 예매 시스템의 전격적인 개방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클룩(Klook)은 지난 4월 코레일과 손을 잡고 외국인 전용 실시간 철도 예매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 세계 20여개 언어와 40여개국의 통화 결제를 지원해 외국인이 자국어로 안방에서 KTX 좌석을 예매해 부산이나 경주로 떠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클룩이 서비스 오픈 이후(4월 20일~5월 11일) 승차권 예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미국 이용객이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였으며 필리핀과 유럽 지역 이용객 순으로 집계됐다. 철도 승차권 예약이 활발하게 이뤄진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 상품 탐색도 함께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부산 지역 트래픽은 28% 증가세를 보였고, 특히 경주는 112% 늘었으며 대구 역시 23% 상승했다.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오는 6월부터 민간과의 협력을 확대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등 외국인 전용 온라인 예매처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또 한국관광공사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한 현지 연계 마케팅을 강화하고, 내국인 위주로 진행되던 대규모 할인 행사인 ‘숙박 세일 페스타’를 외국인 관광객에게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유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 또한 K-컬처 체험과 연계한 독창적인 지방 숙박 선택지를 다양화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이 소장은 “관광객 관점에서 도시 간 신속한 이동, 방문 도시 내에서의 주요 지점에 대한 편리한 접근이 중요하다”며 “관광숙박 및 음식점 등의 서비스품질 역시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에는 아직 수도권과의 격차가 다소 있고, 지역에 5성급 호텔이 아니더라도 기대에 부응하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인 호텔 등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이준호 클룩 한국 지사장은 “이제는 특정 여행지뿐 아니라 국내에서의 편리한 ‘이동성’이 관광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며 “특히 철도나 고속버스 등 지역 간의 이동 수단을 실시간으로 예매하고 언어 장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통 편의성이 갖춰질수록 서울 중심의 관광이 지역으로 확산돼 지방 관광 소비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클룩도 교통과 지역 여행 상품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5.26 06:00

5분 소요
AI 시대, 리더십 판 바뀐다…살아남는 조직의 조건 [스페셜리스트뷰]

전문가 칼럼

6600만년 전,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은 압도적인 힘에도 불구하고 멸종했다. 그들은 약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거대한 소행성 충돌 이후 급변한 환경에 스스로를 맞게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업 생태계에 떨어진 또 하나의 거대한 소행성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구조 ▲조직 문화 ▲리더십 방식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이 거대한 충격 앞에서 어떤 조직은 쇠퇴할 것이고, 어떤 조직은 새로운 종처럼 진화할 것이다. 그 차이는 결국 단 하나, ‘전환 가능성’(Convertibility)에 달려 있다.지난 4월, 필자는 이찬 서울대 교수와 함께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2026 ATD x Wynn 리더십 아시아 서밋’에서 한국형 리더십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세션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20여개 한국 기업, 1500여명 이상의 리더십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4C 프레임워크’와 ‘컨버터블 리더십’(Convertible Leadership) 모델은 글로벌 전문가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한국 조직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실행력과 헌신 유전자(DNA)를 보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러한 강점이 변화의 시대에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산업화 시대 한국 기업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없는 압축 성장을 이뤄냈다. ▲짧은 시간 안에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고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며 ▲위기 속에서도 강한 복원력을 보여준 배경에는 한국형 리더십 특유의 헌신·집중력·집단적 실행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AI가 주도하는 초연결·초변동 시대에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강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가다. K리더십, 헌신과 실행력의 양면성한국형 리더십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압도적인 업무 몰입도와 실행 속도다. ‘하면 된다’는 정신은 산업화와 압축 성장기의 핵심 동력이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한국 기업의 성과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한국 리더들에게 일은 단순한 직무 수행을 넘어 존재의 증명이며, 조직의 성공은 곧 개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이러한 특성은 위기 상황에서 놀라운 추진력으로 발현된다. ▲빠른 의사결정 ▲높은 책임감 ▲목표 달성을 위한 집중력은 제조업·금융·반도체·IT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해왔다. 높은 윤리의식과 원칙 중심 문화, 그리고 관계 기반 협력 구조 역시 조직 결속과 신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실제로 글로벌 성향 분석 도구를 통해 살펴본 한국 리더들의 특징은 ▲높은 헌신(Maximizing Effort Through Hard Work) ▲원칙 중심적 행동(Acting on Principle) ▲관계 중심적 합의(Facilitating Consensus)라는 세 축으로 요약된다. 이 세 항목에서 한국 리더들은 글로벌 평균 대비 뚜렷이 높은 점수대를 기록했으며, 제조·금융 등 전통 산업군에서 그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높은 업무 헌신'은 일에 쏟는 '시간의 총량'과 그에 순응하는 태도로 발현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세 가지 요소는 한국 조직이 빠른 성장과 높은 성과를 만들어낸 핵심 자산이었다.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강점이 변화의 시대에는 쉽게 그림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헌신은 ‘항상 연결된 상태'(Always-On) 문화로 굳어져 이른 출근, 늦은 퇴근, 주말까지 이어지는 업무 연결이 성실함의 기준이 되고, 일의 성과 뿐 아니라 업무 태도까지 시간의 길이로 측정된다. 그러나 글로벌 인재나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오래 일하는 것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몰입하고 자율성을 갖고 선택할 수 있으며 명확하게 끊어내는 방식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원칙 중심 문화는 다양성과 유연성을 제한하며, 관계 중심 합의 구조는 글로벌 환경에서 비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예를 들어, 한국 조직에서는 빠른 응답과 지속적 연결이 책임감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글로벌 환경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오히려 번아웃과 창의성 저해 요소로 인식된다. 같은 '헌신'이라도, 한쪽은 시간의 길이와 그에 순응하는 태도로, 다른 한쪽은 집중의 강도와 자율성의 존중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방식이 옳다’는 확신은 조직 내 안정감을 줄 수 있으나, 문화적 다양성이 필수적인 국제 환경에서는 혁신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결국 한국형 리더십은 강력한 엔진을 가졌지만, 방향 전환이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동시에 가진 셈이다. 세 가지 조직 병리 '고립·불안·정체'인코칭과 서울대 피플랩이 한국 기업 20여개·리더 1500여명을 분석해 도출한 '4C 프레임워크'는 한국 조직의 현재와 미래를 네 글자로 압축한다. ▲고립의 'Cage(감옥)' ▲불안의 'Code(코드)' ▲정체의 'Cushion(쿠션)'은 한국 조직이 빠질 수 있는 세 가지 함정이며, ▲'Crew(크루)'는 그 함정에서 벗어난 미래형 조직 모델이다. 즉, K-리더십의 전환은 'C에서 C로(From Cage·Code·Cushion to Crew)' 옮겨가는 여정이다.첫째, 고립형 조직(CAGE)이다. 전통 대기업에서 주로 나타나는 유형으로, 높은 디지털 역량에도 불구하고 위계 구조와 동질적 인재 선발 방식이 외부 자극과 다양성을 차단한다. 조직은 효율적이지만 폐쇄적이며, 결국 창의성과 혁신을 가두는 감옥이 된다. 디지털 전환은 이루어졌지만, 문화적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 구조에서는 똑똑한 개인들이 모여도 집단적 비합리성이 강화될 수 있다.둘째, 불안형 조직(CODE)이다. 주로 IT·테크 기반 기업에서 나타나며, 디지털 역량은 높지만 구성원 간 신뢰와 심리적 안정감이 낮다. 성과 중심 구조와 AI 대체 불안 속에서 협업보다 생존 경쟁이 강화되며, 정보는 흐르지만 신뢰는 흐르지 않는다. 촘촘한 핵심성과지표(KPI)와 성과 측정 체계 속에서 구성원들은 연결보다 평가를 먼저 의식하게 되고, 이는 조직 전체의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약화시킨다.셋째, 정체형 조직(CUSHION)이다. 공공기관이나 안정 산업군에서 자주 관찰되는 유형으로, 갈등 회피와 현상 유지가 조직 문화를 지배한다. 겉보기에는 안정적이지만 실제로는 혁신 동력이 약화하고,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경쟁력을 점진적으로 상실한다. 문제 제기보다 무난함이 장려되고, 변화보다 안정이 우선될 때 조직은 서서히 시장 변화에서 멀어진다.이 세 가지 유형은 산업과 형태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변화 대응력이 낮다는 특징을 가진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술 도입 자체보다 조직 구조와 리더십 방식의 근본적 전환에 있다. ‘크루 조직’ 진화, 목적·연결·전환의 리더십이러한 구조적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위계적 구조물이 아니라 유기적 시스템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크루(Crew) 조직’이라 부른다.크루 조직의 첫 번째 조건은 ‘공동의 나침반’(Collective Compass)이다. 리더는 더 이상 정답을 제시하는 통제자가 아니라 방향을 설정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이해할 때 비로소 자율성과 몰입이 강화된다. 특히 AI 시대에 심화하는 실존적 불안은 통제가 아니라 목적의 공유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두 번째는 ‘연결된 협업’(Connected Collaboration)이다. 조직 내부의 부서 장벽과 정보 단절 구조를 완화하고, 마치 반투과성 세포막처럼 외부 아이디어와 내부 전문성이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집단 지성이 활성화된다. 연결은 단순한 소통이 아니라 정보, 신뢰, 피드백이 유기적으로 흐르는 시스템이다.세 번째는 ‘전환 가능한 역량’(Convertible Capabilities)이다. AI 시대에는 고정된 역할보다 상황에 따라 리더와 팔로워가 유연하게 전환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하다. 타이틀보다 역할 중심의 조직 운영이 요구된다. 문제 해결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구조가 미래형 조직의 핵심이다.이 세 가지 조건을 일상에서 구현하는 리더십 모델이 바로 '컨버터블 리더십'(Convertible Leadership)이다. 컨버터블 리더십은 자동차 컨버터블이 지붕을 상황에 따라 여닫듯, 리더가 자신의 강점을 상황과 맥락에 맞게 유연하게 재배치하는 능력을 뜻한다. 헌신을 시간으로 표현하던 리더가 집중과 자율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통제로 발휘하던 권위를 신뢰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강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강점을 재구성하는 능력이 컨버터블 리더십의 본질이다. 결국 크루 조직은 단순한 협업 구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적응하는 생명체형 조직 모델이다. 이는 기존 위계 구조의 해체가 아니라, 변화 적응성을 중심으로 한 조직 재설계다.글로벌 생존 전략 '현지화와 브리지 코칭'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본사 중심의 성공 방식을 해외에 그대로 이식하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대차·삼성·신한·롯데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 사례에서 확인되듯 각 국가와 산업, 인재 특성에 맞는 리더십 현지화가 필수적이다.예를 들어 ▲베트남 생산 현장 ▲미국 연구개발 조직 ▲유럽 금융 네트워크는 동일한 리더십 방식으로 운영될 수 없다. 각 문화권은 일에 대한 가치관·의사소통 방식·권한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식 헌신과 합의 구조가 특정 시장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피로감과 거리감을 유발할 수 있다.따라서 본사와 현지를 연결하는 ‘브리지 코칭’(Bridge Coaching)이 필요하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로컬 민감성을 동시에 갖춘 리더를 육성하는 전략이다. 조직은 더 이상 단일한 리더십 공식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각 지역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동일한 목적을 구현할 수 있는 유연한 리더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결국 조직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흐름이다. AI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필요한 것은 더 견고한 통제가 아니라 더 유연한 전환이다.한국형 리더십은 이미 강력한 헌신과 실행력이라는 세계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헌신을 '시간의 양'으로만 표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집중의 깊이'와 '전환의 속도'로 재정의하는 일이다. 리더가 자신의 성공 공식을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을 때, 조직은 '오래 일하는 헌신'을 넘어, 깊이 몰입하고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크루로 진화할 수 있다. 대한민국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얼마나 오래 열심히 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몰입하고 빠르고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 시대의 진정한 리더십은 더 많이 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더 빠르게 배우고 연결하며 전환하는 능력이다. 이제 K-리더십은 ‘시간으로 증명하던 헌신’을 넘어, ‘깊이와 속도로 증명하는 전환’이라는 미래의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필자는 진단 기반 코칭과 조직개발 분야에서 활동하는 리더십 코칭 전문가다. 200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전문 코칭 기업 인코칭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C레벨 임원 코칭을 수행해왔다. ATD 등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형 리더십 모델을 발신해왔으며, 주요 저서로 '컨버터블 리더십' '코칭 가이드북' 등이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K-리더십의 전환 가능성을 분석한 '컨버터블 리더십' 모델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6.05.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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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사로잡은 인도계 CEO들-‘주가드’에 답 있었다 [CEO 110인 긴급진단]⑨

CEO

여행 유튜버들 사이에서 인도는 이른바 ‘조회수 보장 성지'다. 화면 속 유튜버는 어김없이 고생한다. 오염된 물 한 모금에 시작되는 설사와 식중독, 길거리에서 날아드는 노골적인 인종차별과 성희롱, 예고 없이 끊기는 전기와 에어컨 없는 침대칸 야간열차. 이 고생담이 편집본에 담기는 순간 조회수는 폭발한다.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며 "나는 절대 안 간다"를 다짐하고, 유튜버는 다음 인도 여행을 예약한다.비즈니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도를 다녀온 한국인들의 반응은 더 직설적이다. 귀국편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뭄바이든 델리든 방갈로르든, '대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물 조심, 음식 조심, 사람 조심의 3계명은 기본이다. 길에서는 쓰레기와 오물이 뒤섞인 악취가 코를 찌르고, 왕복 6차선 도로가 오토릭샤와 소떼와 보행자로 뒤엉키는 광경이 펼쳐진다. 14억명 인구를 보유한 국가의 미비한 하수도 시설에 대한 의문은 귀국길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그런데 수치상으로 인도는 강대국이다. 2024년 기준 인구수 14억4000만명(2023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등극),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기준 3조9000억달러로 미국·중국·독일 등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인당 GDP는 2500달러 수준으로 여전히 중하위권이다. 세계 강대국 인도의 이면은 이와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가난과 부족한 사회 인프라라는 민낯이 숨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나라 출신들이 지금 실리콘밸리를 지배하고 있다. 결핍 환경이 조성한 실용적 유연성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옌, 세계은행 총재 아자이 방가 등 글로벌 대형 기업의 수장 명단에 인도 출신 인사가 줄줄이 이름을 올리는 현상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미국 전체 인구 대비 1.4%에 불과한 인도계가 최고 경영 자리를 이렇게까지 차지하는 이유를 인도의 교육 열풍과 언어 능력 그리고 인도공과대(IIT) 출신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먼저 거론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들이 왜 유독 위기 국면에서 그토록 강한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나델라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2014년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클라우드 전환에 뒤처져 있던 성장 정체기에 직면해 있었다. IBM 역시 크리슈나가 CEO에 부임한 2020년에 매출 감소가 8년째 계속되고 있었다. 이 두 회사의 반전 서사에는 스펙 이면에 자리 잡은 강한 생존 본능, 힌디어로 ‘주가드’(Jugaad)가 있다.주가드는 ‘제한된 자원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즉흥적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뜻한다. 경영학자 나비 라주와 자이딥 프라부가 ‘주가드 이노베이션’(2012년)에서 이 개념을 체계화했다. 서구식 R&D가 막대한 자본과 구조화된 연구실을 떠올리게 하지만, 주가드는 처음부터 결핍 상태를 조건으로 설정한다. ‘싸게 실패하고·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는 설명은 현대 소프트웨어 산업의 애자일(Agile) 방법론과 일치한다.과거 기자와 인터뷰했던 인도 스타트업 전문가 라슈미 반살은 “주가드는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체화된 방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쏠리드 그룹 최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라는 기록을 남긴 인도 출신의 므린모이 차크라보티 쏠리드 인스파이어 대표 역시 “AI 기술 하나로 BCG·맥킨지 등의 글로벌 컨설팅기업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주가드 정신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22년 근속과 내부 구조 혁신 전략인도 출신 CEO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긴 내부 경력이다. 나델라는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 부문을 거쳐 22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피차이는 2004년 구글에 합류해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키워낸 뒤 11년 만인 2015년 최고경영자가 됐다. 외부에서 영입한 파괴적 창업자형 인물이 아니라, 내부의 이해관계와 구조를 속속들이 파악한 관리자들이다.이들이 이사회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수만 명 규모의 다국적 인력을 거느린 빅테크 기업은 조직 내 파벌 갈등을 중재하고 외부 규제 기관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리더를 필요로 한다. 나델라 취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폐쇄적인 윈도우 중심 구조에서 개방형 클라우드 파트너십(Azure)으로 전환한 과정은 한정된 내부 자원과 한계 상황을 타개한 전형적 주가드식 경영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시가총액은 3000억달러에서 3조달러 이상으로 10배 뛰었다.인구통계학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인도 헌법이 인정하는 지역 공식 언어만 22개다. 힌두교·이슬람교·시크교·불교가 공존하고, 카스트 제도의 잔재가 섞인 다문화 사회에서 성장한 인도인들은 이질적인 집단 간 합의를 도출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거쳤다. 이들의 포용적 소통 방식은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환경이 빚어낸 산물이다.IIT 중심의 수리·공학 엘리트 교육과 스탠퍼드·와튼 스쿨 MBA의 결합도 결정적이다.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주주 자본주의의 재무적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이사회 신임을 얻는 가장 확실한 경로다.글로벌 기업 내 인도 출신 CEO의 부상은 우연도, 일시적 유행도 아니다. 결핍을 기회로 바꾸고 한계 상황에서 최적의 해답을 뽑아내는 주가드의 필연적 승리다. 한국 기업인이 배워야 할 리더십일 것이다.

2026.05.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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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 개척 '잔혹사'-실패 원인 '셋' [CEO 110인 긴급진단]⑦

산업 일반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은 ‘낯선 규칙의 전장’에 가깝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내보다 빠른 성장을 이어가는 해외가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지만, 곳곳에 실패를 유발하는 암초가 깔려 있다. 국내 기업은 자본과 정보, 네트워크 면에서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언제나 후발주자다. 여기에 각국의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친다면 버티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규제와 소비성향은 국가마다 다르고, 경제 환경은 예측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의 ‘해외 철수’가 반복되는 이유다.관세·정치 리스크 직격탄…해외 사업 수익성 흔들해외 진출을 꾀하는 기업들에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것은 진출 국가의 정책 변화와 정치적 리스크다. 가장 최근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4월 2일부터 외국산 자동차를 상대로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 영향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에만 7조2000억원의 재무적 부담을 져야했다.현대차가 지난해 연간 매출로 186조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5% 감소한 11조원에 그쳤던 배경에도 관세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철강·알루미늄 상품과 반도체와 의약품 등 주요 산업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이 여전하다. 기업들은 이런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관련 업종 전반의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투자 위축, 해외 진출 포기 및 철수와 같은 일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이처럼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 지형 급변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가장 우려할 수밖에 없다. 행정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사업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중장기 투자 계획 수립도 어려워져 해외 사업 전반의 리스크가 확대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정치 리스크 변화에 따른 경영 타격이 발생해 해당 지역 철수가 이어진 사례들도 있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이 본격화됐던 2017년 이후 유통·관광·소비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던 것이다. 그 전까지 국내 기업들에게 중국은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정치적 변수가 부각되며 사업 환경은 급격히 악화됐다.롯데쇼핑은 2008년 중국 시장에 진출해 롯데마트 점포를 110여개까지 확대하며 중국을 해외 사업 거점으로 구축해갔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영업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2018년 중국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이후 2022년에는 청두 롯데백화점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등 사실상 중국 유통 사업에서 완전히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때 5개까지 늘렸던 백화점 사업도 정치적 변수 앞에서는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후 롯데쇼핑은 중국에서의 실패를 발판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을 해외 진출 국가 타깃으로 삼아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늘려나가는 중이다.현지 이해 부족에 ‘대형 투자 실패’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변화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해외 진출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가 대표적 사례로 남는다. KB국민은행은 2008년 약 9541억원을 투자하며 당시 현지 5~6위 은행인 BCC 지분 41.9%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현지 금융 환경과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2017년 전액 손실 처리 후 매각했다.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BCC를 인수할 당시에 순이자마진율 6.2%, 부실채권 비율 0.6% 등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두루 갖춘 알짜 매물을 인수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당 은행의 손실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주가 급락도 막지 못했다. 금융업계에서는 KB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투자가 ‘금융권 최악의 해외 진출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고 본다. 해당 투자의 실패 배경으로는 예상치 못한 금융 환경 변화뿐만 아니라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BCC의 영업 및 리스크 관리 능력 부족 등이 꼽힌다. 현지 동종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입지를 확보하지 못해 철수하는 사례들도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베트남 시장에서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2019년 현지 배달 플랫폼 ‘비엣남엠엠’을 인수하며 이 시장에 진입했고, 한때 베트남 음식 배달 시장에서 점유율 3위에까지 올라섰지만 현지·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점차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기 시작했다. 이에 우아브라더스 베트남은 2025년 들어와 전년보다 자본잠식 규모가 확대되며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 해당 법인은 지속된 적자로 인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지 4년 만인 2023년 영업을 중단했고 현재는 법인 정리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해외 진출 국가의 규제로 인한 실패 사례도 있다. 토스는 2019년 베트남에 만보기형 리워드 서비스를 앞세워 진출해 3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에는 실패했다. 현지 규제 환경으로 신규 서비스 출시가 제한되면서 사업 확장이 어려워졌고, 결국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뒤 철수했다.10년 이상 운영해온 사업조차 수익성과 전략 변화 앞에서 철수 대상이 된 사례도 있다. 식자재 유통·푸드서비스 기업 CJ프레시웨이는 2013년 베트남에 진출했지만, 올해 2월 종속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며 재무적 부담이 커졌고 본사 중심의 글로벌 소싱 체계로도 사업을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10년 이상 운영해온 사업조차 수익성과 전략 변화 앞에서는 철수 대상이 된 셈이다. “정부도 국가 상호주의 통해 기업들 보호해야”기업들의 해외 진출 실패 원인은 특정 산업을 가리지 않고 예측 불가능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공통적으로 ▲진출 국가의 정책 변화 및 정치 리스크 ▲현지 경쟁 심화 ▲전략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해외 진출 실패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지 기업과의 경쟁을 넘어 정치 변화로 인해 영업력이 뒤처지는 경우엔 단순한 자본 투입만으로는 시장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는 2019년 내놓은 ‘세븐일레븐의 실패에서 배우는 인도네시아 진출 시 유의점’에서 급작스럽게 변하는 정부 규제에 기업들이 충분한 대비책을 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정부기관의 주류 유통 규제로 세븐일레븐 매출의 15%를 차지하던 주류 판매가 금지되자 함께 판매되던 안주 및 간식 판매량까지 줄어 세븐일레븐의 매출은 24%가량 급락한 바 있다. 2016년 기준 세븐일레븐은 규제에 발이 묶여 인도네시아에서의 점유율이 0.7%로 떨어진 상황을 맞았다. 코트라는 기업의 현지 소비자에 대한 이해 부족도 함께 거론했다. 인도네시아 세븐일레븐의 무료 와이파이와 야외 테라스가 사업 초반에 긍정적인 요인이 됐지만, 소비자가 해당 서비스만 이용하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경우가 흔해졌다. 특히 프리미엄 상품 위주로 구성된 영업이 매출 악화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됐다.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과거처럼 시장 규모만 보고 진출하는 방식으로는 성공 확률이 낮다”며 “현지 규제와 소비자 특성, 경쟁 구도에 대한 분석은 필수고 리스크 분산 전략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실패를 줄이기 위한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현지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024년 발표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해외 진출 사례 연구 및 시사점’에서 정부의 지원 또한 기업의 해외 진출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금융지원만 아니라 국가 사이의 상호 규제로 기업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최 연구원은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차별적인 규제를 받는다면 우리도 상호주의(reciprocity) 원칙에 따라 해당 국가의 기업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유럽·인도·동남아 등 지역의 정부들이 공급망의 내재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차별적 규제도 마다하지 않고 있어 우리 기업이 언제든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정부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카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26.05.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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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14개 안방 기업 성공 방정식은 [CEO 110인 긴급진단]⑥

정책이슈

우리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족한 자본과 인프라, 경험의 부재, 불확실성 등 여러 한계를 마주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안정된 국내 시장에 안주하기보다 실패를 감수하고 해외 다른 나라에서 사업에 도전하면서 시장을 개척하는 게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도전에 힘입어 수출액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50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하지만 반도체 의존도 심화는 우리 경제의 쏠림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4월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36.3%를 차지했다. 1년 전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9% 수준이었다. 반도체 수출액은 183억 달러로 1년 만에 18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끊임없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의 ‘2025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성공사례집’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한 14개 기업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성공 방정식을 분석했다.코트라가 소개한 기업은 ▲아이피테크 ▲세진기전 ▲비케이에너지 ▲캠프티 ▲삼오씨엔에스 ▲이음인터네셔널 ▲리얼화이트 ▲이지템 ▲아미스트리 ▲지베누어 ▲소노온코리아 ▲마린테크노 ▲세림바이오테크 ▲보라메디코스. 총 14곳이다. 주로 국내 사업에 집중했던 산업재‧서비스‧소비재 기업이었다. KOTRA, 맞춤형 멘토링으로 무역 장벽 허물어이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트라의 ‘수출기업화 사업’ 지원이 자리한다. 해당 사업은 수출 경험이 없는 내수기업이 수출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거나 수출을 막 시작한 초보기업이 더 많은 수출을 하려고 할 때 돕는 코트라의 대표 사업 중 하나다. 코트라은 바이어 찾는 방법이나 계약 조건 협상 방법 등 무역실무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수출전문위원을 매칭해주기도 한다. 전문가가 직접 기업 맞춤형 무역실무를 안내하는 등 1년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출 멘토링도 지원한다. 법률‧금융‧관세‧물류‧지재권 보호 등 수출 유관기관에서 제공하는 수출 관련 전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를 토대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한걸음 내딛기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수출이 손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규제 및 인증 장벽의 선제적 극복 ▲실무 지식 습득을 통한 수출 역량 강화 ▲현지 시장 맞춤형 전략 수립 등 기업 스스로 수출을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하고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아이피테크는 조선과 해양, 육상 플랜트 현장에서 사용되는 스틸그레이팅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다. 스틸그레이팅은 강철을 활용한 배수 덮개‧통로용 구조물을 말한다. 주로 산업 현장, 공공장소, 상업 건물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배 위의 발판, 해양 플랜트의 작업통로, 석유화학 단지와 발전소의 워크웨이 등이 있다. 눈이나 비가 와도 그대로 쌓이지 않고 물이 빠져나가도록 설계한 격자형 구조물이 아이피테크의 주력 제품이다.생소한 무역 실무와 글로벌 규제, ‘현장 밀착형 대응’으로 돌파2012년 경남 함양에서 문을 연 아이피테크는 10년이 넘는 동안 국내 시장에서 검증을 거쳤다. 국내 대기업 계열 조선소에 관련 제품을 납품하고 여수 화학단지와 울산 등 대형 육상 플랜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럼에도 수출을 모색한 것은 국내 시장이 정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과 플랜트 산업은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국내 매출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김판수 아이피테크 대표이사는 수출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2024년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의 한 글로벌 정유·에너지 기업이 한국 업체를 찾는다는 소식에 견적과 기술 검토 논의를 거쳐 계약 단계까지 넘어갔다.문제는 영문으로 된 구매약관과 계약 조건이었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와 생소한 무역 조건에 익숙하지 않았다. ‘인코텀즈’(Incoterms)라는 단어가 반복되는데 내수 중심 기업이었던 아이피테크에게는 생소한 말이었다. 인코텀즈는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ICC)가 제정한 국제 무역 거래 조건이다. 무역 거래 시 수출자와 수입자 사이의 비용, 위험, 책임의 한계를 규정한다. 운송 비용을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어떻게 부담하는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EXW(공장 인도)라고 계약하면 수출자가 자신의 공장이나 창고에서 물품을 넘기면 모든 의무가 끝난다. 이후부터는 수입자가 운송과 위험을 모두 부담한다. 만약 DDP(관세 지급 인도)로 계약하면 수출자가 수입국 내 지정된 목적지까지 물품을 운송하며 통관 절차와 관세까지 모두 부담해야 한다. EXW와 DDP 사이 ▲FOB(본선 인도) ▲CIF(운임·보험료 포함 인도) 등 수출자와 수입자 사이에 책임을 분담하는 계약도 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 인코텀즈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곧 기회이자 리스크가 된다. 코트라의 수출전문위원이 계약협의 시작부터 완료까지 임원회의에 참석하며 계약 과정의 실무를 지원했다. 수출 관련 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수출에 대한 실무 교육도 진행했다. 계약과 별도로 바이어 측에서 요구한 이산화탄소 발생 데이터 및 저감 대책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글로벌 무역에서는 생산 공정과 물류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내수 기업은 고민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수출전문위원으로부터 소개받은 탄소 저감 대책 관련 전문 컨설턴트는 바이어와의 화상 미팅에 직접 참여하여 전기 사용량, 물류 이동 과정까지 하나씩 점검하며 대응 방안을 정리했다.이런 과정을 거쳐 2025년 계약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 수출액은 246만1742달러(약 34억5000만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국내 매출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발을 내디뎠고, 수출 실무 전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김판수 대표는 무역의 날 정부 포상 대상자로도 선정됐다.실력은 기본…외국 기업과 합작 구조로 해외서 승부세진기전은 엘리베이터와 관련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2025년 3월에 문을 연 신생 기업이지만, 관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수출을 염두에 두고 설립한 회사다. 박광석 대표이사를 포함해 핵심 인력 대부분이 엘리베이터 분야의 대기업과 동종 업계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았다.회사 설립 당시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신규 기업이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기술이 있어도 일감을 따내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요구 조건이 다양하고, 구조만 제대로 잡히면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그래도 쉽지 않은 해외 진출을 위해 세진기전은 중국 현지에서 대규모 매출을 기록 중인 중국 파트너사와 합작 구조를 선택했다. 중국에서 부품을 소싱하고, 한국에서 가공·조립·시험을 거쳐 해외로 다시 수출하는 모델이었다.문제는 수출 복합 구조라는 복잡한 방식이었다. 중국에서 가공한 일부 부품을 국내로 들여와 완제품을 만든 뒤 제3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인데, 완제품이 탄생해 목표한 나라로 보내기까지 국경을 두 번 넘어야 했다. 중국 회사는 물론 세진기전 역시 수입이나 수출, 물류, 관세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았다. 코트라는 설립 초기부터 복합 구조 수출 모델을 통한 수출을 뒤에서 도왔다.이를 통해 베트남에서 첫 수출 실적을 올렸다. 현재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3만9512달러(약 2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위기를 ‘수익 다변화’ 기회로… 확실한 기술력이 성공 뒷받침삼오씨엔에스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기업이다. 김현철 대표가 2013년 2월 설립했다. 주요 수출국은 카자흐스탄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11만8826달러(약 1억6700만원) 수준이다.김 대표는 정보 보안 문제의 상당수가 외부 해킹보다 내부자의 오남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보면서 2015년 개인정보 접속 기록 관리 솔루션 ‘파르고스(PARGOS)’를 개발했다. 파르고스는 개인정보 접속 로그를 저장한 후, 빅데이터 기반 저장 구조와 AI 분석 기술을 결합해 이상 행위와 징후를 상시적으로 탐지·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파르고스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정보보호제품,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혁신제품, 2024년 조달청 지정 우수제품으로 선정되면서 기관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했다. 대학, 금융기관, 민간 기업에서도 파르고스를 사용한다.하지만 국내 시장은 좁았다.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성장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선 수출이 필요했다. 그 첫발은 교육부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대학교에 진행한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이었다. 2024년부터 2031년까지 해당 대학에 AI 및 빅데이터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사업이었는데 삼오씨엔에스가 AI 빅데이터 실습실 구축 분야 기업으로 선정됐다.카자흐스탄 수출이 가시화됐지만, 수출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이때 도움을 준 곳이 코트라다. 코트라의 수출전문위원은 통관을 위해 필요한 고유부호 신청부터 수출 비용 절감을 위한 방법까지 세세하게 조언했다. 통관 절차와 각종 서류 작성은 수출을 해본 적 없는 기업에게는 낯선 일이었다.첫 수출을 마친 뒤 삼오씨엔에스에게 ‘수출은 더 이상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실제로 실행 가능한 전략’이 됐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개인정보 보호 제도가 유사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게 됐다. 수출이 플러스알파의 수익을 주는 황금알이 된 셈이다. 국내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의 해외 지사를 통한 간접 수출 모델도 검토 중이다.이들 기업의 성공 이면에는 ‘수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는 절박함이 자리한다. 국내 시장의 정체를 ‘위기’로 직시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성공의 무대로 밀어 올린 셈이다. 글로벌 표준을 학습하는 유연한 적응력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내수 시장에만 익숙했던 기업들이 무역 언어를 배우고, 글로벌 화두인 탄소 배출 규제에 즉각 대응한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한 ‘틈새시장 공략’ 전략도 주효했다.산업계 관계자는 “수출 경험이 없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에게 첫 수출 계약부터 과정 전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기업과 경영자의 의지가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무엇보다 대기업 납품이나 국가 지정 혁신 제품 선정 등을 통해 기술력을 충분히 검증받는 등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2026.05.25 08:30

7분 소요
글로벌 경쟁 ‘최상위 포식자’의 자격 [CEO 110인 긴급진단]⑤

경제일반

글로벌 시장의 룰이 재편되고 있다. 제품만 잘 만들면 팔리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다. 기업들은 이제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각국의 규제 장벽부터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공급망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과 금리까지 신경써야 한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점유율 싸움이 아니다. 복잡한 지정학적 리스크 위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는 기업들의 해외 노출도 및 전략적 민첩성 등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포지셔닝 지수(GPI) 분석 결과를 토대로 기업을 총 4가지 유형(▲글로벌 설계자 ▲차세대 글로벌 ▲내수 강자 ▲위험 노출형)으로 분류했다. 이들 기업을 위한 최적화된 생존 전략을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와 함께 제안한다.글로벌 설계자(Global Shaper): 생태계 지배자이미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최상위 기업에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은 경쟁사의 기술 혁신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강대국이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자국 우선주의 규제다. 이 단계에 진입한 기업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넘어 각국 정부의 이해관계라는 복잡한 체스판 위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규제를 단순한 진입 장벽으로 인식하는 기업과 이를 시장 선점의 문(Door)으로 활용하는 기업 간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폐쇄적인 현지 규제의 문을 열기 위해 압도적인 기술력만 내세우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현지 이해관계 구조의 한복판으로 파고들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규제 당국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 확보가 필수적이다. 단순한 로비 대행사가 아니라 합작법인(JV) 설립이나 상호 지분 교환을 맺은 전략적 지분 파트너여야 한다. 이는 해당 국가에 현지 경제와 운명을 함께하는 우군이라는 가장 강력하고 지속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삼성SDI가 미국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합작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 사례는 지분 파트너십이 규제 돌파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재무 부서는 막연한 규제 리스크를 철저히 가격으로 환산해 관리하는 ‘규제 원가표’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 이는 ▲관세율 변동 ▲현지 부품 조달 의무 비율 ▲탄소국경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규제 변수를 다각도의 시나리오별로 원가에 선반영해 두는 작업이다. 해당 원가표의 유무가 불확실성 속에서 최고경영자(CEO)의 판단 속도와 정확성을 결정짓는다.글로벌 공급망 역시 철저한 효율성 중심에서 권역별로 독립 가동되는 형태로 재편돼야 한다. 핵심은 ‘무엇을 분리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절대로 쪼개면 안 되는가’를 정하는 것이다. 원천 소재와 핵심 기술에 대한 통제권은 본사가 절대적으로 쥐고 있는 ‘코어 락’(Core Lock)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섣불리 분산할 경우 폭증하는 품질 리스크를 피할 수 없게 된다.최종 조립과 물류 부문은 과감히 현지화해야 한다. 관세 장벽과 운임 상승이라는 직격탄을 최전선에서 맞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갈등 심화 당시 단일 조립라인을 운영하던 한 중견 제조업체가 중국 라인을 베트남과 멕시코로 이원화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무려 14개월이었다. 늦었다고 판단한 시점에 즉시 실행에 옮겨야만 생존 시한을 맞출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10~20% 수준의 원가 상승이 수반된다. 그러나 이는 특정 공급망 마비 시 전체 매출이 증발하는 치명적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필수 보험료로 인식해야 한다.평상시 ‘재무적 여유율’(Financial Slack)을 넉넉히 확보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전쟁이나 전염병 등 돌발 변수가 터졌을 때 경쟁사가 무너지는 틈을 타 시장 지배력을 급격히 확대하려면 재무적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직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선 기업들이 2~3년 사이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확대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매출이 완전히 0으로 수렴하는 극단적 상황에서도 고정비를 충당하며 최소 6개월, 권장 12개월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유동자산을 상시 비축하는 것을 추천한다. 위기 시 헐값에 나온 경쟁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대상 목록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차세대 글로벌(Next Global): 다크호스해외 시장에서의 덩치와 매출 비중은 가파르게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글로벌 시장의 룰메이커로 자리 잡지 못한 그룹이다. 이들 기업이 겪는 가장 심각한 병목 현상은 덩치에 걸맞지 않은 본사 중심의 통제 구조에 있다. 본사와 해외 법인 간의 역할을 분담할 때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무엇을 현지에 위임할 것인가’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순서를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 본사가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할 핵심 기능만 철저히 규정하고 그 외의 기능은 전적으로 현지에 위임해야 한다. 핵심은 ‘통제’가 아니라 ‘실시간 감시’로의 전환이다.본사에 요구되는 기능은 ▲자금 배분 ▲C-레벨 등 핵심 인사권 ▲브랜드 가이드라인뿐이다. 마케팅 전략이나 가격 정책 등은 현지 조직에 맡겨야 한다. 동남아 법인장에게 마케팅 예산 집행 권한을 전면 위임한 직후 6개월 만에 현지 매출이 40% 폭증한 소비재 기업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본사는 전략을 설계하고 자원을 배분하기만 하면 된다. 실행은 현지 법인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 본사는 월별 실적 리뷰를 통해 현지 법인을 평가·관리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하면 된다.또한 마케팅 전선에서의 스펙 비교 마케팅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제품이 경쟁사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는 메시지는 스스로 후발주자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름만 보고도 지갑을 여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려면 제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는 ‘문화적 맥락’(Cultural Context) 마케팅이 필요하다. K-컬처라는 강력한 자산을 단순 연예인 모델 기용에 소모하지 말고 한국 고유의 미감과 기술 철학을 브랜드 정체성에 내재화해야 한다. 동시에 브랜드 투자를 늘리면서 저가 물량 경쟁을 지속하는 재무적 모순을 끊어내고 판매 물량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단가와 마진율을 끌어올리는 결단이 요구된다.조직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주범인 ‘보고를 위한 보고’ 관행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현지에서 기회를 포착해도 본사 팀장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이어지는 4단계 결재 라인을 거치면 2~3주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해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글로벌 의사결정 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다. 위원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해외 주요 안건을 주 1회 즉각 처리하고 현지 법인장의 결재 권한을 대대적으로 상향해야 한다.시스템의 전환도 필요하다. 조직 구조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평가 시스템’의 전환이다. 본사 리더의 핵심성과지표(KPI)에 ‘글로벌 사업 성과’가 빠져 있으면 아무도 해외 안건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 본사 핵심 리더 몇 명의 KPI에 해외 성과 비중 목표를 넣는 것만으로도 의사결정 문화가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구조를 바꾸기 전에 인센티브부터 바꾸는 것을 권장한다.내수 강자(Local Stronghold): 안방 챔피언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갖추었으나 안방의 달콤한 성공 경험이 글로벌 진출의 발목을 잡는 기업군이다. 기존 주력 사업부 내부에 글로벌 신사업 부서를 편제하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낭패를 본다. 내수에서 안정적 이익을 내는 사업부 임원에게 막대한 초기 투자가 요구되는 글로벌 사업은 자원을 빨아들이는 기생충 정도로 여겨질 뿐이다. 해외 투자 탓에 전사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기꺼이 용인할 리더는 드물다.해법은 철저한 조직 분리다. 즉각적인 별도 법인 설립이 어렵다면 최소한 독립 손익 단위(P&L Unit) 체제를 구축하고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을 부여해야 한다. 보고 라인은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CEO 직속으로 직결시켜야 한다. 그래야 사내 정치적 견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기존 부서와 불가피하게 자원을 공유할 경우에는 엄격한 사내 거래 계약(SLA)을 맺어 숫자로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평가 체계 역시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글로벌 진출 초기 단계의 사업 조직에 국내 기준의 영업이익률을 들이대는 것은 사업을 고사시키는 행위다. 당장은 걸음마를 제대로 떼고 있는지 추적할 글로벌 전용 KPI가 필요하다. ▲타깃 국가 내 유통 채널과 고객 접점에 자사 제품이 얼마나 촘촘히 배치돼 있는지를 따지는 ‘시장 침투율’ ▲마케팅의 거품을 걷어내고 순수 제품력으로 시장에 안착했는가를 묻는 ‘재구매율’ ▲영업망 확충을 견인할 ‘현지 파트너 확보 수’에 집중해야 한다. 적자 자체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연소되는 현금(Burn Rate) 대비 목표한 이정표(Milestone)를 제때 달성하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하는 것이 최우선이다.이런 전초기지를 이끌 A급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돈보다 권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막대한 연봉을 줘도 사소한 결정을 서울 본사에 물어봐야 하는 수동적 시스템이라면 최고급 인재는 금세 짐을 싼다. 모호한 자율경영 약속을 넘어 미 달러화 기준의 명확한 독자 전결 한도와 권한 범위를 고용 계약서와 내규에 구체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또한 철저히 현지 성과에 연동되는 스톡옵션 등 글로벌 스탠더드의 보상 체계를 이식하고 현지 법인장이 본사 실무진을 거치지 않고 CEO나 C-레벨 경영진과 실시간으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위험 노출형(Exposed Runner): 폭풍 속 돛단배특정 소수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편중돼 있거나 단일 해외 부품 수급에 목을 매고 있는 가장 취약한 기업군이다. 관세 장벽 신설이나 환율 급변 등 외부 충격 한 번에 회사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이들에게는 1년 이내에 실행 가능한 공급망 분산 시나리오 확보가 시급하다. 목표는 기존 공급망의 완벽한 대체가 아닌 붕괴를 막을 ‘생존 가능한 수준의 분산’이다. 1~3개월 차에는 무역관 네트워크 등을 동원해 기존 대비 80% 수준의 품질이라도 위기 시 즉시 납품이 가능한 업체를 국가별로 최소 3곳 이상 확보해야 한다. 3~6개월 차에는 발굴된 신규 업체에 핵심 부품 물량을 20~30% 할당하며 이중 공급(Dual Sourcing)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이후 6~12개월 차에 접어들면 해당 부품의 3개월치 안전 재고를 비축하고 검증된 신규 파트너와 2~3년 장기 계약을 체결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15~25% 수준의 추가 비용 지출은 사전에 이사회 승인을 일괄적으로 받아둬 실행 속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자체 현금 창출력에 기반한 냉혹한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한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지표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단기 턴어라운드 비전이 없는 사업부는 즉각 매각 절차를 밟아야 한다. CEO는 회사의 뿌리라거나 시너지가 있다는 식의 감상주의를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재무 조직은 매출채권 회수 기간을 단축하고 악성 재고를 털어내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재무 조직에 요구되는 것은 유휴 부동산과 비전략 자회사 지분 등 즉각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 매각 리스트를 상시 관리하는 것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 충격파를 사전에 감지할 조기 경보 체계의 이식이다. ▲원·달러 환율 및 변동성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자사 핵심 원자재 선물 가격 ▲주요 거래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해운 운임 동향(BDI) 등 5대 지표를 매일 모니터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손익분기 환율 등을 역산해 임계치를 벗어날 경우 재무팀장과 CEO에게 단계별로 알람이 울리는 트리거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분기별로 ▲환율 폭등 ▲관세 폭탄 ▲원자재값 폭등이라는 최악의 복합 위기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행해 기업의 재무적 인내 한계선을 수치로 산출해 둬야 위기 앞에서도 매뉴얼대로 생존의 길을 뚫어낼 수 있다.

2026.05.25 08:00

8분 소요
빠른데 왜 안 통할까…한국형 리더십의 치명적 약점 [CEO 110인 긴급진단]⑧

산업 일반

글로벌 투자자들이 바라본 한국 기업 리더십은 ‘양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빠른 의사결정과 강한 조직 결집력은 경쟁력으로 꼽히지만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낮은 자율성, 글로벌 기준과의 괴리는 기업가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근 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은 순발력이 뛰어나고, 대기업 집단이 보유한 인력·자금·경험 등 다양한 자원을 네트워크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회장이나 최고경영진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선택과 집중을 실행할 수 있는 구조가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이 같은 ‘속도 중심 리더십’은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이 회장은 “과거에는 자본의 성격을 구분하기보다 성장 자체가 최우선 목표였고, 고속 성장과 목표 달성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다만 한국 경제가 선진국 단계에 진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는 진단이다. 그는 “투명성과 책임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현재 환경에서는 과거 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이사회가 ‘거수기’ 전락”…지배구조 한계한국 기업 리더십의 가장 큰 한계로는 이사회 기능의 형식화가 꼽힌다.이 회장은 “이사회는 경영진을 견제·감독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회장이나 최고경영진이 이를 통제하거나 의사결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특히 오너 경영 체제의 세대 변화가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글로벌 패밀리 비즈니스 사례를 보면 1·2세대는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지만 3세대 이후에는 성과 편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3세 경영 체제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사회 견제가 작동하지 않으면 독단적 의사결정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해외 기업과의 차이도 분명하다. 이 회장은 “대만의 TSMC는 이사회를 전략적 의사결정 파트너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이사회가 형식적 기구에 머무르지 않고 경영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조직문화 역시 한국 기업 리더십의 구조적 한계로 지목된다. 이 회장은 “조직은 수평적으로 운영되고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수직적인 문화가 강하다”며 “이러한 구조는 창의성을 저해하고 우수 인재의 유입과 유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실제로 글로벌 수준의 인재를 채용하고도 조직문화와 보상 체계 문제로 이탈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성과는 글로벌 수준을 요구하면서도 보상과 평가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특히 세대 간 인식 차이도 커지고 있다. 20~30대 인재들은 성과에 따른 권한과 보상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준에 익숙한 반면, 국내 기업의 연공 중심 문화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립적 이사회·글로벌 기준 필요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실행력과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가 이어지지만, 이사회 독립성과 의사결정 투명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투자 판단 시 기업의 성장성뿐 아니라 ▲이사회 구성 ▲내부 견제 장치 ▲경영진 보상 체계 등을 핵심 변수로 반영하고 있다.최근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모든 주주’로 확대하고,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 주주권 강화 장치가 도입되고 있다. 다만 제도 변화가 실제 기업 현장의 의사결정 구조와 조직문화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제도 개선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업 내부에서 이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문화와 리더십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며 “이사회가 형식적인 기구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견제와 조언 기능을 수행할 때 기업가치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의 전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과 인재의 역량 자체는 글로벌 최고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며 “문제는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거버넌스 체계”라고 말했다.특히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그는 “해외 전문가를 포함해 실무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과 자본시장 전문가를 이사회에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며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동시에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문화와 보상 체계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리더십과 조직문화, 의사결정 구조 같은 질적인 요소들이 그동안 과소평가돼 왔다”며 “특히 경영진이 젊은 전문 인력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기업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변화는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증’일 수 있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단계”라며 “지금이 한국 기업들이 질적 도약을 위해 체질을 바꿔야 할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2026.05.25 08:00

4분 소요
중소기업 해외 진출 지원…‘빛좋은 개살구’인 이유 [CEO 110인 긴급진단]④

산업 일반

정부가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위한 ‘물밑 지원’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 정책이 플랫폼 입점부터 지사화 사업까지 촘촘하게 세분화되고 있으나 정작 중소기업들이 마주한 리스크 대응 능력 부재와 초기 비용 부담이라는 ‘기초 체력’의 한계는 여전히 높은 벽으로 남아 있다.플랫폼·오프라인 연계 지원 활발올해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코트라(KOTRA) 등을 중심으로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정부 주도 사업이 숨 가쁘게 가동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입점 지원부터 수출컨소시엄·해외지사화·무역사절단까지 정책의 스펙트럼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중기부의 ‘2026년 글로벌쇼핑몰 활용 판매지원사업’은 모집을 마쳤다. 수행 기관과 참여 기업을 따로 모아 ▲플랫폼 입점 ▲상품 페이지 개선 ▲프로모션·광고 등 마케팅 비용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구조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업종을 빼고 거의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올해 550여 곳의 회사가 연말까지 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틱톡숍을 겨냥한 아세안 특화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동남아 입점을 원하는 중소기업을 선발해 ▲숍 구축 ▲상품 등록·최적화 ▲상세페이지 제작·번역 ▲광고 콘텐츠 제작·집행 ▲물류비 일부까지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틱톡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협력해 태국·싱가포르·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틱톡숍에 국내 기업 30여 곳의 진출과 마케팅을 돕는다. 박한범 틱톡코리아 클라이언트 솔루션 총괄은 “동남아 틱톡숍 진출을 고려하면서도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틱톡 사용률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서 틱톡샵을 활용한 비즈니스는 기업에 의미 있는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오프라인 기반 지원 사업도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 수출컨소시엄 사업’은 올해 60여 곳을 선정해 품목·지역별로 묶어 해외 시장 개척을 지원한다. ▲해외 시장 조사 ▲바이어 발굴 ▲수출 상담회 ▲해외 전시회 ▲사후 마케팅까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과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나누도록 설계됐다.대기업과 협력하는 ‘대·중소기업 동반진출’ 프로그램도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 대기업·중견기업의 탄탄한 글로벌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지렛대 삼아 중소기업의 동반 진출을 꾀하는 사업이다. 올해도 수십개의 과제를 선정해 현지 바이어 매칭과 공동 마케팅을 지원한다.코트라도 판로 개척과 바이어 네트워킹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기업 해외진출 지원사업’은 국내 유통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시장 조사부터 판촉·마케팅까지 돕는 프로그램이다. 연중 운영되는 ‘해외진출서비스 우대제도’는 해외지사화나 온·오프라인 마케팅 등 코트라 서비스를 묶어 우대 제공한다.특히 ‘해외지사화사업’은 코트라 해외무역관을 사실상 기업의 ‘현지 마케팅 지사’처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소기업은 무역관에게 시장 조사나 잠재 바이어 리스트 확보는 물론 법·제도 컨설팅까지 요청할 수 있다. 지자체와 연계한 무역사절단도 동남아·중동 등 신흥국 시장을 향하는 중소기업들의 주요 통로로 활용된다.이런 지원 사업들은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뷰티 기업 A사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온라인 수출 플랫폼 지원 사업으로 매출이 2021년 2억원에서 2022년 6억원으로 1년 만에 3배가 뛰었다. A사 대표는 “도움이 필요한 기업들을 모아 한꺼번에 광고를 집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물류비 지원 사업으로 절감한 비용은 더 공격적인 마케팅에 활용했다”고 말했다.코트라의 해외지사화사업은 매년 성공사례집을 낼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알제리에 지폐개수기를 납품하는 B사는 무역관 전담 직원의 도움을 받아 영어·불어·아랍어로 소통하면서 발주처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서류들에 적기 대응해 추가 수주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일부 지원에도 비용 부담 여전”이처럼 정부 지원책을 발판 삼아 해외 판로를 뚫는 성공 사례가 축적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책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2025년 도내 중소기업 9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 시장 개척 ▲수입품의 국내 시장 잠식 ▲규제 불확실성이 경영의 주요 애로 사항으로 꼽혔다. 6년 전 조사에서 ▲국내 판로 개척 ▲자금 조달 ▲인력 확보 및 유지가 힘들다고 답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영 애로가 기업 내부 문제에서 해외 시장 개척과 규제 대응 등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환경 요인으로 중심축이 이동했다.응답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출 지원 사업은 ‘원스톱 수출지원시스템’(55.2%)으로 나타났다. 기관별로 분산된 수출 지원 제도를 통합해 수요자 접근성과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수출전문인력 지원’(32.8%)을 원하는 곳도 많았다. ▲해외 인증 ▲통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 ▲디지털 무역 등 수출 실무와 관련된 사안이 많아졌고,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거래처 다변화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내부 역량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기업에 당장 도움이 되는 금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수출컨소시엄 사업을 하다 보면 기업 부담금이 존재하는 구조이다 보니 기업으로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기업들은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항공료나 체재비와 같은 비용 부담에 민감한 편인데 일부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담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현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조금이라도 불편함이나 부족함이 발생하면 불만이나 민원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2026.05.25 07:30

4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