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블루,T대리,T퀵 그리고 T셔틀까지…도로 위 카카오 아닌 게 없다
2015년 택시호출 앱 시작으로 법인·가맹택시(T블루)까지 접수
6년간 18개사 인수…지난해부턴 대리·퀵 업체에 눈 돌려
카카오모빌리티가 18번째 업체 인수 소식을 알렸다. 지난 1일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카오)는 국내 대리운전업계 1위 업체 ‘코리아드라이브’와 합작사를 만든다고 최근 밝혔다. 합작사는 코리아드라이브로부터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관받는다. 이런 모양새 때문에 업계에선 사실상 인수로 보고 있다.
2019년 택시업체만 열 군데를 인수했던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대리운전, 퀵 서비스, 전세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사람의 이동을 넘어 사물·서비스의 이동으로 모빌리티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이 회사는 바퀴가 달린 이동수단이라면 가릴 것 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택시 시장을 보자. 택시기사에게 택시호출 앱 ‘카카오T’는 이제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전체 호출의 80% 이상이 카카오T에서 잡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택시업에 뛰어들었던 2015년만 해도 티맵택시·티머니택시 등 6개 업체가 경쟁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카카오는 2019년에만 법인택시업체만 아홉 곳을 인수하면서 카카오T 앱을 쓰는 택시 수를 늘렸다.
하지만 점유율이 높아도 수익은 적었다. 기사에게 카카오T 호출 대가를 받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9년 카카오는 수수료 수입이 있는 가맹택시업에 눈을 돌렸다. 카카오는 가맹택시업체 ‘타고솔루션즈’(현 케이엠솔루션)를 2019년 9월 인수해 ‘카카오T블루’ 브랜드를 선보였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500여 대였던 가맹 택시 수는 지난 1분기 2만1000대로 늘었다. 이제 전체 가맹택시 3만4079대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반면 다른 가맹택시업체는 고전하고 있다. VCNC(‘타다 라이트’)와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 코나투스(‘반반택시’)가가맹택시업을 하고 있지만, 가맹 대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타다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타다 라이트의 가맹 대수는 4월 기준 1300대에 그친다. 한때 현대차로부터 투자받았던 KST모빌리티는 최근 사업 철수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카카오 아닌 가맹택시는 더 보기 어려워진다. 다른 업체에 가맹한 택시기사는 카카오T 앱을 못 쓰게 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로 시한까지 정했다. 그간 부족한 호출을 카카오T 앱으로 메우던 가맹업체들은 좌불안석이다. 한 가맹업체 관계자는 “계약을 유지하느니 카카오T 앱을 선택하겠단 기사들이 속출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택시와 함께 대로변 밤 풍경을 이루는 대리운전 기사들도 5년 새 카카오에 기대는 정도가 커졌다. 대리운전업계에선 현재 전체 호출 중 15%가 ‘카카오T대리’에서 일어난다고 본다. 80%인 택시시장과 비교하면 적어 보이는데, 업계 현황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관계자는 “대리운전업체가 3058개에 달하다 보니 1위 업체 점유율도 한 자릿수 수준”이라며 “이 업계에서 15%를 차지한 건 전에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업계에선 앱 호출보다 전화 호출이 일반적이다. 전화가 전체 호출의 80~90%를 차지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배차프로그램 솔루션 ‘콜마너’를 인수하면서 이 시장까지 차지하겠다고 나섰다. 이어 지난 1일엔 중개업체 코리아드라이브를 사실상 인수했다. 콜마너가 호출을 받고 코리아드라이브와 만든 합작사 ‘케이드라이브’가 대리기사를 공급하는 식이다.
이렇게 보면 대리운전 사업이 수월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대리운전 시장에서 카카오의 빠른 성장을 보고 이 시장에 도전한 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앱 호출방식을 택한 VCNC의 ‘타다대리’는 사업 진출 1년도 안 돼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사물의 이동으로 모빌리티 영역을 넓히겠다”던 카카오는 지난 4월 퀵서비스인 ‘카카오T퀵’을 내놓으며 공언하던 바를 실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확장세가 없어서다. 한 퀵서비스 스타트업 대표는 “기사들에게 들어오는 호출로 카카오 점유율을 가늠해보면 1% 남짓”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로 덩치를 키워온 카카오의 전례를 보면, 성패를 예단하기 어렵다. 마침 카카오는 지난 3일 국내 한 물류 업체로부터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 면허를 샀다. 화물주인과 차주(운송기사)를 중개하는 면허다. 이 면허가 있으면 다마스·리보 등 경상용차로 물품을 배송할 수 있다. 면허 말고도 아예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도 없잖다. 실제로 앞서 스타트업 대표는 카카오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카카오는 2019년 3월엔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카카오T바이크’를, 지난해 8월엔 전세버스 서비스인 ‘카카오T셔틀’을 내놨다. 그야말로 바퀴 달린 이동수단이라면 빠지지 않고 진출해온 셈이다. 게다가 필요하면 경쟁사 인수를 서슴지 않다 보니, 일단 진출한 분야에선 업계 수위를 다툰다. 모든 서비스를 카카오T 앱 하나로 쓸 수 있도록 한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카카오와 경쟁하는 한 가맹택시업체 대표는 “모빌리티 분사 5년 만에 도로 위에서 카카오 아닌 걸 보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9년 택시업체만 열 군데를 인수했던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대리운전, 퀵 서비스, 전세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사람의 이동을 넘어 사물·서비스의 이동으로 모빌리티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이 회사는 바퀴가 달린 이동수단이라면 가릴 것 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택시 시장을 보자. 택시기사에게 택시호출 앱 ‘카카오T’는 이제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전체 호출의 80% 이상이 카카오T에서 잡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택시업에 뛰어들었던 2015년만 해도 티맵택시·티머니택시 등 6개 업체가 경쟁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카카오는 2019년에만 법인택시업체만 아홉 곳을 인수하면서 카카오T 앱을 쓰는 택시 수를 늘렸다.
하지만 점유율이 높아도 수익은 적었다. 기사에게 카카오T 호출 대가를 받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9년 카카오는 수수료 수입이 있는 가맹택시업에 눈을 돌렸다. 카카오는 가맹택시업체 ‘타고솔루션즈’(현 케이엠솔루션)를 2019년 9월 인수해 ‘카카오T블루’ 브랜드를 선보였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500여 대였던 가맹 택시 수는 지난 1분기 2만1000대로 늘었다. 이제 전체 가맹택시 3만4079대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반면 다른 가맹택시업체는 고전하고 있다. VCNC(‘타다 라이트’)와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 코나투스(‘반반택시’)가가맹택시업을 하고 있지만, 가맹 대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타다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타다 라이트의 가맹 대수는 4월 기준 1300대에 그친다. 한때 현대차로부터 투자받았던 KST모빌리티는 최근 사업 철수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카카오 아닌 가맹택시는 더 보기 어려워진다. 다른 업체에 가맹한 택시기사는 카카오T 앱을 못 쓰게 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로 시한까지 정했다. 그간 부족한 호출을 카카오T 앱으로 메우던 가맹업체들은 좌불안석이다. 한 가맹업체 관계자는 “계약을 유지하느니 카카오T 앱을 선택하겠단 기사들이 속출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택시와 함께 대로변 밤 풍경을 이루는 대리운전 기사들도 5년 새 카카오에 기대는 정도가 커졌다. 대리운전업계에선 현재 전체 호출 중 15%가 ‘카카오T대리’에서 일어난다고 본다. 80%인 택시시장과 비교하면 적어 보이는데, 업계 현황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관계자는 “대리운전업체가 3058개에 달하다 보니 1위 업체 점유율도 한 자릿수 수준”이라며 “이 업계에서 15%를 차지한 건 전에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업계에선 앱 호출보다 전화 호출이 일반적이다. 전화가 전체 호출의 80~90%를 차지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배차프로그램 솔루션 ‘콜마너’를 인수하면서 이 시장까지 차지하겠다고 나섰다. 이어 지난 1일엔 중개업체 코리아드라이브를 사실상 인수했다. 콜마너가 호출을 받고 코리아드라이브와 만든 합작사 ‘케이드라이브’가 대리기사를 공급하는 식이다.
이렇게 보면 대리운전 사업이 수월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대리운전 시장에서 카카오의 빠른 성장을 보고 이 시장에 도전한 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앱 호출방식을 택한 VCNC의 ‘타다대리’는 사업 진출 1년도 안 돼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일 퀵서비스용 화물 면허 인수
하지만 인수로 덩치를 키워온 카카오의 전례를 보면, 성패를 예단하기 어렵다. 마침 카카오는 지난 3일 국내 한 물류 업체로부터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 면허를 샀다. 화물주인과 차주(운송기사)를 중개하는 면허다. 이 면허가 있으면 다마스·리보 등 경상용차로 물품을 배송할 수 있다. 면허 말고도 아예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도 없잖다. 실제로 앞서 스타트업 대표는 카카오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카카오는 2019년 3월엔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카카오T바이크’를, 지난해 8월엔 전세버스 서비스인 ‘카카오T셔틀’을 내놨다. 그야말로 바퀴 달린 이동수단이라면 빠지지 않고 진출해온 셈이다. 게다가 필요하면 경쟁사 인수를 서슴지 않다 보니, 일단 진출한 분야에선 업계 수위를 다툰다. 모든 서비스를 카카오T 앱 하나로 쓸 수 있도록 한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카카오와 경쟁하는 한 가맹택시업체 대표는 “모빌리티 분사 5년 만에 도로 위에서 카카오 아닌 걸 보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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