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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기간이 길수록 당신의 승률은 올라간다 [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3·5·10년 길어질수록 변동성 줄고 손실 가능성 낮아져
가치주도 성장 없이 저PER·저PBR 상태로 남을 수 있어

 
 
장기 투자를 할수록 변동성이 줄어 손실가능성이 낮아진다. 중앙포토
 
야구에서 일류 타자의 징표 중 하나는 ‘타율 3할’이다. 타자가 3할을 치려면 10번 타석에 나가 3번의 안타나 홈런을 쳐야 한다. 이는 뒤집으면 7번은 아웃된다는 얘기이다. 물론 현대 야구에서는 타율보다 출루율을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하지만 3할이 일류 타자의 기준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야구는 투수가 확실히 유리한 게임이다. 야구를 두고 ‘투수 놀음’이라고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야구와 달리 투자에서는 3할을 기록해서는 돈을 벌기 어렵다. 10번 투자를 해서 7번 실패하면, 대부분 손실을 기록할 것이다. 물론 성공한 3번의 투자가 7번의 실패를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의 큰 성공이라면 괜찮겠지만 말이다. 투자에서는 최소한 51%의 승률을 기록해야만 확실히 돈을 벌 수 있다.  
 
승률을 높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종목 선정을 잘하거나 자산 배분을 잘한다면 좋은 이익을 거둘 것이다. 실제 종목 선정과 자산 배분은 항상 투자와 수익의 관계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메뉴들이다. 이 둘 못지않게 승률을 높이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변수가 있다. 이 변수는 불행하게도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 중요성에 비해 정당한 대접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드물다. 이 불행의 아이콘은 바로 ‘투자 기간’, ‘시간 지평’ 등으로 표현되는 투자의 시간적 길이다.  
 

S&P500 지수 지난 20년간 우상향

투자 기간과 승률의 관계를 결론부터 얘기하면, 투자 기간이 길수록 승률은 올라간다. 이는 금융학자나 투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이다. 1일이나 한 달, 아니 1년 투자하는 것보다 3년, 5년, 10년 등 투자 기간에 비례해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을 확률은 계속 낮아진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승률은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변동성이 줄어들고 손실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데이터를 통해 시간이 승률을 어떻게 높이는지를 살펴보자.  
 
우선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S&P) 500지수에 투자하는 경우다. 만일 S&P500을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1950~2017년까지 보유했다면, 연평균 10%가량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67년간 연평균 10% 정도의 수익률을 올렸다면, 대략 내 돈은 7년에 한 번씩 두 배로 불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기간을 잘라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기간이 짧을수록 손실 가능성은 커지고 한 번 잃으면 크게 잃었다. 67년의 기간 동안 1년만 투자했다면, 많이 번 해에는 52.6%를 벌었지만 손실을 볼 때는 37%의 손실을 냈다. 시간을 5년으로 늘리면 손실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67년 동안 5년 평균 수익률은 가장 나쁠 때도 -2.4%에 불과했다. 10년이면 -1.4%로 줄어들고, 15년 이상 투자하면 어떤 해에 투자를 시작하더라도 손실이 없었다.  
 
국내 증시도 비슷하다. 2000~2020년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1년 평균 수익률 중 가장 좋은 때는 80.4%, 반대로 나쁠 때는 -50.8%를 기록했다. 기간을 좀 더 늘리면 손실 폭은 줄어든다. 3년은 최대 연 38.8%, 최소 -16.0%였다. 5년과 10년은 각각 26.7%와 -6.5%, 15.4%와 -1.3%였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시간이 길어질수록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손실 가능성도 작아졌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ETF·인덱스 투자자와 종목 투자자는 장기투자에서도 다른 접근법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먼저 인덱스 투자자부터 살펴보자. 대표적인 인덱스인 S&P500 지수는 지난 20여년간 장기적으로 우상향을 보여 왔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봐야 할 것은 S&P 500에 포함된 종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S&P 500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  
 
지금의 S&P500 종목에는 기술주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60년대만 하더라도 제조와 정유 산업과 같은 오늘날 굴뚝기업으로 불리는 주식들이 많았다. 결국 S&P500 지수는 꾸준히 탈락자를 떨어뜨리고 새로운 승자를 영입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승자를 받아들이고 패자를 버리는 생존 시스템이 지수 안에 내재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아주 비싼 가격, 예를 들어 거품 시기에만 사들이지 않으면 S&P500지수에 대한 투자는 결국 시간 싸움이 된다. 승자들로만 구성된 지수이므로 언젠가 주가가 오를 것이다. 투자자에게 남은 것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이다. 금융학자들의 연구 결과처럼 ‘버티면 이기는 게임’이 될 수 있다.  
 
개별 종목 투자에서는 오래 버틴다고 해서 반드시 승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주식의 수익률은 무한대이다. 기업이 망하지 않고 계속 성장을 한다면, 그 기업의 주가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기업은 극히 드물다. 개인투자자들이 한 종목을 붙들고 오래 버티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 한 종목에 장기로 집중투자해서 성공한 투자자의 얘기가 유튜브에서는 전설로 회자되지만 그런 투자자는 매우 희귀하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제조업이 많은 나라에서는 주가의 변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은행주, 조선주, 자동차 주식에 10년 이상 투자했어도 돈을 벌지 못했을 것이다.  
 

개별 종목에선 시간보다 분석이 더 중요  

개별 종목 투자에서는 인덱스 투자와 달리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종목 분석 능력과 매입 가격이다. 기업의 가치와 성장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잘못 투자했을 경우,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되기에 십상이다. 가치주라고 해도 사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여러 연구에서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장기 수익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때때로 ‘가치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주가순자산배수(PBR),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상태에서 오랜 기간 머물 수도 있다. 계속 기업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해야 하는데, 성장 없이 저PER·저PBR 상태로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지배구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주식 지표가 싸더라도 오너와 경영진이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할 경우, 기업 가치에 비해 저평가 상태로 존재할 수도 있는 법이다.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투자 스타일이 어디에 적합한가를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 ETF와 같은 지수형 투자처를 선호하는 경우에는 ‘시간’이란 변수를 우선순위에 두고 의사결정을 하고,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 분석하고 매매 시점을 찾아야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 아닌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중요하다.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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