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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G서 모인 대기업 총수들 한 목소리 냈다. "기업 경쟁력은 ESG"

최태원 “기술 자원 가진 기업이 해결사로 나서야”
정의선 “수소전기차로 자동차 기업 그 이상 될 것”
김동관 “소프트웨어 혁신으로 친환경 에너지 공급”
P4G 서울선언문 “기업, ESG 활동 강화할 것 권장”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정상토론세션 회의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린 기후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인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지난달 31일 폐막했다. 각국 정상과 대표들은 P4G 결과물로 탈석탄, 에너지 전환 가속화 등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P4G 정상회의에서 눈에 띄는 점은 탄소 저감을 현장에서 이행할 기업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이들이 P4G에서 밝힌 비전은 향후 해당 기업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밝힌 미래 구상을 모아봤다.    
 

최태원 회장 “이윤 위해 환경문제 일으킨 기업이 나서야”

 
지난달 27일,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비즈니스포럼’의 기조 강연자로 나선 최태원(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환경 문제 해결은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될 것”이라며 환경 문제에 대한 기업의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기업은 오랫동안 이윤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경영 활동을 해오며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가 일으켜 왔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면서 “기업은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과 자원을 보유해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로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대응은 선언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기업의 환경 외부효과를 화폐단위로 정량화해야 하고 기업을 친환경적으로 유인하기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 도입을 주장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달 27일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비즈니스포럼’에서 기조연설에 나섰다. [사진 대한상의]
같은 날 열린 ‘그린 기술과 지속가능한 발전’ 세션에서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전 세계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의 대부분은 제조업·수송·발전 부문이 차지한다”며 ▶제조업 부문의 사용에너지를 탄소 기반에서 수소 기반으로 전환 ▶수송부문의 내연기관을 연료전지로 대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 “자동차 전 과정에서 탄소 중립 달성하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탄소 중립’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24일, P4G 정상회의 ‘지방정부 탄소 중립 특별 세션’에 영상으로 나와 “자동차의 제조부터 운영,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전 세계가 205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현재 운송 부문의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동화”라는 방향성도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전동화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청정 모빌리티’ 솔루션을 통해 탄소 중립 실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라며 “전동화 전략에 따라 우리는 이미 전 세계에 13개의 EV 모델을 선보였다”고 성과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수소 모빌리티’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첨단 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에 1만4000여 대의 수소 전기차넥쏘를 공급했다”며 “엑시언트(수소 전기 트럭)를 시작으로 상용차 부문에 연료전지시스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5년까지 23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차세대 넥쏘 등 다양한 수소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현대차그룹은 단순한 자동차 기업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미래 비전을 선보였다. 
 
지난달 24일, P4G 정상회의 ‘지방정부 탄소 중립 특별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 [사진 아리랑TV 유튜브 캡처]

김동관 대표 “빅데이터·AI·수소혼소로 저탄소 실현”

 
한국 대기업 CEO 가운데 유일하게 기본 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한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소프트웨어(SW) 혁신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P4G 정상회의 2일 차인 지난달 31일 ‘더 푸르른 지구를 위한 저탄소 에너지 해법’을 주제로 열린 에너지 세션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 대표는 “다양한 에너지 소비 패턴을 지닌 도시에서는 수요와 공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탄소를 감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해답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한화솔루션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그로윙 에너지 랩스(GELI·젤리)’를 소개했다. 젤리는 사용자의 전력 소비 패턴 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원에서 생산한 전력을 가장 효율적인 요금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남은 전력을 다른 곳에 판매하는 가상발전소(VPP) 운영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대표는 “기존 생산 설비를 활용하면서도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며 수소 혼소 발전 기술을 또 다른 해결책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수소 혼소 발전은 가스 터빈에서 수소와 LNG(액화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 H2GT(Hydrogen To Gas Turbine)로도 불리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LNG 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30% 이상 줄이고 산화질소의 배출도 막을 수 있다. 한화솔루션 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3월 세계적인 가스 터빈 업체인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를 인수해 국내 최초로 수소 혼소 발전 기술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H2GT 기술은 탈 탄소화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그 잠재력을 활용해 발전소 사업을 혁신하면 커다란 변화를 현실화할 수 있다”며 “실질적인 해결책을 우선적으로 채택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P4G 서울선언문 “기업의 ESG 활동 강화 공약해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수장들이 한 행사에 동시에 참여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기후 환경 문제는 기업으로서도 회피할 수 없는 문제로 떠올랐다고 볼 수 있다. 
 
‘P4G 서울선언문’에서도 기업의 역할, 그 가운데서도 ‘ESG’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선언문에는 “우리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의 가치가 기업평가를 주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고 보며, 기업이 ESG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할 것을 권장한다”며 “우리는 P4G 협력 사업이 ESG 기준을 존중하고, 가능한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과학기반 경로를 추구하고 있음에 주목한다”고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오른쪽)이 1일 정부서울청사 정부합동브리핑실에서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결과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P4G 정상회의를 발판 삼아 탄소 중립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의지를 보였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직접 나와 발제도 해 주고,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님도 나와 줬다”며 “산업계도 2050년 탄소 중립에 대해선 모두 동의하고 있고, 탄소 중립위원회도 업종별로 꾸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 혁신, 재정적 지원, R&D에 대한 과감한 노력 등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며 “민관이 지금보다 더 많은 소통을 해야 속도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장관이 언급한 ‘속도’는 정부의 탄소 중립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재계의 우려를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4월 열린 세계 기후정상회의와 관련한 논평에서 “한국은 주요국보다 생산과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우리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에 큰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환경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정책을 총괄하는 기후 탄소정책실 신설 등 조직 개편은 물론 이달 중으로 2050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발표할 예정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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