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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과도, 분석도, 대책도 부족했던 '홍남기 부동산 브리핑'

“주택 공급 부족하지 않아, 기대 심리 시장 교란이 집값 상승 견인”
“여러 지표와 국내외 전문가들이 향후 집값 상승 지속 어렵다 전망”
재건축 실거주 백지화 등 오락가락 대책에 해명 없어 아쉬운 반응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계속되는 집값 상승에 고개를 또 숙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8일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여전한 집값 불안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편법적인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를 확인했다. 이처럼 불법·편법 거래, 시장 교란 행위 등이 부동산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은데 막연한 기대 심리, 투기 수요, 불법 거래 등이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상황에선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 참여자와 국민 모두가 협력해야 가능하다”며 국민 협조를 당부했다. 문 정부가 집값을 잡을 수 있다며 그동안 호언장담하던 태도를 접고 정부 정책에 따라달라며 부탁의 말을 꺼낸 것이다.  
 
홍 부총리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 부동산 관계부처와 함께 합동 브리핑을 열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대국민 담화)’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지속되는 집값 상승에 대해 먼저 사과했다. 그는 “올해 초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주택가격, 전셋값이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저를 비롯해 관계 장관 모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을 꺼냈다.  
 
하지만 시장에서 주택가격 상승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공급 부족’에 대해 그는 “지적과 우려만큼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는 “주택공급을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해 보면 과거 10년 평균 주택입주 물량이 전국 46만9000가구, 서울 7만3000가구인 반면 올해 입주 물량은 각각 46만가구, 8만3000가구로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양질의 주택이 신속히 공급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왔고 앞으로도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값 고점 다다라 오름세 지속 어려울 듯” 경고

홍 부총리는 또한 집값의 거품이 크다며 추격 매수를 경계했다. 집값이 고점에 다다른 만큼 집값 상승이 앞으로도 지속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수요 변동 면에서도 “지난해 33만가구가 늘어났던 수도권 가구수가 올해 1~5월 작년의 절반인 7만가구 증가에 그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주택수급 요인만이 현 (불안한) 시장 상황을 가져온 주요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수급 이외의 다른 요인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요인들로 가장 먼저 부동산 시장의 ‘지나친 심리 요인의 작동’을 꼽았다. “주택가격전망 CSI 등 관련 심리지표를 보면 시장 수급과 별개로 불확실성 등을 토대로 막연한 (집값) 상승 기대 심리가 형성된 모습”이라며 “그 변동성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커진 만큼 과도한 수익 기대심리를 제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적한 지나친 심리 요인은 집값 상승 기대감과 투기 수요다. 그가 “불법적인 실거래가 띄우기와 같은 시장교란 행위가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기대 심리, 투기 수요, 불법 거래가 비중 있게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상황에선 집값이 지속해서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는 홍 부총리가 투기 행위 근절에 대한 정책 의지를 재차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내부정보 불법 활용, 가장 매매 등 시세 조작, 허위 계약 등 불법 중개, 불법 전매와 부정 청약을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4대 행위로 꼽으면서 “관계 기관 중심으로 상시, 연중 단속해나갈 방침”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한 집값의 거품이 크다며 추격 매수를 경계했다. 집값이 고점에 다다른 만큼 집값 상승이 앞으로도 지속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간 여러 기회를 통해 향후 주택가격의 조정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며 “이는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과거 경험, 주요 지표, 외국 사례,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제기한 우려 등을 통해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원은 7월 셋째 주(19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27% 올라 지난주(0.2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안양시 동안구 일대 아파트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책 실패 해명 없이 투기 수요 탓만” 업계 지적

이날 홍 부총리의 브리핑에 대해 일각에선 정책 실패를 부동산 시장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로 비쳐진다는 해석도 있었다. 홍 부총리가 “정부는 그동안 주택 공급 확대, 실수요자 보호, 투기 근절이라고 하는 명확한 기조 하에 마련했던 부동산 대책들을 착실히 추진해오고 있으며, 오늘 3기 신도시 1차 사전청약 접수를 시작하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안정되지 않고 가격 오름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한 뒤 “불법·편법적인 시장 교란 행위, 집값 상승 기대 심리, 투기 수요 등이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어서”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선 27번에 걸친 문 정부의 누더기 부동산 대책의 실패, 재건축 실거주 2년 정책 폐기 등 일관성 없는 정책 진행, 올해 집값이 안정될 거라던 예측 실패 등에 대해 충분히 해명하지 않았다. 또한 국민에게 불신만 심어준 정부 실책에 대해서도 해명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지금도 계속되는 집값 상승이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말해 마치 부동산 시장과 국민 탓인 양 내비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와 국민 모두가 협력해달라”고 강조한 그의 말도 ‘정부는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는데 투기 수요 때문에 집값을 못 잡는 것’이라는 뉘앙스로 읽혀 졌다. 이 때문에 홍 부총리의 브리핑에 대해 부동산 시장에선 “숱한 정책 실패로 인해 주택 공급 확대와 집값 하락을 약속한 정부에 국민이 더 이상 신뢰를 보내지 않는 것인데, 이를 무시한 채 집값 상승을 국민 탓으로 돌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정부 말을 믿고 집을 팔아서 이익을 본 사람이 있느냐”며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건축단지 조합원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 하도록 하려던 규제를 결국 백지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큰 혼란을 부채질하고 집값과 전셋값만 올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제도는 발표 때부터 각종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반발이 거세 법 통과가 지연되다가 결국 이날 폐기된 것이다. 이후 열흘 만에 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두 배로 증가하고 호가는 1억원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정부가 지적했던 자전 거래를 통한 집값 부풀리기 등 불법 거래는 0.0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2일 국토교통부는 법령 위반 의심 사례로 확인된 거래 69건을 확인했고, 이 중 자전거래(자기 식구끼리 사고파는 것)나 허위 신고로 의심되는 12건의 거래를 찾아냈다며 부동산 시장 왜곡 사례 적발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약 10개월간 71만여 건의 아파트 거래를 전수 조사한 결과였다. 심 교수는 “불법 거래는 잡아야 하지만 몇 건 되지 않는 사례를 일반화해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게 따지면 주가 조작 몇 건으로 코스피가 출렁인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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