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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200억원대 테이스티나인, 왜 ‘밀키트 상장 1호’ 꿈꾸나

매출 성장, 흑자 이면엔 낮은 점유율, OEM 생산
‘마케터’ 출신 대표…투자자는 업비트 운영사

 
 
테이스티나인 로고. [사진 테이스티나인]
 
HMR(가정간편식) 스타트업 '테이스티나인'.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 기업이 HMR 스타트업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시기는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 테이스티나인은 이를 위해 지난해 말 홍보대행사 계약, 최근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주식 시장 입성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일각에선 테이스티나인의 상장 행보에 물음표를 찍는다. 이 기업이 그동안 ‘HMR 사업을 하는 곳’ 정도의 시장 존재감이 약한 데다 주력 분야에서도 메인 플레이어가 아니었기 때문. 주식시장 입성에 성공한다 해도 매출 성장이나 기술 경쟁력을 갖고 증시에 안착할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프레시지‧마이셰프도 미루는 상장… 왜?  

 
테이스티나인은 지난 5월 삼성증권과 신영증권을 공동 대표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기업공개(IPO) 절차를 본격화 해 빠르면 올해 말 HMR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상장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이 업계에서 최초 상장을 꿈꾸던 곳은 마이셰프다. 밀키트 시장 점유율 2위의 마이셰프는 지난해 2월 미래에셋대우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하며 가장 먼저 상장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상장 일정이 미뤄지면서 현재는 2022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 1위 사업자인 프레시지도 서둘러 상장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2023년 상장을 목표로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서는 등 몸집 키우기에 열을 쏟고 있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상장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투자에 집중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도 메인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테이스티나인이 선두업체인 이들보다 빠르게 상장 속도를 내는 데는 ▲HMR 브랜드 중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점 ▲식품 스타트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테이스티나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32억원의 매출을 기록, 2019년(73억원)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7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2억원으로 늘어나 설립 6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9600만원이다. 
 
 
외형적 성장을 이룬 듯 보이지만 매출이 뛴 건 테이스티나인만이 아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집밥’ 열풍이 불면서 선두업체들의 매출도 덩달아 뛰었다. 오히려 규모나 영업성 측면에선 경쟁업체들에 대한 평가가 더 우위에 있다.  
 
프레시지는 2019년 매출 711억원에서 지난해 1271억원으로 80% 가까이 늘었다. 이 회사의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41%에 달한다. 마이셰프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생산 시설에 대규모 투자 vs OEM 의존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두 선두업체가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는 대규모 투자 때문이다. 생산 인프라의 핵심인 자체 공장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에 8000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준공했고 마이셰프는 700억원을 투자해 성남·광주에 이어 제3공장 준공을 추진 중이다. 프레시지 용인공장에선 하루 평균 10만개의 밀키트가 생산되고 있다.  
 
업계에선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췄냐 안갖췄느냐’의 차이가 상장 후 기업 성장에도 주요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HMR 시장 승부의 당락은 생산능력과 규모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테이스티나인의 대규모 생산은 OEM에 의존하고 있다. 소량 생산은 경기도 광교에 위치한 400평 규모의 센트럴 키친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이곳에서 한달 소화 가능한 평균 생산량은 5000~60000팩에 그친다. 대량 주문은 OEM 방식으로 외주 생산을 진행한다. "전 제품의 40%는 OEM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HMR 시장은 커지는데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인플루언서들까지 시제품을 만들고 밀키트를 판매하는 상황”이라며 “결국엔 생산능력 인프라를 갖추고 얼만큼 차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종합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코스닥 상장 추진… 투자자 엑시트?

 
이런 상황에서 서둘러 상장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경쟁력과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외형 성장이 가시화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테이스티나인의 최대주주와 투자자들의 출구전략이 상장에만 집중돼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테이스티나인 브랜드 '탐나는 밥상' 대치은마점. [사진 테이스티나인]
 
창업자인 홍주열 대표는 식품 분야과 거리가 먼 일을 해 온 인물이다. 그는 OEM 방식으로 김치를 생산하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한국타이어와 삼일회계법인, 롯데쇼핑 등에서 경영관리·마케팅 등을 배웠다. 그가 2014년 처음 창업한 계기도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 이력도 눈길을 끈다. 대표 투자자인 ‘씨엘피에프앤비 창업벤처 PEF’는 7423주를 보유해 13.95% 지분율을 가졌다. 투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는 4567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8.58%에 달한다. 두나무앤파트너스는 가상자산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100% 자회사로, 앞서 루나 코인을 발행하는 테라에 투자했다 루나가 상장한 후 업비트에 매도하면서 셀프상장 논란 중심에 선 곳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두나무가 투자에 발을 들인 만큼 상장은 어떻게든 될 가능성이 크고, 엑시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테이스티나인의 성급한 IPO 시도는 수월한 엑시트를 위한 사전작업일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테이스티나인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코스닥 일반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테이스티나인 관계자는 “최근 연도의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 법인세차감전당기순이익 발생, 회사 상장규모액 200억원 이상 등 코스닥 상장 요건에 부합하다고 판단한다”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해외진출, 밸류체인 확보, 필요한 기업 M&A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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