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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증시 맥짚기] '원자재 가격 급등'이 주가에 미칠 영향은?

경기회복·저금리가 가격 견인…주가도 오름세 전망
금융요인 등 변수에 원자재와 주가 간 관계 희석될 가능성도

 
 
국내외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외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연합뉴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4월에 구리가격이 12% 올랐다. 연초 이후 상승률도 27%를 넘는다. 그 영향으로 런던금속거래소(LME)지수가 4월 한 달 동안 10.6%, 연간으로 23% 올랐다. 곡물가격 상승도 만만치 않다. 소맥과 옥수수 가격이 4월에 각각 18.9%, 19.3% 급등했다. 석유도 사정이 비슷하다. 브랜트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국내외 경기 회복이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원인은 둘이다. 하나는 경기 회복으로 원자재 수요가 늘 거란 기대 때문이다.
 
4월 우리나라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 늘었다. 3월 취업자 수도 2692만명으로 작년에 비해 31만4000명 늘었다. 선행지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경기회복이 고용 등 후행지표로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도 사정이 비슷하다. 1분기에 중국 경제가 18.3% 성장했다. 1992년 분기별 성장률을 집계한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 비해 10.3% 늘어난 건데, 2020~21년 성장률 평균이 5%를 조금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중국 경제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월간 지표도 사정이 비슷하다. 1-2월 중국의 누적 고정자산투자와 산업생산이 작년에 비해 35%, 35.1% 늘었다. 작년 초 코로나19로 해당 지표가 곤두박질쳤던 걸 감안하더라도 생산과 투자가 예상을 넘는 확장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 된다.  
 
미국도 발표되는 경제 수치 대부분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5월 미국의 기업 심리를 나타내는 공급관리자(ISM) 제조업지수가 60.7로 기준선 50을 넘었다. 재고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신규주문이 늘어 생산 증가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주요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된 덕분에 작년 2분기에 두 자리 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국제 교역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또 하나는 저금리이다. 코로나19로 주요국 정책 금리가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유동성 공급도 이루어졌다. 작년 3월부터 1년간 전세계에서 16조달러의 재정 지출이 이루어졌는데,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막대한 양의 유동성이 공급돼 여러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는데, 원자재도 예외가 아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가를 자극해 금리 상승 요인이 돼

 
문제는 물가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하반기에 많은 선진국이 집단 면역에 도달해 서비스물가가 상승할 걸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칠 경우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가 상승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연준 관계자들이 조기 긴축 우려를 진화하는데 나섰지만 발언 당사자가 전 연준의장이고, 비둘기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 점을 감안하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에 영향을 준다. 엘렌 장관이 이례적으로 금리 상승을 얘기한 건 테이퍼링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장에서는 연말이나 내년 초를 테이퍼링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보고 있는데, 테이퍼링 시행 6개월 전에 시장에 사전 예고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6~7월에는 테이퍼링에 대한 사전 예고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2013년에 연준이 갑작스럽게 테이퍼링을 언급해 단기에 주가가 15% 이상 급락한 경험이 있다. 똑같은 일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정교한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한데 그게 조만간 진행될 것이다.  
 
지금 금리는 국내외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 올해 미국 경제가 7% 가까이 성장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도 3%대 성장이 예상된다. 물가 역시 3% 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다. 4월에도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6%, 2.3% 오를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연준이 기준 금리 인상을 부인하더라도 시중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1.5~1.7% 사이에 머물고 있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조만간 다시 상승을 시작해 연말에 2.5%까지 올라올 걸로 전망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플레 압력이 높은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기 때문에 테이퍼링이나 금리 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원자재 가격과 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원자재는 한번 가격 사이클 시작되면 30년이 소요될 정도로 큰 추세를 가지고 있는 상품이다. 그래서 사이클 전체를 주가와 비교해서는 둘의 관계를 정확히 규정지을 수 없다. 서로 연관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원자재 사이클이 너무 길어 중간에 다른 변수가 들어와 관계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기 주기는 3~5년 정도 된다. 원자재 가격이 한 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안 주가에 영향력이 큰 변수, 예를 들어 경기나 금리가 변해 원자재 가격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 이런 제약을 넘기 위해서는 원자재 가격과 주가의 관계를 분석할 때 기간을 세분해 경기 사이클에 맞추는 작업이 먼저 있어야 한다.  
 
이런 보정을 거쳐 원자재와 주가의 관계를 살펴 보면 많은 경우 둘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때 주가가 상승했고, 반대의 경우도 성립했다. 1985년에서 1992년까지와 1993년부터 1999년까지 두 번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하락이 주가와 일치했다.  
 
원자재 가격과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가격을 만드는 동력이 같기 때문이다. 원자재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할 정도가 되려면 실물 경제가 좋아야 한다. 실물 경제의 뒷받침 없이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는 건 불가능하다. 경기가 좋은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갈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지만 제품 가격에 전가되기 때문에 이익과 주가가 동시에 상승하게 된다.  
 
문제는 2011년 이후다. 특이하게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랐다. 이렇게 이례적인 모습이 된 건 금융요인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가 나빠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지만 유동성이란 또 다른 요인이 주가를 끌어 올린 것이다.  
 
최소 1~2년은 원자재 가격의 방향 전환이 없을 걸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만 보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하나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작년부터 주가가 이례적으로 빨리 그리고 강하게 올랐다는 사실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끈 요인이 주가에 빠르게 반영됐다면 앞으로 원자재 가격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유동성 확대를 유발했던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긴축이 시작될 경우 금융요인에 의한 상승분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지난 10년간 금융부문의 영향이 컸기 때문에 의외로 원자재 가격이 심하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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