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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코인시장③] 해외는 적극적 여과장치로 시장 건전화

상장 코인 수 한국 178개…일본 12개, 유럽 28개, 미국 66개 절반도 안돼
세계 각국 수년 전부터 법률 규제 강화로 투자자 보호 거래소·코인 선별
수수방관하던 금융위, 면허 취득 방식의 싱가포르식 규제 이제야 ‘만지작’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내 코인 시세 전광판 모습. [사진 연합뉴스]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내 코인 시세 전광판 모습. [사진 연합뉴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시행을 석 달 앞두고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코인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코인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자와 상장사들은 명확한 기준을 밝히지 않는 깜깜이 상폐라고 주장한다. 암호화폐 시장의 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불거진 암호화폐 시장의 논란과 문제점을 [이코노미스트]가 짚어봤다. [편집자]
 
암호화폐(코인) 거래소의 무더기 코인 상장 폐지(상폐) 후폭풍이 거세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금까지 24개의 코인 상폐를 결정했고, 1개 코인은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코인빗과 빗썸은 각각 8개, 4개의 코인 상폐를 알렸다. 이에 중견 거래소들도 동참하는 모습이다.  
 
거래소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는 9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유예 기간 종료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인 사업자 신고를 위한 사전 정리 작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거래가 적고 가치가 낮은 코인이 많이 상장돼 있으면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잇따른 상폐 조치에 코인 발행 업체는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상폐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거래소의 불명확한 상폐 사유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애초에 ‘잡(雜)코인’(가치·거래가 적고 부실한 코인)을 상장시켰던 거래소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같은 혼란을 초래한 데는 “가상 화폐 투자자는 보호할 대상이 아니다(은성수 금융위원장 4월 22일)”라며 코인 시장 개입을 주저한 금융당국의 태도도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처럼 암호화폐를 화폐나 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해외 정부들조차 이미 법적인 규제를 통해 부실 코인의 무분별한 상장을 막고 투자자 보호에 나선 지 오래다.  
 

사전 상장 자격 심사하는 일본, 12종만 거래 허용

 
178종. 불과 얼마 전까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이른바 국내 4대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의 평균 개수였다. 500개가 넘는 코인을 상장시켰던 일부 거래소에 비하면 준수한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관점은 크게 달라진다. 
 
23일 기준, 일본의 최대 규모 코인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에 상장한 코인은 고작 12개다. 우리나라 거래소에 상장한 코인 개수와 비교해봤을 때 14분의 1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의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비트스탬프는 각각 66개, 28개의 코인이 거래 중이다. 이들 거래소에 상장한 코인의 수가 우리나라와 현격히 차이 나는 이유는 오롯이 당국의 규제 덕분이다.  
 
각국 암호화폐 거래소 및 국회 입법조사처

각국 암호화폐 거래소 및 국회 입법조사처

 
세계 각국이 코인 상장부터 거래 과정에서 심사와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둔 특금법만 존재할 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은 미비한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보고서를 통해 “부처 간 ‘칸막이’ 현상으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 정보의 투명성 확보, 거래피해 방지와 구제방안 등에 관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장 코인 개수가 가장 적은 일본의 경우 코인 상장 시 금융청(우리나라 금융당국에 해당)의 화이트리스트 코인 사전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량 코인이 걸러지는 것이다. 민간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상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일본이 이처럼 코인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이유는 2차례 사건 때문이다. 2014년 비트코인의 일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Mt.Gox)에서 약 4억7300만 달러(약 53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85만개가 도난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마운트곡스에서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약 70%를 체결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마운트곡스는 파산 신청을 하게 된다. 
 
이 사건 후 일본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에 근거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일본은 2016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을 법률상 재산적 가치로 인정했다. 동시에 거래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교환업자에게 ▶금융당국에 대한 등록 의무 ▶이용자에 대한 설명 의무 ▶이용자 재산의 분리보관 의무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도입했다. 금융청이 인정하는 가상화폐만 거래할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도 이 시기에 생겼다.  
 
이런 노력에도 2018년 당시 최대 거래소였던 코인체크(Coincheck)에서 5억3000만 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결국 일본은 가상화폐를 제도권 내로 들여오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자금결제법과 금융상품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거래소가 이용자의 금전을 신탁회사에 신탁하도록 강제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했다. 또한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규정해 금융상품에 준하는 규제를 가하고 있다.  
 

규제 속 성장한 미국 최대 거래소, 나스닥 상장

 
미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8년부터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가상화폐에 증권 감독 규율을 적용해 관리한다. 특히 SEC는 불법성이 의심되는 코인이 새로 발행되는 경우 직접 조사에 들어간다. 법 위반 소지가 발견될 경우 상장도 불허한다. 
 
미국 내 주 정부들도 규제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가 있는 뉴욕주는 2015년 세계 최초의 가상 화폐 특화 법률인 ‘비트 라이선스(면허)’를 제정하기도 했다. 면허를 취득해야 거래소 영업을 가능하게 한 해당 법률에는 공시 의무부터 이용자 보호, 불법자금세탁행위 방지 등의 규정이 담겨있다. 워싱턴주의 경우 자금송금업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제하고 있다. 
 
체계적인 규제 속에 규모를 키운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 4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암호화폐가 제도권 증시로 진입한 것이다. 코인베이스의 최대 라이벌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암호화폐 거래소인 크라켄도 2022년 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해외 암호화폐 규제 현황. [자료 각국 암호화폐 거래소 및 국회 입법조사처 등]

해외 암호화폐 규제 현황. [자료 각국 암호화폐 거래소 및 국회 입법조사처 등]

 
이밖에 캐나다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시켜 투자자가 더 투명하게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은행법’에 “암호화폐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규정, 연방금융감독청의 지침을 통해 암호화폐수탁업을 새로운 금융서비스로 규제하고 있다. 홍콩은 가상화폐를 투자상품으로 규정, 모든 거래를 감독하는 규제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규제가 가상자산 시장 건전성·투명성 높일 것” 

 
세계 각국이 코인 상장부터 거래 과정에서 심사와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둔 특금법만 존재할 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은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보고서를 통해 “부처 간 ‘칸막이’ 현상으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 정보의 투명성 확보, 거래피해 방지와 구제방안 등에 관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 속에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지난 17일, 특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코인을 스스로 상장하는 이른바 ‘셀프(self) 상장’을 금지하고,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는 본인 및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을 취급할 수 없도록 한 것. 이에 더해 자금 세탁과 관련한 자산 이동을 규제하기 위해 암호화폐 사업자들이 라이선스(면허)를 취득하도록 하는 ‘싱가포르식 방식’의 규제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현재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거래소들이 계좌발행·국내송금·해외송금·상품구매 등 총 7가지 라이선스를 취득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는 자산 교환 가치가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 인정하고 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은 코인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행위를 단속할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신고·등록·허가·인가 등 어떤 형태로든 규제 체계 안으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규제 안으로 편입하면 상당수 많은 가상자산 취급 업소가 폐업하거나 음성적 영역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규제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형 취급업소를 통한 거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투명성 등에 대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 위원의 전망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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