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테마주 ③] 인맥 테마주는 스러져도 정책 테마주는 남는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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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테마주 ③] 인맥 테마주는 스러져도 정책 테마주는 남는다

정치인 아닌 정책에 따라 힘 받아
오세훈 건설주, 문재인 해운주 상승
근거 없는 막연한 인과관계 ‘썰’ 주의

그래픽 임희정 디자이너

그래픽 임희정 디자이너

 
증권가에는 선거철마다 도깨비시장이 선다. 시장에선 6하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 학연·지연·혈연·직장연으로 거래가 일어난다. 존재 여부도 알길 없는 ‘카더라’ 통신사는 연일 풍문 뉴스를 찍어낸다. 사람들은 머리로는 손가락질하면서 몸은 장에 뛰어든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심정이다. 이 덕에 평소 존재감 없던 기업들이 뜬금없는 날개를 달기도 한다. 이에 감독관은 휘슬을 부른다. 올해만 5월까지 22번이나 불었다. 기업에겐 경고, 거래자에겐 주의다. 하지만 그 때뿐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도깨비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일희일비 ‘정치인 테마주’를 진단했다. [편집자] 
 
미국 정계에 바이든 시대 서막이 오른 지난해 11월, 미국 월가는 수혜주 찾기에 분주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권 출범 전 정권 인수 절차에서 이미 바이든식 경제, ‘바이드 노믹스’를 내건 만큼 그의 정책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후 월가 전문가들은 속속 바이든 시대 최대 화두로 ‘친환경’을 꼽고 ‘태양광·풍력’, ‘전기차’ 관련 종목들을 묶어 바이든 테마주(Biden Stocks)로 제시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여전히 국내 한 자동차 내장재 업체를 바이든 테마주로 분류, 회사 대표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동문(대학교)이라는 근거만 제시하고 있는 모습과 상당히 대조된다.  
 

건설·해운 등 정책 관련주 수혜…친환경·재생에너지도 기대감

 
정치인 테마주를 보는 시각이 ‘사람’에서 ‘정책’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 간 작은 인연에 근거한 정치인 테마주가 선거 때마다 기승을 부리지만,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스러져 온 탓이다. 지난 4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횡행했던 정치인 테마주가 대표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테마주로 거론됐던 진양산업은 선거를 앞두고 뜬금없이 급등했다가 선거가 끝난 8일 24.58% 하락했다. 증권가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오 시장과 회사 경영진이 동문이라는 이유로 하나로 급등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이 없어 하락했을 뿐이다. 낙선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관련주도 덩달아 빠졌다. 인맥 테마주의 씁쓸한 말로였다.
 
같은 기간 정책에 관련됐던 테마주는 힘을 받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 시장과 박 후보 모두 주택 공급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고, 건설주가 수혜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오 시장은 후보 시절 1호 공약으로 '스피드 주택공급'을 제시한 바 있다. 집값 상승 우려로 인허가를 보류한 민간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완화해 5년간 총 18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오 시장 당선 후 건설업종은 3.83% 올라 전체 업종 가운데서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중견건설사인 한신공영은 8일 3250원(15.7%) 오른 2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RX 건설지수

KRX 건설지수

 
오 시장 정책 테마주인 건설주는 여전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건설지수는 오 시장이 취임한 4월 8일 701.24에서 지난 24일 744.97로 6%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3143.26에서 3144.3으로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대조된다. 종목별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39% 상승했고, LG하우시스·현대건설 등도 10% 이상 올랐다. 한국거래소(KRX) 건설지수 시가총액 역시 5% 증가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이 아직 성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은 사실인 덕에 주가가 이에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급상승, ‘흠슬라(HMM 테슬라)’로 불리는 국내 해운사 HMM도 정책 테마주로 분류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해운재건 공약에 따른 해운업 지원이 현재의 흠슬라를 낳았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공약에 따라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HMM의 총 20척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지원했고, HMM은 해당 선박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현재에 닿았다. HMM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며 10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3월 2120원까지 떨어졌던 HMM 주가는 5월 25일 4만9350원이 됐다.  
 
친환경 관련 종목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서도 꾸준한 주목을 받을 정책 테마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동시에 상쇄해 순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리기후변화협정 복귀와 동시에 국제 사회를 향해 온실가스 감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요구를 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기후위기 대응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친환경•재생에너지 산업이 앞으로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상 교복 공약에 교복 제조사 수혜?

 
다만 일각에선 정책 테마주 역시 막연한 인과관계에 기인할 경우 인맥을 고리로 한 정치인 테마주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최근 1년여 만에 주가가 7배 넘게 오른 교복·유니폼 제조 업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업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무상 교복 정책’ 수혜주로 꼽혔다. 하지만 무상 교복 정책과 해당 업체의 실적 개선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교복 값을 학생이 내든, 정부가 내든 판매사 매출 증가에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막연한 인과관계를 따르는 정책 테마주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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