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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선 심리학 공간] 코인 앞에 노출된 당신의 심리?

코인 투자에 앞서 걷어 내야할 당신의 거품 심리

 
 
피리부는 알트코인.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피리부는 알트코인. [일러스트=이정권 기자]

몇 달 전, 대학생 딸이 저녁 식사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대박! 내 친구가 게임스탑 주식으로 천만원을 벌었대요. 세상에 열흘 만에! 나도 투자 좀 해야겠어요. 돈 빌려 주세요.” 이러던 딸이 이제는 도지코인에 투자할 의향이 없냐고 자꾸 묻는다.
 
코인 투자로 떼돈을 벌었다는 사람들 이야기가 세간에 화제다. 그 중 코인 밀리어네어 끝판왕은 비트코인 401개를 보유하고 있는 에릭 핀만(Erik Finman)이다. 현재 가치로 200억원이 훨씬 넘는 자산을 보유한 이 19세 소년은 2011년에 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1000달러로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가까운 후배는 꽤 흥분한 듯했다. “비트코인을 0.5개 가지고 있었어요. 그걸 종자돈 삼아서 매일 팔고 사고를 반복했죠. 왠지 이번엔 뭔가 될 것 같은 감이 왔어요. 내가 얼마나 벌었는지 알면, 선배 기절할 걸요? 3달 만에 1억원. 내가 생각해도 미친 일이예요.”
 

익숙해지니 좋아 보이는 건 아닐까

 
처음 경험하는 세상이다. 춤추는 주식 시장을 쫓아가는 것만 해도 버거운데 코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연금저축을 통해 돈을 모으던 사람들에겐 현 상황이 무척 혼란스럽다. 때로는 자괴감에 시달린다. 남들이 다 알아본 기회를 놓친 나는 바보가 아닐까? 시대에 뒤쳐진 게으르고 멍청한 자로 남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투자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택 시장이 버블이라는 말을 믿고 집을 사지 않은 까닭에 ‘벼락 거지’가 되었는데, 이것마저 놓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뉴스 포털에, 소셜 미디어에, 점심시간 대화에서도 코인 이야기가 매일 등장한다. ‘코인’ 소리를 자주 들을수록 투자 욕구가 슬슬 올라오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에, 투자 생각으로 들썩거리는 내 마음속을 찬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투자 결정이 과연 나다운 합리적인 판단인지 점검하기 위해 네 가지 측면에서 나의 심리를 확인해 보자.
 
첫째.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 코인은 더 이상 생소한 존재가 아니다. 익숙해진 그 무엇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호감도가 상승한다. ‘익숙한 것’은 ‘좋은 것’이다. 따라서 안전한 것이다. 가치에 대한 확신 때문이 아니라 익숙함 때문에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온스(Robert Zajonc)가 제시한 이 심리 현상은 무의식적 과정이다. 흔히들 내가 무엇인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대상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라고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조차, 자주 ‘그것’을 보게 되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상승한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나의 투자 결정에 ‘익숙함’ 요인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둘째, 포모경향성(FoMO, Fear Of Missing Out). 나만 뒤쳐질 것 같은 불안함을 의미하는 이 경향성은 투기적 거품 현상을 만드는 주범이다. “남들이 다 집을 살 때, 주식으로 모두 재미를 볼 때, 난 뭘 하고 있었나. 코인은 놓치지 말아야지.” 이런 생각에 투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면 자신의 포모 지수부터 점검해 보자. 이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예민하게 촉각을 세운다. 다른 사람들은 좋은 무엇인가를 얻고 있는데 나만 그것을 놓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 학창 시절엔 친구들이 나를 빼놓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닌지 신경이 쓰였고, 지금도 지인들의 SNS를 들락거리면서 뭘 하고 사는지 확인하는 편이라면 잠시 숨을 고르고 고민해보자. 혼자 뒤쳐질 것 같은 불안함이 나의 투자 결정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셋째,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코인 가격이 엄청 오를 거래.” 이런 기대는 비트코인 구매 행동으로 이어지고 결국 예언이 스스로를 실현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대’가 모이는 것만으로 코인 가격이 하늘로 치솟기도 하고 땅으로 꺼지기도 한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한 일반 화폐와는 달리 비트코인은 근본적 자산이 결여된 가상화폐다. 따라서 ‘근본적 가치(fundamental value)’가 아닌 갈대처럼 흔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가격 역동을 지배한다.  
 
미디어에서 코인 가격 급등에 대한 소식을 연신 보도할수록, 친구들의 모임에서 비트코인 성공담이 자주 등장할수록 코인의 가격이 올라간다. 경제학자 라디스라브 크리스토펙(Ladislav Kristoufek)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구글에서 비트코인을 많이 검색할수록, 위키피디아의 비트코인 페이지를 더 자주 방문할수록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했다.
 
코인 거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과정은 서로 거울을 보듯 똑 닮았다. “코인 가격이 떨어질 거래.” ‘사자’에서 ‘팔자’로 사람들의 마음이 전환되는 순간, 검색량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바닥으로 곤두박질한다. 상승장에서 가격을 위로 밀어올리던 관심도가 하락장에서는 반대로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 마음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시장에 발을 들이기 전에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 나의 투자는 도박과 어떻게 다른가?
 

지나친 낙관‧불안감‧두려움 등 심리적 역동이 주도

 
마지막으로, 과도한 예측(overprediction).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가 좀 알지. 사람들의 심리가 뻔히 보인단 말이야.” 혹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코인 투자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 할지도 모른다. 뇌과학자 베네데토 드 마티노(Benedetto De Martino)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거품 시장을 형성해 놓고 사람들이 어떤 투자 활동을 하는지 지켜보았다. 거품 시장의 위험에 더 취약한 투자자들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타인의 마음을 정확히 분별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배내측 전전두엽(dorsomedial prefrontal cortex)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행동을 예측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다. 그런데 이곳의 활성화 정도가 높을수록 투자 대상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과도한 기대는 거품 시장에 뛰어드는 결정으로 이어졌고 결국 돈을 잃게 될 가능성을 높였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의 주시한다. 투자를 위해 고려해야 할 객관적인 정보가 아닌,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상상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앞으로 모두 비트코인에 투자할 거야.” 슬기로운 사회생활을 촉진하는 능력이 버블 시장 상황에서는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투자 행위가 논리와 지식이 주관하는 이성적 과정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합리적인 투자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기대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투자 결정은 지나친 낙관(overoptimism)이나 불안감, 두려움 등 심리적 역동이 주도하는 정서적 과정이다. 비트코인의 출렁임이 내 안에서 어떤 파란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마음속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필자는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심리과학이노베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다. 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을,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학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아메리카 온라인(AOL)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Netscape)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못난 게 아니라, 조금 서툰 겁니다] 저자이자 유튜브 ‘한입심리학’ 채널 운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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